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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 Feb 27. 2023

불편의 다리

모처럼 아이들과 함께 동네 공용 도서관을 다녀왔다. 다행히도 우리 아이들은 도서관을 가는 걸 좋아한다. 물론 고등학생 큰아이는 판타지 소설을, 초등학생 둘째는 만화책 위주로 고르긴 하지만 말이다. 주말이라 그런지 사람이 꽤 있었고, 이사 온 후 처음 가보는 이 동네 도서관은 나름 널찍하니 마음에 들었다. 나는 요즘 내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경제학 서적 쪽을 뒤져보기 시작했다. 다른 소설 쪽 칸에 비해 딱 한 칸밖에 없었고, 그나마도 몇 권 되지 않은 책들이 놓여있었다. 몇 년 전 내가 '주식투자'라는 것이 처음 관심을 갖게 해 주 책 다니엘 타운의 'Invested' 책을 발견하고 반가운 맘이 들었다. 태어나서 '재테크'라던지 '주식'이라는 말을 해본 적도, 시도해 본 적도 아니 생각해 본 적도 없던 나에게 새로운 시각을 준 책이다. 다니엘 타운은 'Rule #1'을 집필한 주식전문가 아버지 필 타운의 변호사 딸이고, 나름 기업 변호사로 뉴욕에서 열심히 일하다 노동으로 얻는 금전적인 보상에 대한 회의를 느껴, 주식전문가로 엄청난 부를 이룬 아버지에게 주식투자에 대한 조언을 구하면서 그의 삶을 새로운 방향으로 모색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나는 그 책을 읽은 후 필 타운의 'Rule #1'과 'Payback time'을 읽고 주식투자에 대한 나의 기본 방향을 세우기 시작했다. 사실 그의 책에 나온 주식가격평가로 산 아마존 주식은 일 년이 되어가도록 아직 내가 산 가격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필 타운의 'Rule #1'의 두 가지 큰 조건은 다음과 같다.

1. Dont' lose money

2. Don't forget Rule #1

그런 전제에서 보면, 난 아직 그 룰을 지키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산 주식을 팔지 않았기에 아직은 돈을 잃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내가 어째서 내 인생 첫 번째 투자에서 Margin of safety(안전마진)을 얻지 못했는지, 어떻게 방향을 다시 잡아서 하는 건지 지금은 분석 중이다. 


다니엘 타운 옆에 찾은 다른 책은 소박하고 간소한 삶으로 젊은 나이에 더 이상 돈을 벌기 위해 일하지 않아도 되는 삶을 만든 젊은 부부의 이야기를 다룬 책인데 정확한 책 제목이 기억나지 않는다. 첫 번째 챕터를 읽고 다음 주를 기약하면 돌아왔다. 


최근에 '파이어족'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나름 젊은 나이에 경제적 독립을 이루어 은퇴한다라는 의미로 생각되는 것 같지만, 미국에서는 꼭 돈을 많이 모아 된다기보다는 적은 돈으로도 생활하여 나름의 경제적 자립을 이루는 것을 목표로 하는 방향을 추구하는 것 같다. 



                                      



최근 들어 경제적 성공을 이룬 사람들이 쓴 책들을 열심히 찾아 읽기 시작했다. 최근에 읽은 선물 주는 산타님의 '선물 주는 산타의 주식투자 시크릿', 박성현 님의 '아빠의 첫 돈공부' 그리고 너나위님의 '월급쟁이 부자로 은퇴하라'의 책들은-너나위 님의 책은 아직 끝내지는 못했지만- 현재를 살아가는 평범한 직장인인 우리가 어떻게 해야 경제적 자유를 누릴 수 있는가에 대해 얘기한다. 경제적 성공을 이룬 사람들은 '나 같은 평범한 사람도 이룬 일이니 당신도 할 수 있다'라고 말한다. 

내가 한국에서 병원을 운영하며 미국 수의사 준비를 시작할 때, 주변의 친한 몇몇 친구들에게 같이 해보지 않겠냐고 권한적이 있다. 나름 똑똑한 친구들이고 기본적인 영어도 나보다 잘했고, 한국사회에서 극심한 경쟁구조 안에서 충분히 힘들어하는 걸 알았기에 나와 같이 시도하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그들은 동참하지 않았다. 여러 번의 시험과, 미국에 와서 봐야 하는 임상시험까지 여러 번의 좌절과 할 수 있을까 하는 자기 회의를 느끼며, 그 친구들이라면 나보다 잘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여러 번 했었다. 그렇지만, 더 능력이 있다고 시도조차 하지 않을 일에서 결과를 얻을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니, 경제적으로 성공한 이들의 '너도 할 수 있다'는 멘트는 아마도 '네가 시도한다면 할 수 있다'로 바꿔 말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나는 내가 태어나서 한 번도 해본 적인 없는 일을 시도하고 있다. 숫자나 공식을 좋아하지도 않고, 경제 기사를 읽어 본 적도 없고, 투자나 재테크를 생각해 본 적도 없었다. 사는 게 바빴고, 먼저 갚아야 할 빚이 있었고, 투자를 할 만큼 여유돈이 없었고,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았다는 말로 변명을 하면서 말이다.. 워런 버핏은 '자신은 부자가 될 것이라고 항상 믿고 있었고, 그 사실을 단 한순간도 의심한 적이 없었다'라고 말한다. 어떻게 사람은 그렇게 다른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가 있는 건가 싶기도 하다. 


미국에 오기 전 캘리포니아 주면허를 따기 위해 엘에이에 사는 고등학교 동창네 집에 며칠 머무른 적이 있다. 사실 학교 다닐 때도 얼굴만 알았지 말 한번 나눠본 적 없는 사이였는데, 몇 년 전부터 서울에 사는 동창들과 그 친구가 한국에 방문할 때마다 몇 번 모임에 나가 만난 게 인연이 되어, 알게 되었다. 그 친구네 오기 전 한국에서 뭔가 필요한 게 있냐 물었더니, 로버트 기요사키의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를 사다 달라고 부탁을 받았다. 그리고, 미국에 와서 본 그 친구가 자기 사업체를 가지고 여러 채의 집을 소유한 부유한 사람이란 걸 알게 되었다. 그 친구 회사를 방문했을 때 들은 말은 본인은 한국에 있을 때도 동대문에서 나름 크게 장사를 하여 돈을 많이 벌었고, 이십 대 초반부터 부자가 되고 싶었다고 했다. 미국에서 집을 너무 많이 사고팔다 보니, 부동산 중개인에 지불하는 수수료가 너무 많아, 남편과 같이 부동산 중개인 자격을 최근에 시험을 봐서 획득했다고 했다. 그렇지만, 벤츠를 타고 다니는 지금도 집에 재활용 유리병이 있으면 모아서 가게에 갖다 주고 돈을 받는다고 했다. 사실 그때만 해도 나는, 미국수의사 시험과 이민에 대한 생각으로 머리가 차 있어서, 막연히 대단하다는 생각 외에는 특별한 생각이 들지는 않았었다. 


그런데 지금 내가 삶에 다른 세팅을 준비하고 있으며, 부자가 된 모든 사람들에 대해 생각을 해보고 있다. 경제용어나 주식용어를 공부하고, 책을 읽고, 경제뉴스를 읽는다. 주식용어를 되새길 때마다 아직 저항감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다. 학교 다닐 때 무언가 새로운 걸 배우고 습득할 때마다 두세 번의 큰 결심을 해야 하는 것과 비슷하다. 그렇지만, 지금 이 불편의 다리를 건너지 않는다면, 십 년, 이십 년 후에 나는 후회할 것이 분명하고, 돈문제로 죽을 때까지 고민을 할 것이 분명하다. 

'돈으로 행복을 살 수는 없지만, 돈이 있으면 인생의 많은 문제가 해결된다' 

'식당에서 음식값을 신경 쓰지 않고 먹을 수 있는 자유가 있다'

'내 아이들이 학자금 대출을 갖고 사회에 나오지 않아도 된다'


다행인 것은, 전문직이라는 직업은 고용에 대한 문제를 덜 고민해도 되고, 어쩌면 죽을 때까지(?) 권고사직을 받지 않고 일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누구도 죽을 때까지 일하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특히나 쓸 돈을 마련하기 위해서 말이다.  내 시간을 바쳐 돈을 받아야 하는 시스템에서 벗어날 수 없다면, 나는 평생 돈의 노예로 살수 밖에 없다. 예전의 나였다면, 생애 처음 투자한 주식이 최고가여서 산직 후부터 하락을 했다면, '역시 나는 주식 따위는 하는 게 아니었어. 주식은 역시 아무나 하는 게 아니야'라며 바로 포기하고, 인플레이션으로 매년 가치가 하락하는 현금만을 저축하며 살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투자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걸 이제는 알고 있기에, 이번에 낸 수업료로 다음의 성공을 기약할 수밖에 없다. 다만, 내가 얻은 교훈을 절대 잊지 않을 것이다.

'절대 원금을 잃지 않는다.'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원금을 지키기 위해 투자를 한다.'

'내 평생에 한 번만 투자를 할 수 있다면 지금 이 주식을 사겠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주식을 사는 게 아니라 회사를 사는 것이다. 내 자손에게 물려줄 만큼 좋은 회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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