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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 Nov 29. 2022

행복의 양면

미국의 큰 명절 중의 하나인 추수감사절이 끝나간다. 일하는 날을 짜깁기를 해서, 5일간의 긴 휴가를 만들었다. 추수감사절은 우리나라의 추석과 비슷하니, 대부분의 가정들은 아마도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은데, 가족은 커녕 먼 친척조차 없는 우리는 그냥 긴 휴가에 불과한 날이기도 하다. 그런데, 동부에 사는 후배가 딸과 함께 방문해주어 오래간만에 시끌벅적한 휴가를 보내게 되었다. 우리 둘째와 세 살 차이 나는 딸아이를 데려와 둘이 단짝처럼 내내 붙어 다녔다. 분명 우리끼리 있었다면, 하루 종일 텔레비전을 보거나 무료하게 보냈을 날들이 다행히 알찬 시간이 되었다. 미국에 살아서 가장 아쉬운 게 있다면 아마도 친하게 지내고 자주 얼굴 볼 수 있는 가까운 사람들이 별로 없다는 것일 것이다. 한국 교회라도 다니면 한국 사람들과의 교류가 생길 수도 있겠지만, 우리는 그 방식을 선택하지 않았다. 


미국에 살면서 가장 크게 바뀐 점은 아마도 모든 생활이 가족중심이 되었다는 것이다. 고등학생이 된 딸도 미국에 오기 전에는-그때는 초등학교 5학년이었다- 학교에서 방과 후를 하고 집에 와서 잠깐 밥을 먹고 태권도 학원을 가고, 그때 5살이던 동생과는 거의 얘기할 시간조차 없었다. 그런데, 여기서는 따로 잠깐 하교 후 운동을 하러 가는 거 외에는 하루 종일 집에 있으니, 동생과 아주 가까워졌다. 서로 대면 대면하던 사이가 죽마고우가 되었다. 나와 남편도 일하는 시간외에는 거의 같이 있으니, 서로 소원한 사이였다면 아주 힘들었을 수도 있다. 밤에 나가서 친구를 만나는 일도, 따로 모임이 있는 경우도 거의 없으니, 집에서 가족들과의 시간이 전부라고 할 수 있다. 한국에서는 병원일이 끝나면 저녁 8시였고, 주말 토요일에도 일을 했으니, 일요일에 잠깐 같이 있던 시간이 전부였다면, 여기서는 주 4일 일하고 6시 이전에 퇴근을 하니, 같이 저녁을 먹으며 이런저런 하루 일과를 얘기하는 것이 나름 큰 기쁨이 되었다. 


일면 너무 단조롭다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어느 순간 이런 심플한 일상에 적응이 되어 편하기도 하다. 한국의 좋은 점은 사람 사이가 아주 가깝다는 것이다. 가족이든 친구든, 서로 자주 보고, 일하는 주중에도 밤에 같이 술 한잔 하기도 한다. 여기서는 한국만큼 대리나 대중교통이 편하지 않은 관계로, 밤에 누군가 만나는 것이 큰 부담이기도 하고, 일하는 날수가 적은 만큼 일할 때의 워크로드가 굉장히 크기 때문에, 일하는 날에 술을 마시거나 늦게 자는 건 거의 상상하기 힘들다. 대신 좋은 점은 너무 많은 인간관계를 감당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의 큰 고민거리 중 하나는 인간관계인데, 인간관계 자체가 별로 없고 혹은 의무적인 인간관계를 형성할 필요도 없으니 나름 편안하다고 말할 수도 있다. 


아담 잭슨의 '행복의 10가지 비밀'을 읽기 시작했다. 너무나 삶에 찌들고 우울한 한 젊은이가 비속에서 차가 고장 나 미스터리 한 나이 든 중국인 수리공을 만나 10가지 행복의 비밀들을 찾아가는 이야기이다. 첫 번째 얘기가 '태도의 힘'이다. 우리가 삶의 보는 태도가 우리의 행복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컵에 물이 반이나 차있다'와 ' 컵에 물이 반밖에 남아있지 않다'의 얘기와 다를 바가 없다. 

문제는 우리는 알고 있지만 구하지 않는다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지금 현재 우리가 얼마나 행복하고 살고 있는지, 그 행복이 깨지기 전에는 알지 못하는 것이다. 


하브 에커의 '백만장자 시크릿'에서 그는 부자들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솔직하고 남에게 베푸는 것을 좋아한다'라고 말이다. 한 예로, 그가 만난 한 신경외과 의사는 주 3일 엄청난 비용의 수술비를 청구하면서 하루 종일 수술을 하는데, 나머지 3일을 무료 클리닉에서 자신이 일하는 병원에서 보다 더 많은 사람들을 무료로 수술해준다고 한다. 우리는 우리의 생활이 너무 힘들어 베풀 여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 적이 있다. 그런데 베푸는 마음이 우리가 얼마나 금전적인 여유가 있는가의 기준으로 비례해서 생겨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그냥 마음이 가난한 게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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