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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 May 07. 2023

삶의 조각 맞추기

Dictates our life, fate or intuition?

미국 수의사과정의 마지막이었던 3일간의 임상시험 중 나는 마취과목을 두 번이나 탈락하여 세 번째 시험을 보러 라스베이거스로 날아가야 했다. 한참 어린아이였던 둘째를 돌보며 병원과 육아를 병행하면서, 시험을 준비하던 나는 비행기를 타러 혼자 공항버스를 타고 인천공항을 가던 시간이나 긴 비행시간도 혼자만의 시간으로 나름 괜찮았었다. 하지만, 일 년 반동안 세 번이나 미국으로 시험을 보러 가는 건 점점 더 스트레스를 동반했다. 나름 서울대학에서 하는 마취과 실습도 따로 갔었지만, 여전히 엄청난 마음의 부담을 덜어낼 수가 없었다. 시험시작 전 대기실에서 다른 시험생들과 앉아있을 때 내가 느낀 느낌은 이건 내가 할 수도 없는 일이고, 내 운명을 거스르는 일이라는 느낌까지 받았다. 그렇지만 다행히도 나는 시험에 통과했고 지금 이 자리에 있다. 


삶을 살아가면서 많은 선택의 순간들이 온다. 나는 그때마다 절대적인 기준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라면, 나의 직감을 따라가곤 했다. 

나는 고등학교 시절 정말로 연극부에 들어가고 싶었다. 수의사로 살아가는 지금 이 순간에, 나는 전에 연기가 하고 싶었고 배우가 되고 싶었다고 하면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연기를 하면서 여러 사람의 인생을 살아보고 싶었다. 그런데, 우리나라 인문계 고등학생의 현실상, 연극부에 시간을 할애하면 그나마 없는 집중력도 떨어져 제대로 된 대학에 갈리만무하리란 걸 모를 수가 없었기에 눈물을 머금고 포기해야 했다. 그때 나의 결심은, '그래 대학에 가서 연극을 하자'였다.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나는 학교 연극동아리를 찾았고 나름의 경쟁률을 뚫고 연극부에 들어갔다. 나는 연극부에 있던 하루하루가 너무 행복했다. 그렇지만, 수의학과는 타 학부에 비해 두 배이상의 수업이 있었고, 그나마 유지하던 연극부 활동도 학년이 올라가 실습을 시작하면서 끝이 나고 말았다. 한번 실습이 시작되면 저녁 7 시건 9 시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이 계속되었고, 연극부의 단 하나의 룰인 매일 저녁 7시에 동아리방에 집합한다를 지킬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대학원시절 나는 일 년간 휴학을 한 적이 있다. 어느 한적한 오후, 친구와 함께 간 카페에서 춘천 연극단 배우모집 광고를 보게 되었다. 나는 정말 잠깐이지만 아주 강하게 망설였다. 정말로 가고 싶었기 때문이었지만, 일단 그곳에 간다면 다시는 나의 과거로 돌아갈 수 없을 거라는 걸 알았기 때문이었다. 지금 와서 웃긴 얘기지만, 한때는 연기에 인생을 걸고 싶은 적이 있었다. 아마 내가 나로서 성공하고 무엇을 증명해야만 하는 부담이 없었다면, 아마도 그 길로 갔을 것이다. 

그렇지만, 외부적으로 성공이라고 보이는 수의사의 길을 포기하기엔 내가 너무 위선적이었을지도 모른다. 



살아가면서 내가 느끼는 건 삶은 실타래와 같다는 것이다. 그냥 한 올 한 올 끼워갈 뿐이지만, 어느 순간 무언가 완성되어 간다. 

삶의 단계마다 나에게는 선택이라는 결정권이 주어졌다. 나는 대학시절 친하지도 않았지만 항상 멀리서 나에게 도움을 손길을 줄 수 있다고 느껴지는 남자와 결혼했고, 한참 아이를 키우고 병원을 하면서 미국 수의사로 새로운 도약을 꿈꾸었다. 

이제 나에게 주어진 다른 미션은 '부'에 대한 열망이다. 하브에커의 책을 읽으면서 사람들이 부자에 대해 갖는 부정적인 생각에 처음에는 의문을 가졌다. 왜? 대부분의 사람들은 뭔가를 사고 싶어 하거나 부자가 되고 싶어 하지 않는가? 누군가에게 '부자가 되고 싶으세요?'라고 물었을 때 '아뇨. 전 싫어요'라고 하는 사람은 드믈것이다. 그런데 누군가 부에 대해 얘기하고 돈을 많이 벌고 싶어 하면 속물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의 한 친구가 뭔가 나한테 보낼 것이 있다면서 갖고 싶은 게 있냐고 물어서 김승호 님의 '부의 속성'에 대해 보내달라고 얘기한 적이 있다. 그 친구는 나에게 '그런 걸 읽으면 재미있나'라는 질문을 던졌다. 

비슷한 종류의 책을 엄마에게 부탁한 적이 있다. 엄마는 나에게 ' 너는 요즘 돈타령만 하는구나'라는 얘기를 하셨다. 


나는 아직도 물론 드라마와 영화 보는 것을 매우 즐긴다. 내가 가장 행복한 시간의 너무 재밌는 영화나 드라마를 볼 때이다. 몸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세포가 하나하나 튕겨져 나오는 걸 느끼기도 한다. 그래서 부에 대한 내 잠재의식을 세팅하려고 할 때 즐거운 영화를 보면서 긍정적인 에너지를 만들려고 한다. 

내가 원하는 것을 얻으려고 한다면, 강한 열망이 필요하다. 그런데 그 열망을 유지하려면 긍정적인 에너지가 필요하다. 한국판으로 다시 보는 나폴레옹 힐의 '생각하라 그리고 부자가 되어라'는 단순히 부에 대한 얘기는 아니라고 생각된다. 사람이 무언가를 이루고 싶다는 생각 그리고 그걸 이루는 힘이라고 생각된다. 

전에는 8시 출근을 위해 7시가 넘어 간신히 일어나 허겁지겁 준비해서 나가곤 했다. 나에겐 잠을 조금 더 자는 게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6시 좀 넘어 기상을 해서 우리 강아지와 삼십 분 산책을 한다. 물론 성공한 사람들은 4시 혹은 5시에 기상을 한다고 하지만, 나한테 중요한 건 하루를 이기면서 시작하는 것이다. 내가 6시 몇 분에 일어나는 것은 하루를 이기면서 시작하는 것이다. 나의 잠에 대한 미련을 이기고, 더 자고 싶은 욕구를 이기는 것이다. 


브런치에 글을 쓴지도 어느덧 일년이 되어간다. 내가 브런치를 시작한 이유는 어린시절의 작가라는 꿈을 과연 다시 이룰수 있을까라는 막연한 두려움에서 시작되었다. 내가 연기를 하고 싶었던 만큼 나는 글을 쓰고 싶기도 했다. 그렇지만, 대학이후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다 작가의 꿈이 다시 나에게 들어왔다. 병원에서의 패스워드에 '어린시절 당신의 꿈은 무엇인가?'라는 한 문장이 나를 다시 자각시켰고, 어쩌면 나를 수의사로 이끈 엄마의 '책을 한번 써보는 건 어때? 너 글쓰는건 좋아했잖아'라는 말이었다. 


삶이 우리에게 던져주는 작은 기회들과 힌트를 우리가 받아들이느냐 흘려버리느냐는 각자에게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기회가 우리에게 오지 않는 것이 아니라, 준비하고 있지않던 우리가 그걸 알아차리지도 못한 걸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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