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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 Mar 20. 2023

고통은 좋은 것이다?

내가 살면서 가장 잘했다고 생각하는 일 중 하나가 삼십 대 초반에 요가를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운동을 위해 요가를 시작한 게 아니었다. 그때쯤 나는 동물병원 개원을 하고 사람들 관계에서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했다. 나름은 의료행위를 한다는 자부심을 갖고 싶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고, 뭔가 마음을 달래는 탈출구가 필요했던 것이다. 한 번은 진료비 외 초진비로 4천 원을 청구하고 '이돈 받아서 부자 되겠다'는 한 손님의 얘기를 듣고 심하게 마음의 상처를 받은 일도 있었다. 지금은 조금 다를지도 모르지만, 뭐든 가격은 흥정하고 보자는 우리 문화는 진료비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나는 사람들과 돈얘기를 하는 걸 싫어했고, 주변병원에서 이 정도 비용으로 수술을 해주니 너도 그렇게 해주면 여기서 하겠다는 등의 가격흥정을 해오는 손님들과의 상대는 나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주변에서 병원일을 장사로 하겠다는 마인드를 가진 친구들이 더 번창하는 것도 그런 이유이지 않나 싶었다. 


그즈음 지나가다 본 요가학원의 개원광고를 보고, 덥석 시작한 요가는 나의 생각과는 완전히 달랐다. 주로 이삼십 대 여성을 타깃으로 한 요가학원의 목표는 사실 체중관리와 운동이었다. 한여름에서 온돌과 히터를 틀어 실내온도를 30도 이상으로 맞추고 하는 '핫요가'나 기구를 주로 이용하는 '필라테스'는 거의 극기체험에 가까웠다. 멋모르고 시작한 요가는 한 시간 운동을 하고 나면, 한겨울에도 땀을 흠뻑 흘리고 나오곤 했다. 거의 매일 일이 끝나고 운동을 하고 나오면 11시가 넘었고, 그렇게 매일이 지나갔다. 무슨 생각으로 그걸 계속했는지는 지금 생각해 보면 잘 알 수가 없지만, 나의 의도와 다른 요가였어도 하루하루 몸이 탄탄해지고, 한 시간 아무 생각 없이 헉헉대며 몸을 비틀고 나서 느끼는 나름의 성취감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렇게 일이 년이 가고, 임신 후에는 임산부 요가를 하고, 출산 후 불은 몸을 다지기 위해 다시 하고, 그렇게 십 년 넘게 주야장창 요가학원을 다녔다. 처음 몇 년은 힘들지만 효과가 보이니 버티자 했고, 출산 후 살이 쪘으니 살을 빼자 했고, 그 후에는 학원을 한두 달 쉬면 몸이 찌뿌둥해져서 안 할 수가 없는 상태가 되었다. 주변 사람들은 몸이 개운하지 않으면 마사지를 받는데, 나는 요가 학원을 갔다. 혹자는 마사지의 효과는 하루가 가고, 운동의 효과는 일주일이 간다고 했다. 운동을 하면서 느껴지는 고통은 어느샌가 희열로 바뀌어 가고 있었다. 


보도 섀퍼의 책 '이기는 습관'에서 그는 '고통은 즐거움이다'라고 말한다. 무언가를 할 때 자신을 쥐어짜 목표의 10프로를 더하는 것과 같이, 무언가를 할 때 오는 고통은 우리를 발전시키는 즐거움이라는 말이다. 고통이 없이 무언가를 얻을 수는 없다. 돈 받은 거보다 더 일하고, 목표한 푸시업에서 열개를 더한다면 미래가 달라지지 않을 이유가 없다. 


미국에 처음 와서 몆 달은 학교에 다니는라 정신이 없었고 당연히 요가학원을 찾아볼 겨를도 없었다. 외과나 내과 로테이션을 돌 때에는 새벽 4시나 5시에 나가는 일도 허다했고, 주말에도 당연히 학교 병원에 입원환자를 돌봐야 했다. 수술 로테이션에는 학생마다 온콜을 받아야 하기에, 내가 온콜인 날에 새벽수술이 잡히면 자다가도 나가서 대기해야 했다. 한 번은 7시에 전화를 받고 나가서 손님의 수술 결정의 기다리고 수술이 들어간 시간은 새벽 1시였고, 수술이 끝나고 새벽 3시쯤 근처 후배네 집에 가 쪽잠을 자고 다시 7시에 학교로 가기도 했다. 마흔이 넘은 나이에 이게 뭐 하는 짓인가 따위를 생각할 여유도 없었다. 그러다 이렇게 학교만 다니는 건 아니다 싶어 혼자 하는 운동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전에 학원에서 하던 동작을 나름 기억해서 해보려고 했는데, 그러다 보니 이거 저거 마구 섞여서 아무 도움도 되는 것 같지 않았다. 그래서, 스트레칭부터 시작해 근력운동으로 마무리하는 운동을 시작했고, 중간중간 추가로 더 필요하 것 같은 동작을 추가하고 보강해 나갔다.


사십이 넘어가면서 주변의 친구들은 아픈 데가 많다 혹은 몸이 전과 다르다는 말을 많이 했지만, 한국에서 요가를 하는 동안에 나는 크게 다른 걸 느끼지 못했었다. 미국에서도 나름 걷기도 하고, 틈틈이 운동을 하는 걸로 되겠다 처음에는 생각했는데, 스트레칭이 충분하지 못했는지 아니면 골고루 전신운동이 안된 건지, 가끔 어깨가 아프거나 골반이 아프기 시작했다. 그래서, 어깨 운동과 골반운동을 추가했고, 운동의 강도도 늘려가고 있다. 고등학생 큰딸이 최근 필라테스를 시작했는데, 나도 학원에 다시 가볼까 하는 생각도 드는데, 여기서는 시간 너무 한정적이라 아직은 고민 중이다. 나는 밤에 운동을 하는 걸 좋아한다. 운동을 하고 나면 너무 나른해져서 바로 잠을 자는 게 나한테는 맞기도 하고, 운동 후에 무언가 먹는 것도 싫기 때문이다. 


최근 새집으로 이사 후, 아침에 강아지 산책 겸 삼십 분 걷는 걸로 하루의 걷기는 다되었다고 안심했던 것이 나의 늘어난 뱃살과 옆구리살의 결과로 나타났다. 일할 때 굽히거나 숙일 때 부담스러워졌고, 늘 입고 다니던 스크럽이 타이트해지기 시작했다. 다시 생활태도를 점검할 시점인가 보다. 저녁 산책을 다시 시작했고, 식사를 줄이기로 결심했다. 배부르게 먹으면 기분도 나쁘고, 소화시키느라 여분의 에너지를 쓰는 것도 낭비라고 생각되면서도 어리석게 매일 배부르게 먹는 나를 반성하고 있다. 미국인들은 약간의 운동을 하고 운동의 4배의 칼로리를 먹는다는 얘기를 들었다. 운동을 한다고 살이 찌지 않는 건 아니다. 가끔 손님들이 비만한 강아지나 고양이를 데리고 와서 어떻게 체중을 줄여야 되냐고 묻는다. 사실 살을 빼는 건 정말 간단하다. 덜먹고 더 움직이면 된다. 그게 말처럼 쉽지 않을 뿐이다. 살이 찌는 건 내가 쓰는 에너지보다 더 많이 몸으로 집어넣기 때문이다. 간단하지만 하느냐 하지 못하느냐가 현실을 반영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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