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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 Jan 16. 2023

비 오는 캘리포니아

미국 캘리포니아에 정착한 지 어느덧 4년이 넘어가고 있는데, 요즘처럼 비가 계속 내리는 걸 본 적이 없다. 캘리포니아는 비가 너무 귀한 손님이라 밤에 잘 때 살짝 내리거나 낮에 내려도 내리나 싶으면 어느새 그쳐있곤 했다. 그런데, 올해는 무슨 일인지 하루가 멀다 하고 벌써 3주 이상 비가 내린다. 워낙 가뭄이 걱정인 곳이라 땅에는 좋은 일인 것 같지만, 북캘리는 너무 많이 와서 홍수로 사람들이 대피하기도 한다고 뉴스에 나온다. 세상의 모든 것이 적당하면 좋으련만, 항상 너무 많거나 너무 부족하다. 


쉬는 날도 아침에 일찍 일어나 강아지와 산책하는 것이 일상적인 일과가 된 것이 한 달 정도 된 것 같다. 아침에 따뜻한 침대를 떠나 일어나는 게 아직 힘들긴 하지만, 이 루틴을 거르면 하루종일 마음이 찜찜해서 어떻게든 일어나려고 한다. 처음에는 아침의 차가운 공기가 싫었지만, 이젠 상쾌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아침에 이렇게 산책을 하고 나서 출근을 하거나 집에서 시간을 보내면, 뭔가 충만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지금까지 살면서, 학교에 가야 하거나 직장에 출근하는 일이 아니면 별로 일찍 일어나본적도 없고, 잠이 인생의 큰 행복이었는데, 오십을 바라보는 나이에 나름 큰 변화를 주고 있는 중이다. 아침에 일어나는 일이 이렇게 기분 좋은 일인지 이제야 알게 된 게 신기하기도 대견하기도 하다. 오늘은 아침에 비를 맞으면 강아지와 같이 걸었다. 전에 살던 동네는 아파트도 있고, 전반적으로 젊은 사람들이 많아 그런지, 산책을 하면 꽤 많은 사람들과 마주치곤 했는데, 여기는 거의 만나는 사람들이 없다. 오래된 동네라 오래된 집들과 나이가 꽤 들어 보이는 사람들이 많아서인가 생각한다. 


한국에서 친구가 보내준 세 권을 책을 모두 읽고 나름의 생각을 정리 중이다. 간다 마사노리의 '비상식적 성공법칙'과 미국에서 성공한 사업가인 김승호 님의 '돈의 속성'이 그것이다. 전에 읽은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의 로버트 기요사키가 말한 내용 중에 '집은 자산이 아니고 부채이다'라는 내용이 이십 년 전 출판 당시에 대부분의 사람들의 생각에 반하는 내용이라 대부분의 출판사에서 출판을 거부당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김승호 회장의 책에서도 출판당시 제목에 '돈'이 들어가서, 보수적인 한국사회에서 거부반응을 줄 수 있다는 얘기와 함께 제목을 수정하기를 권유받았다는 얘기도 나온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돈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거나 돈을 많이 벌고 싶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돈에 대한 얘기를 서로 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 왜 그럴까? 우리는 열심히 저축을 해서 집하나 장만하면 나름 큰 자산이 생겼다고 좋아한다. 물론 은행에 많을 대출을 끼고 매달 허덕이면서 대출금을 내고 있으면서도 말이다. 내가 작년에 집을 살 때도, 부동산 중개업자와 모기지 담당자도 이제 큰 자산이 생긴 거라고 말했다. 물론 없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은 하지만, 결국 현금흐름은 주지 못하고, 매달 대출금을 갚아야 하는 경우가, 그리고 다 갚은다고 해도 내가 두 번째 주택이 생겨 렌트를 주지 않는 이상 나에게 자산가치를 주지는 못한다. 


'돈의 속성'에서 저자는 책을 많이 읽는 것으로 부자가 되지 못한다고 말한다. 오히려 책의 저자들의 파 위에 눌려 오히려 스스로 초라해지는 자신을 발견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산책'을 통해서 자신의 생각을 다시 정리하고 일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이다. 나는 최근에 책을 최대한 많이 읽고자 노력하고 있다. 단지 자기 계발서뿐만 아니라, 전공서적도 아니 정확히는 저널이나 케이스 리포트를 보려고 노력한다. 나의 직업적인 발전과 정신적이 발전이 같이 가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한 현재 내가 당장의 현금흐름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은 내가 하는 일에서 더 높은 임금을 받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기 때문이다. 나 같은 전문직종의 좋은 점은 추가로 일을 하기 쉽고 그에 대한 보상도 크다는 것이다. 그 얘기는 나의 개인시간은 점점 적어진다는 것을 뜻한다. 그런데 나는 내가 하는 일만으로 어느 이상의 소득을 얻기도 힘들고, 또한 그로 인해 부를 쌓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나의 시간을 주고 그에 대한 대가로 소득을 얻는 건, 나의 하루 24시간 주 7일이 남들보다 늘어나지 않는 한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존 소포릭의 '부자의 언어'에서 그는 척추교정사의 풀타임 정규직으로 일하면서 개인시간에 부동산 개발업자로 살기 시작하면서 돈을 모으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오랜 기간 같이 알던 그의 친한 척추교정 사는 그런 그를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았지만, 십여 년 이상의 시간이 지난 후 부동산 사업으로 성공한 그를 찾아와 부동산업을 가르쳐달라고 말한다. 


우리 부모와 다른 어른들이 우리가 어린 시절 말했던, '열심히 일하고 저축해라'는 결코 틀린 말이 아니다. 다만 그게 시작이라는 걸 우리에게 알려주지 못했을 뿐이다. 물론 아직도 일해서 번만큼 쓰는 사람들이 많다.' 소득의 20프로를 저축하라'는 말은 거의 모든 자기 계발서에 나온다. 나의 시간과 수입을 컨트로 하지 못한다면, 돈을 많이 번다해도 유지하지 못한다. 내가 책을 읽고, 산책을 하고, 운동을 하는데 시간을 분배하다 보니, 점점 자유시간이 적어지고 전에 흔히 하던 유튜브로 보는 시간도 만들 수가 없었다. 내가 좋아하던 것 중 하나가 쉬는 날 충분히 자기와 유튜브로 영화소개 보기였다. 물론 아직도 가끔 하긴 하지만, 이제는 유튜브를 보면 한 시간을 보내는 날은 것의 없다. 그런데 핸드폰을 보지 않아서 좋은 점은 나의 시간을 아끼는 것만이 아니었다. 점점 심해지던 노안으로 작은 글씨가 희미해지는 게 당연하게 느낄 때쯤, 핸드폰을 덜 들여다보니 시야가 조금 더 또렷해지는 효과를 느끼게 되었다. 물론 이제 안경을 종종 써야 하긴 하지만, 그래도 일상생활의 시야가 훨씬 좋아진 느낌이 든다. 


내가 자주 듣는 유투버의 말 중에 가슴에 와닿는 말이 있었다. '시간이 날 때 떠오르는 온갖 생각들의 대부분이 부정적인 생각들이다'. 

나는 내가 하고자 하는 일들과 가고 싶은 방향들이 있다. 문제는 틈틈이 떠오르는 부정적인 생각들과 맞서고 일정함을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온갖 미래에 대한 걱정 불안들과 또한 추구하고자 하는 미래를 상상하며 드는 현재에 대한 불만을 조정하는 것이 나의 숙제라고 생각되는 것이다. 나는 더 나은 미래를 원하지만, 현재도 즐겁고 감사한 마음으로 살고 싶기 때문이다. 결국 내입으로 답을 얘기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감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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