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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 Feb 14. 2023

멋진 신세계

내가 일하는 동물병원이 또다시 코로나 감염에 휩싸였다. 지난 2년 이상 코로나 바이러스(COVID)로 인해 우리는 마스크를 끼고 살았고, 대면진료도 일 년 이상 하지 않다가 작년 여름부터 다시 직접적으로 사람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그 후 마스크를 벗고 지낸 지 이제 반년이 조금 넘어가는데, 마스크 생활로 인해 사람들의 면역이 떨어져인지 여러 가지 호흡기 바이러스가 창궐하고 있다. 병원 스텝들은 한주가 멀다 하고 감기를 달고 살고, 인의 병원들은 호흡기 환자들로 병원이 마비될 정도라 한다. 이제는 대부분이 코비드 따위는 감기와 다를 바 없다 생각하기에 이르렀는데, 갑자기 병원 내 코비드 양성자가 나타난 것이다. 같이 일하는 수의사는 작년에 첫 아이를 출산하고 출산휴가 후 한 달 전쯤 처음 출근을 하기 시작했는데, 아기가 낮에 데이케어를 가게 되니 아이와 함께 온 가족이 감기를 달고 살고 있다. 그 와중에 코비드 양성까지 뜬 것이다. 그 친구는 본인만 신경 써도 되던 시절이 그립다는 문자를 보내왔다.


결혼과 출산은 대부분의 성인들에게 큰 과제이다. 물론 좋아하는 사람과 같이 지내고 싶어서 하는 결혼이지만 그 후 이어지는 형식적인 관례들과 아이가 생기면서 주어지는 책임은 때론 큰 무게로 다가오기도 한다. 어린 시절부터 결혼과 출산을 강렬히 부정하던 나도 그 사회적 통념을 깨지 못하고 그 세계에 들어가 있다. 나와 남편은 나름 출산에 대해 충분히 계획, 실행하였음에도, 막상 아이가 어렸을 때는 가끔 극한의 신체적 한계를 느끼곤 했다. 


  '사랑에는 유효기간이 있다'

죽고 못살아 결혼한 친구들이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그 사랑도 시들해지고, 이혼을 목전에 두고 있는 경우도 종종 있다. 한 친구는 '결혼이라는 건 불가능한 미션이었다' 말하기도 한다. 인류가 유지되려면 지속적인 종종 번식이 필요하다. 결혼이란 어쩌면 그걸 가능하게 만드는 사회적인 제제장치란 생각도 든다. 고등학교 때 읽고 많은 생각을 하게 했던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라는 책이 있다-더 이상 인류는 결혼과 출산을 하지 않는다. 모든 아이들은 인공수정으로 기계를 통해 태어나서 공동육아를 통해 양육되고, 십 대 정도의 신체나이가 되면 더 이상 외부적인 육체는 늙지 않고, 내부적으로만 나이를 먹고 죽는다. 물론 현재와 같은 생활을 하는 원주민 마을이 있고 그곳은 지금과 같은 생활을 하는 사람들로 구성된다. 주인공 남자는 원주민 마을에서 태어났지만 진화된 인류와 같이 생활하고 있었고, 어찌하여 과거를 알게 된 주인공이 병원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생물학적 어머니를 보면서 눈물을 흘린다. 공동육아를 하던 유치원 아이들 무리가 병원에서 죽음에 대해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이는 학습을 하던 중 슬픔을 표현하는 주인공을 보면 감정의 동요를 일으키며 문제가 되기도 한다. 진화된 인류에게 성적 신체적 접촉이나 감정은 철저히 금지된 사항이기 때문이다. 병원에서도 십 대의 모습으로 사람들은 죽어간다.


많은 사람들이 육체가 늙어가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고 젊음을 유지하고 싶어 한다. 사랑은 시간이 지나며 변질되고 희미해져 간다. '멋진 신세계'에서 나온 육체적인 젊음을 평생유지하는 부분은 나에게 무척이나 흥미롭게 다가왔고, 과연 늙지 않는다면-물론 외부적인 모습만이지만- 어떨까 하는 생각을 어른이 되어서도 종종 하곤 했다. 부처와 같은 성인이 아니고서는 인간은 외부적인 모습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또한 결혼이나 육아와 같은 제도에 책임을 갖지 않고 산다면, 인간은 아마도 좀 더 무난하게 살지 않을까 생각도 든다. 하지만, 책에서는 주인공의 감정적 변화와 자신의 가족을 찾아 원주민 마을로 가고, 그가 신체적 접촉을 해서 혼란을 느끼는 여자친구를 보여주면서, 어쩌면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인간 세상이 작가가 보여주는 '멋진 신세계'가 과연 더 나은 세상인가 하는 의문을 던지는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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