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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 Apr 03. 2023

스토리가 전부다!

작년 여름쯤 시작한 나의 브런치는 어느새 일 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매주 한 번은 글을 쓰자 다짐했지만, 일이 생기면 빼먹기도 했고, 특히 지난주는  3일간의 쉬는 날을 모두 투자 하루 8시간의 세미나를 마치고는 기진맥진해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늘 하던 일에 관한 세미나라고 하더라고 피곤했을 텐데, 전혀 문외한 분야에 대한 새로운 지식은 엄청난 부담으로 느껴졌다. 세미나를 마친 후 한 후배의 '그래서 결론은 뭐였나요?'라는 질문은 새로운 시각을 선사해 주었다. 


살면서 주식이나 재테크는 나와 전혀 다른 누군가 아주 특별한 사람들만이 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아니 정확히는 시간적 금전적 여유가 있고, 숫자나 경제관념에 능한 사람들 말이다. 그런 내가 하필 집어든 책이 뼈 빠지게 공부해서 변호사가 되어, 주 60-80시간을 일하면 위장병을 달고 사는 사람의 얘기였다. 그러면서 그가 주식으로 크게 부를 이룬 그의 아버지에게 투자에 대한 개념을 배워가며 다른 삶을 살게 되는 이야기다. 나는 바로 그의 아버지 책을 집어 들었고, 이번에 그의 세미나까지 듣게 된 것이다. 책으로 내 나름대로 회사와 주식을 선택하고 평가하는 방법을 배웠지만, 일 년 전 나의 투자는 현재까지 전혀 수익이 없고, 나는 왜 나의 투자가 실패했지는 알아야 했다. 그의 세미나를 들으면서, 과거에 내가 한 계산법을 다시 확인해 보니 오류 투성이었다. 도저히 말도 안 되는 자료로 말도 안 되는 결과물을 도출했던 것이다. 왜 그랬는지는 정확히는 알 수가 없지만, 아마도 책 두 권을 읽고 전혀 이해되지 않는 자료들로 나의 급한 성격이 더해져 나온 당연한 결과가 아닐까 싶다. 


특별히 주식 책이 아니더라도, 최근에 읽은 자기 개발서에는 주식에 대한 간단한 개념을 말하는 걸 들을 수 있다. 어떤 회사에 주식을 사려고 한다면 우리는 그 주식가가 내가 살만한 좋은 가격인지 아닌지 평가를 해야 한다. 어떤 사람들은 오르내리는 주식 차트를 보면서 이 정도면 싸지 않을까 생각해 사기도 하고, 어떤 사람들은 나름 분석을 해서 사기도 할 것이다. 아주 간단하게 얘기하면, PE(주당 순이익비율)에 EPS(주당순이익)을 곱하면 주식가가 나온다. 그러면 PE를 어떻게 볼 것인가로 주식의 가격을 선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주식을 사게 되면 우리는 수익을 바란다. 그렇다면, 현재 PE나 EPS나 현재 성장률을 모른다면 우리는 주식 가격도 알 수가 없는 것이다. 이런 대략적인 부분만이 아니라 어떤 기업에 투자를 하게 되었을 때는, 그 기업의 수익구조가 어떻게 되는지, 성장률은 일정한지, 회사의 큰 이변은 없었는지, 회사의 CEO가 잘 운영을 하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는 게, 내가 들은 세미나의 큰 부분이다. 


다시 후배의 '결론'에 대한 질문으로 돌아가자면, 우리가 삶을 살아가며 어떠한 결정들을 할 때 우리는 항상 스토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세미나에서 기업선정, 분석, 가격 계산, 현금 창출에 대한 내용들을 보여주면서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은 스토리텔링이다. 우리가 투자하고 싶은 기업에 대해 우리만의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왜 그 회사가 좋은지, 그 회사는 뭘 하는 회사인지, 누가 운영하는지, 과거 운영내용은 어떠한지, 그리고 그 성장률이 비추어 어떤 가격으로 사는 것이 좋은지, 문제가 있다면 어떤 문제이고 어떻게 해결될 수 있는지 아니면 미래에 소멸할 것인지. 내가 어떤 학교를 진학하고, 누구를 만나 결혼을 하고, 어떤 미래를 결정하는지 우리는 알게 모르게 우리의 스토리라인을 따라간다. 그게 성격이 될 수도 있고, 주변의 영향일 수도 있지만, 각자는 자신만의 스토리가 있다. 그래서 내린 나의 결론은 '나의 스토리를 찾아가자.'였다. 


최근에 나오는 말인 '뇌 가소성'이라는 말은, 나이와 상관없이 뇌가 유동적으로 변하면 성장한다는 것을 말한다. 나이가 들면 새로운 것을 뇌세포도 늙어간다는  기존을 생각을 깨고, 우리가 노력하는 한 새로운 신경회로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나이가 어려도 사용하지 않는 뇌는 퇴화한다는 것이다. 세미나를 듣고 생소한 개념을 접하면서 처음에는 과연 내가 이런 분야에 끼어들 수 있을까 하는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 그런데 우리에게 뇌 가소성이 있고, 또한 우리가 만들어가는 스토리가 있다. 우리가 열광하는 티브 프로나 영화도 아주 흥미로운 스토리가 있어서이다. 


누군가는 60 혹은 70대에 몸짱이 되어 바디 콘테스트에 나가기도 하고, 오십에 배우 전도연처럼 액션에 도전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전도연의 최근 영화 '길복순'은 재미있었다. 오랜만에 본 재미있는 영화였다. 사실 넷플렉스의 영화에 크게 기대하지도 않고, 전도연의 액션이라니, 사실 구미가 당기지는 않았다. 그런데 의외로 보는 두 시간 내내 아무 생각 없어 영화에만 몰두할 정도로 꽤 잘 만든 영화였다. 한국식 킬러 영화라니! 

우리는 영화에서도 스토리를 보고, 인생에서도 스토리를 보고, 회사에서도 스토리를 본다. 그리고, 잘되기 위해서는 재미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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