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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 Mar 13. 2023

포기하지 말자!

"Never never never give up(절대 포기하지 마세요)"

과거 영국의 총리였던 윈스턴 처칠이 옥스퍼드대학 졸업식 축사로 한 말이라고 한다. 


한국에서 미국 수의사시험준비를 하던 시절, 영어시험과 두 번의 필기시험을 치르고, 마지막 임상실습시험준비를 하던 때였다. 시험이 1월인가로 기억하는데, 그걸 준비하기 위해 낮에는 병원에서 일을 하고 집에 와 아이들 저녁을 먹이고 씻긴 후, 남편이 일을 마치고 들어오면 다시 병원으로 나가 새벽까지 공부를 하다 들어오곤 했다. 그때가 연말이라 새벽 한두 시에 집에 오는 길에는 거의 대부분 길거리를 채운 술 취해 웃고 떠들며 가는 사람들을 보곤 했다. 그럴 때면, 남들은 연말이라고 새벽까지 술을 마시고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데, 나는 왜 이러고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리고, 나는 7개의 임상과목 중 마취를 세 번이나 보는 고생을 해야 했다. 세 번씩이나 한국에서 최소 일주일이상 집을 떠나 라스베이거스로 날아가 시험을 보는 것은 시차적응만큼 나 고생스러웠다. 그때는 라스베이거스 직항도 없던 터라, 하와이를 경유하여 시험을 보러 갔는데, 두 번째 시험을 보러 갔을 때 만난 한국 친구가 기억에 남는다. 그 친구는 이십 대 중반의 서울대 수의학과를 졸업하고 군대를 가기 전에 임상시험까지 보던 친구였는데, 마사회 실습을 갔을 때 알게 되었다. 주변의 다른 서울대 학생들의 얘기를 빌리면, 그 친구는 공부도 잘하고 머리도 좋아,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배우 조정석이 맡은 캐릭터처럼 맨날 놀면서도 일등을 놓치지 않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런 그 친구가 수술시험에서 계속 미끄러져, 내가 두 번째 마취시험을 보러 갔을 때 그 친구는 세 번째 수술시험을 보는 상황이었다. 

미국 수의사 임상시험은 7개의 과목을 보고, 세 개 미만의 탈락이 있을 경우 탈락한 시험만 선택해 두 번 더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그런데 세 번째에도 탈락을 하면, 7개의 과목시험을 모두 다시 봐야만 하는 것이다. 시험이 끝난 후 같은 비행기를 타고 오게 되어 그 친구와 하와이에서 경유하면서 잠깐 얘기할 기회가 생겼을 때, 그 친구에게 만약 이번에도 안됬으면 어떡할 거냐고 물어보았다. 사실 서울대출신에 똑똑한 친구니, 굳이 미국에 가지 않아도 기회가 많을 거라 생각해 물어본 질문이었는데, 그 친구는 당연하다는 듯이 담담히 '다시 봐야죠.'라고 말하는 것을 듣고 나는 적지않이 충격을 받았다. 그렇게 잘난 친구가 미국수의사 시험이라고 그렇게 여러 번을 보는 게 당연한데, 왜 나는 '세 번째 시험에서 안되면 포기해야지'라는 생각을 갖게 된 것일까. 

어쩌면 나는 한국에서 일을 해도 굶어 죽는 거 아닌데, 안되면 그냥 살면 되지라는 막연한 탈출구를 미리 준비해놓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싶었다. 


간혹 과거의 전쟁에 대한 비화들을 들을 때, 정말로 불리한 상황에서 승리로 이끈 경우들을 보게 된다. 그런 경우 대단한 전술로 승리를 이끌었다기보다는 퇴로를 차단해 버린 경우들이 있다. 돌아가 배를 불태워버린다거나, 갖고 있던 식량을 최소한만 남기고 버리기도 했다. 전쟁에 이기거나 죽거나 둘 중 하나의 경우만 남아있다면, 죽지 않기 위해 죽을 힘들 다해 싸워 이겼던 것이다. 




내가 미국수의사 시험준비를 시작한 건 이민을 가야겠다는 막연한 목표가 생겼기 때문이었다. 표면적인 이유는 시댁과의 불화였다. 착한 남편은 나를 위해 가족을 버릴 수도 있다 말하기도 했지만, 내가 불편한 것이 시부모님이 나쁘다기보다는 그들이 강요하는 가족관계를 내가 숨 막혀한 것이고, 그로 인해 남편에게서 부모를 빼앗을 수는 없다 생각했고, 나에게는 좀 더 합리적인 분리 방안이 필요했던 것이라 그때는 생각했다. 하지만, 지나고 보니, 1분 거리의 집과 병원을 왕복하는 일상과 나에게 주어진 특별한 목표가 없는 생활에 지친 탓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 중간중간시험을 보고, 진급을 하고, 면허시험을 보며 뭔가에 대한 목표가 항상 있었다. 그 후로는 취업, 개업, 결혼, 육아라는 새로운 과제들이 주어졌지만, 아이가 어느 정도 크면서 점점 쳇바퀴 도는 일상 속으로 빠져들면서, 나에게 아마도 새로운 목표가 필요했던 것 같다. 


그리고, 몇 년간의 지루한 미국 수의사준비가 막을 내리고 나는 새로이 정착해 일을 하고 있다. 처음에는 새로운 곳과 새로운 사람들과 문화에 적응하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이제는 꽤 적응이 되었고, 나름 능력도 주변에서 인정받는다는 생각이 든다. 따박따박 들어오는 월급으로 생활도 가능하고, 모기지가 있긴 하지만 가족들이 편안히 생활할 수 있을만한 집도 생겼다. 그렇다면 나는 다음의 목표가 필요하다. 내일의 삶이 오늘과 같다면, 그 삶은 나에게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 목표는 이제 단순한 나의 자기계발이 목적이 아니다.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일이 아니라,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이다. 

'Financial freedom(경제적 자유)'

우리는 내일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른다. 갑자기 아플 수도 사고가 날 수도 있다. 혹은 정말 이십 년, 삼십 년 일을 꾸준히 잘했다 하더라고, 간신히 집의 모기지를 갚고, 사회보장 연금으로 근근이 살아가는 상황이 된다. 물론 직장 연금이나 개인연금이 보태진다면, 일정 부분 이상의 생활을 누리는데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어디가 아파 병원신세를 진다면 갑자기 엄청난 부채가 생길 수도 있고, 사랑하는 나의 아이들에게 어떠한 경제적인 도움도 줄 수가 없다. 


최근 여러 자기 개발서와 부자들의 책을 보면서, 그들이 말하는 두 가지 공통점을 발견했다. 

'부나 부자들을 경멸하지 말라는 말'과 '모든 책임을 자신이 지라는 말'이다. 처음에는 의아했다. 세상 누구도 부자가 되기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되는데, 부를 경멸하다니, 이건 무슨 말인가. 

사람들은 돈을 벌고 부를 누리고 싶으면서도, 그것에 대해 말하는 것은 터부시 하는 경향이 있다.  누군가 티브이 드라마나 연예인 얘기를 주로 한다면 재미있게 들을 수 있겠지만, 누군가 돈을 어떻게 굴려야 하는가에 대해 자주 얘기한다면 사람들은 그 사람이 돈얘기만 하는 속물이라 생각한다. 사실은 세상에서 돈을 벌어 부를 일구는 일보다 더 필수적인 일은 없는데도 말이다. 매달 돈을 벌어 공과금과 식료품에 대부분의 돈을 쓰고, 신용카드 비용을 지불하면 끝인 월급으로 생활하는 게 정답일 수는 없다. 

또한 사람들은 자신 주변사람이 바뀌면 자신이 더 행복해질 수 있다 생각한다. '남편이, 자식이, 친구가, 직장상사가...' 끝도 없이 누군가에 의해 자신의 삶을 지배당한다. 내 삶을 온전히 내 몫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인생은 바뀔 수 없다. 내가 돈도 벌어 경제상황을 바꾸고, 내가 남편과 아이들에게 먼저 손을 내밀어주고 사랑으로 보듬으면, 내가 삶의 주도권을 쥘 수 있다. 


이번달에 나는 나의 투자원칙을 세워준 필 타운의 3일간의  'Rule #1'세미나를 신청했다. 그의 책으로 공부하는 것이 도움은 되지만, 직접 강의를 들으면 낫지 않을까 생각한 것이다. 아직은 경제용어도 낯설고, EPS니 ROIC니 하는 말을 간신히 이해하기 시작했고, 워런버핏의 스승인 벤자민 그레이엄의 '현명한 투자자'는 아지도 반이나 남아있다. 그렇지만 포기하지 않는다면 나는 길을 찾을 것이고, 승리할 것이다. 

보도섀퍼의 '이기는 습관'은 어린 시절 읽은 헤르만 헤세의 책만큼이나 한줄한줄 보석 같은 얘기를 한다. 성장은 진화이고, 진화하지 않는 삶은 퇴행할 수밖에 없다는. 책을 읽는거 만큼이나 실천하는 것도 중요하다. 나는 실수일기를 시작했다. 매일 일을 끝내면, 그날 한 일중 실수를 했거나, 다른 방식으로 하는 것이 더 나을것 같은 내용에 대해 메모하는 것이다. 그리고, 내 일에 관해, 하루에 한가지씩 공부하는 것이다. 오늘한 실수를 내일 하지않고, 오늘보다 한가지 더 알고 있는 내일의 나를 만드는게 목표이다. 

나는 나이를 먹고 늙어가지만, 내 정신은 성장할 것이고 진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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