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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 Apr 17. 2023

향수:기분이 좋아지는 향

예전에 파트리트 쥐스퀸트라는 독일 작가의 소설 '향수:어느 살인자의 이야기'를 아주 감명 깊게 읽은 적인 있다. 원래도 냄새에 민감했던 나는 냄새에 따라 기분이 좋아지기도 혹은 나빠지기도 했던 경험이 많기에 이 책은 아주 강한 인상으로 남아있다. 작품에서 주인공은 향수를 만들기 시작하고, 사람들의 감정과 행동을 조정할 수 있을 정도의 아주 강력한 향수를 만든다. 한 젊은 여성의 냄새를 담기 위해 살인까지도 스스럼없이 저지르는 주인공의 행동은 원하는 향에 대한 강렬한 욕망을 나타낸다. 


어린 시절 나는 음식을 먹기 전에 냄새를 맡다가 혼이 난적이 많았다. 나는 아무리 맛있어 보이는 음식도 냄새가 맘에 들지 않으면 먹지 않았고, 그래서 웬만해서는 고기를 먹지 않았다. 할머니가 정말 간을 많이 하셔서 고기냄새가 양념냄새에 완전히 덮이거나, 혹은 된장찌개 등에 들어가 오래 끊여져서 고기의 원래 향과 맛이 사라져 딱딱해진 된장맛이 날 때 정도야 먹곤 했다. 그래서 산과 들에서 나무나 풀 혹은 꽃냄새를 맡으면 기분이 좋아져서 하루종일 친구들과 산과 들을 뛰어다니곤 했다. 시골에서 자란 나에게 이 시기는 맘껏 자연의 냄새를 맡을 수 있었던 행복한 나날들이었다. 


사람에게도 각자 고유한 냄새가 있다고 생각한다. 체취가 그중 하나겠지만, 그런 강한 냄새 말고도 사람의 각자의 냄새를 지니고 있다. 물론 여자들은 씻고 화장품을 바르는 행위로 그 냄새를 덮어버리긴 하지만 가끔은 그 냄새가 너무 강력해서 인공적인 냄새로 덮이지 않는 경우도 있다. 좋은 향을 좋아하다 보니, 나는 향수도 좋아해서 젊은 시절 한동안은 향수를 모으기도 했다. 문제는 살짝 나는 향수냄새는 좋지만, 내 몸에 바르면 그 냄새에 내가 점점 질식되어 나중에는 속이 미슥거리기까지해서 점점 향수를 사용할 수가 없게 되자 구매를 그만두게 되었다. 어린 시절 할머니에게서는 할머니 냄새가 있었다. 그게 뭔지 몰랐지만, 내가 너무나 좋아하는 할머니라 나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전에는 은은한 화장품 냄새가 나던 시어머니가 최근 몇 년에는 점점 그때 느꼈던 할머니 냄새가 나기 시작한 것이다. 굳이 설명하자면 약간의 녹슨 쇠냄새 같은 냄새 비슷하다. 그냥 개인적인 생각으로 이것이 나이 든 사람들이 어느 정도 공통적으로 나는 냄새가 아닐까 싶기도 해서, 나도 나이 들면 이런 냄새가 나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물론 그 냄새가 굳이 나쁘거나 하지는 않지만, 굳이 향기로운 것도 아니기에, 내가 좀 더 나이 들게 되면 젊었을 때보다 두배로 열심히 씻고 좋은 냄새가 나는 화장품을 써야겠다 결심을 해보기도 했다. 


효과적인 학습법을 알려주는 최근 읽은 짐 퀵의 '마지막 몰입'에서도 몰입상태를 만드는 전제조건 중에 하나가 냄새라고 한다. 사람이 좋은 냄새를 맡으면 긍정적인 마음이 들고 그랬을 때 최적의 몰입상태에 더 도움이 된다고 말이다. 무언가 집중해야 하는 것을 할 때, 아로마 향을 손목에 살짝 떨어뜨려놓고 하라고 한다.  좋은 냄새를 맡았을 때 싫어할 사람은 없다. 물론 그도 약간은 주관적인 판단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라 각각의 좋은 냄새는 약간의 차이가 나겠지만, 좀 더 일반적으로 널리 유행하는 향수가 있는 것을 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의 취향은 비슷하지 않은가 생각된다. 

그렇지만 나의 최애 향은 꽃냄새이다. 시골에서 자라서 그런지 나는 꽃냄새만 맡으면 기분이 들뜬다. 장미향을 맡으면 나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진다. 장미향이라고 인지하기 전에 내 기분이 먼저 좋아지기에, 장미향이라는 판단은 나중에 제품의 라벨을 보고서야 알게 되는 경우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목욕한 지 일주일만 지나면 꼬릿꼬릿한 냄새가 나는 우리 집 강아지의 냄새는 참을만하니 감정이 취향보다 우선인 듯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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