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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 Dec 05. 2022

사주팔자를 믿으시나요?


어느덧 2022년이 한 달도 남지 않았다. 2017년 여름에 미국에 온 이후로 많은 변화들이 있었지만, 특히 올해는 아주 특별한 한 해였다고 할 수 있다. 우리 가족에게 우리의 집이 생겼고, 몇 년 만에 한국도 다녀올 수 있었으니 말이다. 나는 특별히 신앙이 있거나-물론 우리 집은 어린 시절부터 절에 수시로 다니긴 했지만 말이다- 무언가에 강한 믿음이 있지는 않다. 하지만, 한국에서 태어나 자라면서, 토정비결을 보거나, 점집을 방문하거나 인터넷의 타로점을 보는 일은 친숙한 부분이 있다. 


요즘의 나의 가장 큰 관심사는 사실 '어떻게 하면 부를 쌓을 수 있을까'이다. 삶은 도미노와 같다고 가끔 생각한다. 어떤 특별한 누군가는 어느 날 갑자기 깨달음을 얻어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큰일을 이루기도 하겠지만, 나처럼 평범한 사람은 자전거의 체인처럼 하나하나씩 엮어나가는 삶을 살아간다. 시작은 미국에 왔고, 정상적으로 일을 하면서 미래 아니 노후를 생각하게 되고, 가족들과 멀리 떨어진 이국땅에서 오로지 나의 노력과 결과로만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이 되기 시작하면서이다. 한국에 살 때는 재테크라던가 노후 연금 따위를 생각할 만큼 경제적으로 여력도 없었고, 사실 관심조차 없었다. 하루하루, 한 달 한 달 살아나가기에 급급했고, 어쩌면 그런 걸 생각하기엔 아직 젊다고도 생각했던 것 같다. 


나에게 현재 가장 좋은 조력자이자 스승은 내가 읽는 책들이다. 미국 주식이나 연금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관련된 책을 읽게 된 것이고, 그러면서 미국의 연금 시스템이나 관련 내용들을 조금씩 알아가게 되었다. 최근에 읽은 하브 에커의 '백만장자 마인드'에서 사람들의 경제심리가 어떻게 형성되는가에 대해 흥미로운 내용이 있다.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부모나 자라온 환경에서 부에 대한, 돈에 대한 정체성이 형성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는 묻는다. '당신이 가난하다면, 혹은 중산층이라면, 당신이 갖고 있는 부자가 될 수 없다는 무의식은 어린 시절 어디에서 심어진 것이라 생각하는가'이다. 그래서, 나는 생각해보았다. 나의 부모는 평범한 중산층이고 열심히 일을 하고 돈을 벌어 저축해야 잘 살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고 그것이 내가 부에 대한 거부감이나 부자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될까? 


어린 시절 맞벌이를 하시던 부모님을 대신해 할머니가 나를 키워주셨다. 나에겐 한 살 어린 여동생이 있었고, 부모님은 동생을 데리고 가시고 주말에만 할머니 댁에 있던 나를 보러 오셨다. 할머니는 아주 깔끔한 분이시고 나를 매우 아껴주셨지만, 본인의 생각이 아주 확고한 분이시기도 했다. 할머니가 나에게 심어주신 생각은, 나의 사주가 나쁘다는 것이었다. 범띠인 나는, 할머니의 말씀에 따르면, '추운 겨울인 2월의 저녁에 태어나서 먹을 것도 별로 없고, 배고픈 저녁이라 사냥을 해야 하는 고달픈 운명'이라는 것이었다. 여자는 남자가 돈을 벌어 편하게 살게 해주어야 하는데, 나는 그럴 수 없는 팔자라는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할머니께 그런 얘기를 수도 없이 듣곤 했었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나는 편안하게 큰돈을 벌고 사는 건 불가능한 일이라는 생각을 나도 모르게 지금까지 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나는 지금까지 살면서 최근까지도 '돈을 많이 벌어야겠다'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물론 당장 생활해야 하는 비용이 필요하면 돈이 필요하다든지 나는 언제 이런 생활에 불편이 없을 정도로 돈을 벌 수 있을까 생각해본 적은 있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서 부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물론 나의 개인적인 특성상-나는 물질적인 욕구가 강하지 않고, 여행이나 특별히 돈을 쓰고 싶은 곳이 없다- 돈에 대한 갈망이 결혼을 해서 가족이 생기기 전까지는 아예 없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내면 속의 내가 돈에 대한 가능성을 배제하고 살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 말할 수 있다. 그렇다면 나의 부에 대한 부정적 잠재의식은 어린 시절 할머니에게 비롯된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의 사주는 과거에 여자들은 일을 하지 못하고 집에서 집안일을 하는 게 당연했던 시대에는 아주 나쁜 사주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남편이 돈을 벌어다주지 못하면, 쫄쫄 굶어야 하니 말이다. 하지만, 현대사회에서 여성이 직업을 갖고 성취도를 얻는 일이 당연 해지 상황에서는 다른 해석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나의 삶을 개척하고 살아갈 수 있는 아주 좋은 사주라고 말이다. 사주나 운명을 꼭 믿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이 어린 시절부터 주입되어 나의 잠재의식에 들어있었다고 생각하니, 그동안의 나의 돈에 대한  태도가 일면 이해가 되었다. 하브 에커가 말한 대로 나의 문제점을 찾았으니, 이젠 나의 잠재의식을 바꿔 새로운 방향으로 전환시킬 가능성을 찾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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