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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 Jan 24. 2023

연역적 사고를 하시나요?

나는 어린 시절부터 추리소설을 무척이나 좋아했다. 셜록 홈즈는 나에게 최고의 책이었고, 애거사 크리스티의 시리즈도 무척이나 즐겨 읽었다. 추리소설의 미묘한 긴장감과 사건을 해결하는 방식은 흥미로웠고, 특히나 셜록홈즈의 추리력은 어린 나에게 놀랍고 경이로운 수준으로 다가왔었다. 셜록 홈즈를 쓴 아서 코난 도일이 시리즈 중에 주인공인 셜록 홈즈를 벼랑에서 떨어져 죽는 것으로 설정하자 영국의 독자들이 분개하여 엄청난 항의로 인해 다시 셜록 홈즈를 부활시킨 일화가 이해가 되기도 한다. 그만큼 정말 대단한 소설이고, 또한 거기에 나오는 셜록 홈즈의 예리한 연역적 추리 방법은 아주 흥미롭기도 하다. 1900년대 초반의 글이 최근 영국에서 '셜록'이라는 시리즈 드라마로 제작되어 엄청난 인기를 끈 걸 보면 정말 대단한 작품이 아닐까 싶다. 


셜록 홈즈의 추리방식인 '연역적 추론'은 영국 드라마인 '셜록'에서 나오는 말이지만, 셜록의 최고 장기인 추리방법을 잘 설명하는 말이다. 범죄가 벌어진 현장에서 놓인 단서들로-대부분의 일반 사람들은 그냥 스쳐 지나가는- 어떻게 해서 그 일이 벌어졌는가를 순식간에 추론해 나가는 것이 그러하다. 예를 들면, 범죄현장에서 자상을 입고 살해당한 사람이 있지만, 문은 안으로 잠겨있고 물이 시체 주변의 바닥에 고여있는 상황이라면, 뾰족한 얼음이 살해도구라고 추론할 수 있고 살해 후 녹아서 시체와 바닥에 물이 고여있다던지 하는 경우이다. 혹은 셜록홈즈에서 처음 셜록과 홈즈가 만났을 때, 그의 말투, 외모, 의복, 걸음걸이를 보고 그가 최근 전쟁에 참여해 부상을 입었다는 것을 바로 추리해 내는 것 같은 것이다. 그런 셜록이 사건을 해결하는 걸 보고 있으면, 감탄이 절로 나오곤 했다. 


그런데 가끔 나는, 내가 수의사로 일을 하면서 어느 정도는 그런 연역적 추리를 하고 있지 않은가 생각한다. 상당히 많은 보호자들이 자신들의 반려동물이 어떤 질병을 갖고 있는지 전혀 모르거나, 혹은 전혀 다른 병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동물들은 말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들이 보이는 대로 생각하기 때문이지 않은가 싶다. 그래서, 구토나 설사를 해서 위장염이라고 생각해 오는 경우가 자궁축농증 같은 심각한 자궁 내 염증상태이거나, 혹은 고양이 같은 경우는 요도 폐쇄로 인한 심각한 상태인 경우도 다반사이다. 그래서, 수의사들은 보호자들의 얘기를 참고하되, 동물들의 임상증상과 신체검사 상태를 종합하여 진단을 하게 된다. 보호자들이 전혀 모르는 질병을 신체검사와 임상검사로 확인하여 치료해서 동물들의 상태가 좋아지면, 추리소설에서 나오는 범죄를 해결했을 때 같은 희열을 맛보기도 한다.  


물론 일상생활에서도 우리는 아주 사소한 일들도 이런 사고에 의존하기도 한다 생각한다. 아이가 배탈이 나서 설사를 하는데, 냉동실의 아이스크림이 다 없어졌다면, 우리는 아이가 몰래 아이스크림을 먹고 배탈이 난 것이구나 하는 것도 다 그런 경우라고 생각한다. 다만, 셜록 홈즈처럼 아주 미묘한 상황들에서 작은 단서들로 연결시켜 이런 사고를 하기는 힘들거라 생각하지만 말이다. 이건 사실 어떤 스포츠 경기와 같이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아주 스릴 넘치는 게임과 같다. 그래서 내가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사람들이 스포츠를 보면 긴장과 자극을 느끼듯, 나는 아마도 범죄 추리소설을 보며 상황을 해결해 나가는데 흥미를 느끼는 것이다. 셜록 홈즈 이후로 정말 잘 쓰인 추리소설이라고 생각한 것이 스웨덴의 작가인 스티그 라르손이 쓴 '밀레니엄' 시리즈이다. 배경은 현재이지만, 그 근본은 유럽은 뿌리 깊은 여성 비하와 학대의 역사를 담고 있기도 하다. 안타까운 건, 언론인이었던 저자가 본인의 은퇴 후 생활을 위해 10부작을 기획으로 시작하여 3권까지 집필한 후 갑작스럽게 사망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주요 인물도 언론인인 주인공이 정치범의 피해자인 천재 해커인 여자와 범죄를 해결하는 내용이다. 좀 복잡하긴 해도 1권이 정말 엄청난 반전으로 오랜만에 나에게 최고의 범죄스릴러 책으로 등극하는 영광(?)을 누렸다. 


최근에 한 유튜브에서 우리는 하루에도 멈추지 않고 지속적으로 엄청나게 많은 생각을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물론 그 생각이 대단히 생산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 문제지만 말이다. 수없이 떠오르는 잡다한 생각들을 없애려면,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혹은 내가 얻고자 하는 삶이 무엇인지에 대해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 나의 취미가 책 읽기라고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지만, 이제 그렇게 말하기는 부끄러운 감이 있다. 그래서 최근 들어 다시 책들과 교감을 시작하면서 매일의 시간이 얼마나 짧은가 새삼 실감하고 있다. 결국 내가 좋아하는 일들을 더 할 수 있고, 더 누릴 수 있으려면 또다시  '경제적인 독립'이라는 원론적인 결론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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