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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 Feb 20. 2023

길들여진다는 것...

오늘은 동물에 대한 얘기를 하고 싶었다. 내가 수의사이어서 가장 좋은 점은 동물과 교류할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물론 가끔 사나운 애들과 씨름하거나 물리거나 상처가 나면 화가 나기도 하지만, 귀엽고 착한 애들을 보면 내가 일을 하는 것인지 놀고 있는 건지 헷갈릴 때가 있다. 우리 가족이 새로운 강아지를 가족으로 들인 지 벌써 오 개월이 넘어가는 것 같다. 처음에 유기견 쉘터에서 데려온 5개월 검은 잡종개는 이제 점점 우리 가족으로 동화되어 가고 있다. 처음에는 보는 모든 걸 물어뜯고, 우리가 잠깐 집을 비운사이 똥을 누고 먹어버리기도 하고, 초등학생 둘째 아이가 자기 친구라 생각에 손을 자근자근 물기도 해서, 과연 이 아이를 계속 우리 식구로 둘 수 있을까 고민한 적도 있다. 


내가 첫째를 낳고 나서 읽었던 '말리와 나'라는 책에서는, 미국의 저널리스트가 본인 리트리버 강아지에 대한 얘기를 하는 책이다. 저자는 래브라도 리트리버 종을 번식하는 가족을 아내와 방문한 후 그중 가장 활달해 보이는 아이를 입양하고, 누가 봐도 미친개에 가까운 강아지를 끝까지 가족으로 지켜낸다. 부부가 아이를 갖기 위해 아일랜드로 여행을 간 사이에 시터가 집에 와서 말리와 생활한 후 남긴 말은 '나는 개를 정말 좋아하지만, 이개는 정말 악마예요'였다. 말리는 과도히 활달해서 누구나 감당이 안 되는 개라고 할 수 있었고, 나는 재밌게 글을 읽으면서도 저자가 이 개를 끝까지 데리고 있었다는 데 감탄을 금치 못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말리도 나이가 들고, 아이들의 최고의 친구가 되고 결국은 세 번째 위 염전으로 하늘의 별이 되었다. 


책 '어린 왕자'에서 길들여짐에 대해 이야기한다. 세상에는 많고 많은 인간들과 동물들과 식물들이 존재하지만, 우리에겐 세상에 단 하나의 인간과 동물과 식물이 존재한다. 서로에게 길들여지지 않은 관계는 지속적인 문제를 유발한다. 나는 새로운 고양이나 강아지가 생기면 늘 항상 얼마간의 충돌하고 보완해 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알고 있다. 어쩌면 사람과의 관계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친구를 사귀거나 연인이 생긴다면, 처음에 서로를 위해 단점을 숨기며 최선을 다하다 긴장이 늦춰질 무렵 분쟁이 생기고 더 돈독한 관계로 발전하거나 멀어져 버린다. 서로에게 길들여지지 않는다면, 그 관계는 그저 표면적인 관계에 불과하다. 서로의 단점을 인정하고 친밀해져 가는 것, 그것이 애정이 아닐까 생각한다. 물론 인간과 동물과의 관계는 절대적인 반면, 인간과 인간의 관계는 유동적이라고 생각이 된다. 개나 고양이가-물론 뱀이나 새와도 관계를 형성하는 사람이 있겠지만 나의 경우는 아니라 배제한다- 누군가의 가족이 되면, 그들은 절대 배신하지 않는다. 주인에게 화가 났다고 해서 그걸 마음에 품고 생각해 본 후 자기의 갈길을 가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게 내가 동물을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들은 항상 우리를 보면 기뻐하고, 행복해한다. 우리 집 강아지는, 내가 3시간 후에 돌아오던, 10시간 후에 돌아오건 상관없이 일주일은 못 본 것 같이 반긴다. 너무 과격해서 문제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나는 나의 동물가족에게 말도 안 되는 말을 떠드는 걸 좋아한다. 왜냐하면 그들은 내가 하는 말로 나를 평가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루가 힘들거나 스트레스가 쌓였을 때 종종 우리 집 고양이에게 이런저런 말을 떠들기도 하던 게 나의 즐거움이기도 했었다. 뜬금없이 내가 "넌 그렇게 생각 안 해? 너무하잖아" 등과 같은 말을 하면, 고양이는 "야옹"으로 대꾸한다. 서로 대화가 통하지는 않지만, 너무 큰 위로가 된다. 인간이 인간으로 사는 건 올바른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게 기본이라 생각은 되지만, 동물이 주는 행복감도 그에 비해 크게 떨어지지는 않는다고 생각하다-물론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에 한해서겠지만-. 

어디서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지구상에 일하지 않고도 엄청난 사랑을 받고 사는 동물은 개밖에 없다'

그들의 일은 단순하다. 하루종일 자고 먹고 놀다가, 주인이 오면 미친 듯이 반긴다. 그들이 사는 동안 하루도 거르지 않고 하는 행동이다. 그것이 인간이 그들에게 받는 최고의 위고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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