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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 May 20. 2023

운명을 거스르는 사람들

대부분의 사람들이 말하는 '가난은 대물림되고, 부자가 부자자식을 낳는다' 등의 얘기는 대체로 맞는 말이다. 그런데 그 이유가 꼭 물질적인 이유로 그렇게 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된다. 사람은 자신이 자라온 배경과 환경에 의해 영향을 받고, 그로 인한 삶에 대한 태도나 생각들에 의해 지배당하기 쉽다. 가끔 그런 루틴을 깨는 사람들이 아마 흙수저에서 자수성가 부자가 되거나, 특별한 아이디어로 성공하는 사람들일 것이다. 그런 운명을 타고났다기보다는 자신의 운명을 거스르는 행동을 한 사람들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 자청의 '역행자'에서는 그런 운명대로 사는 사람을 '순리자', 그리고 그 운명을 거스르는 사람을 '역행자'라 칭한다.  

책의 저자는 가난하고 절망적인 어린 시절에 책에서 치트키를 찾았다고 말한다. 시험이나 게임에도 매뉴얼이 있듯이 성공에도 매뉴얼이 있다고 말이다. 성공한 사람들의 책들을 보다 보면 공통적으로 말하는 것들이 있다. 아마도 그래서 부자들의 성공법칙이나 부자들의 습관에 관한 책들이 나오는 것이라 생각이 된다. 어떤 일을 이루거나 시작할 때 모방보다 좋은 방법은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그가 성공하게 된 가장 큰 이유가 그가 자라오면서 새겨진 루저의 무의식적인 틀을 깼기 때문이라 한다. 그리고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가장 큰 방법이 삶에 절망적이었던 스무 살에 시작한 책 읽기였다 말한다. 


삼십 대의 아이 엄마였던 내가 미국 수의사에 도전하면서 많은 좌절감을 느끼고, 수의사 임상시험을 세 번이나 치르러 비행기에 올라 라스베이거스에 가면서 막연히 과연 내가 이과정을 모두 끝내고 내가 원하는 걸 이룰 수 있을까 많이 자문했던 것 같다. 마지막 시험을 보러 시험장에 앉아서 내 차례를 기다리던 나는, 이건 내가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을 하고 있다는 절망감마저 들었다. 그리고, 시험에 통과해서 미국에 오던 날 나는 내가 내 운명을 거스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도전을 하고 살아간다. 세상에 정해진 운명 같은 건 없다고들 말한다. 하지만, 정말 내가 한 번도 해보지도 않은 일을 도전하고 이루어가는 사람들이 많지는 않다. 물론 수의사는 내가 해오던 일이지만, 다른 나라에서 낯선 언어로 전문직 일을 하는 건 쉽지 않다. 처음 미국에 들어오기 위해 나는 수의과 대학 4학년에 해당하는 임상실습과정에 등록해서 학생 비자를 받았다. 이미 영주권은 샌디에이고에 있는 한인 원장과 진행이 들어간 상태였지만, 일단 미국에 들어와 있어야 제대로 진행이 되기에 나는 미국에 들어와야 했다. 처음에는 그냥 영어학원에 등록해 비자를 받을 생각이었지만, 미국 대사관 인터뷰를 통과해야 비자를 받을 수 있는데, 상식적으로 사십 대의 수의사가 가족들을 데리고 갑자기 영어연수를 하러 미국에 온다는 건 크게 동의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기에 결정한 상황이었다. 사십 대에 다시 학교를 다니고 싶지는 않았지만, 나름 나에게는 최선의 선택이었다. 

한국에서 미국으로 임상시험을 보러 와서 영어로 시험을 보는데 문제가 없었던 나는 영어로 의사소통을 하는 것이 문제가 될 거라는 전혀 해보지 않았는데, 막상 학교를 시작하니 문제 투성이었다. 미국 남부에 있는 수의과대학의 사람들은 가뜩이나 남부사투리로 빠르게 말하기가 일쑤였고, 나는 반쯤 알아듣기 일쑤였다. 한국에서 온 몇몇 어린 수의사들은 대부분 어린 시절 외국 생활을 했던 친구들이어서 나와는 상대적인 차이가 났다. 나름 한국에서 준비를 한다고 매일 미드를 달고 살고, 책도 영어책만 읽었지만, 막상 생활영어로 하는 영어는 쉽지 않았다. 

물론 지금도 정말 영어를 유창하게 하지도 못하고, 모든 말을 백 프로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가끔 있다. 하지만, 적어도 일을 하는데에서 손님과의 대화에 문제가 없고, 어쩐 일인지 손님들이 나의 말을 잘 따라와 주기도 한다. 



그냥 살던 대로 살고, 하던 일만 하면 나는 어제와 같은 사람으로 계속 살아가게 된다. 대부분은 더 나은 인생을 살고 싶다고 말하지만 행동하지는 않는다. 행동을 하려면 생각이 필요하고, 생각을 하는 방법도 필요하다. 그걸 하는 방법이 책을 읽는 것이라 생각이 된다. 티브를 보거나 유튜브를 보는 건 정말 아무 생각도 하지 않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인 것 같다. 생각을 하고 싶다면, 누군가의 글을 읽어야 한다. 글을 읽으면, 내 안에 생각이나 이미지가 생기고 그로 인해 나의 뇌가 공장처럼 불이 켜지며 돌아가는 느낌이 든다. 그걸 아주 강하게 하려면, 내가 전에 알고 있지 않는 분야라야 더 좋다. 지금 내가 하는 일도 늘 뭔가 새로운 걸 알아가야 하는 경향이 있지만, 대부분의 내가 알고 있는 사실에 첨삭을 가하는 정도라, 정말 뇌에 자극이 될 만큼의 입력치는 아닌 것 같다. 

내가 하고자 하는 것은, 나의 뇌에 새겨진 무의식의 유전자를 바꾸고, 새로운 세팅을 하는 것이다. 머릿속에 새로운 나를 심는 것이라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일단 하나의 운명을 바꾸었으니, 이제 나머지의 운명도 바꿀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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