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in Jul 17. 2023

나의 지능은 발전 중이다!

아마 나의 고등학교 때 아이큐는 100이 간신히 넘었던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내가 머리가 좋다고 생각해 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이미 전교 1등 만을 하던 동생에게 밀려 항상 머리가 나쁘다고 핀잔을 듣기 일쑤였기에 더더욱이 그러했다. 

대학에 진학하고 처음 교양수업에 미적분 수업과 통계수업을 듣게 된 적이 있다. 다행히 나는 미적분은 나름 쉽게 이해하던 부분이어 문제가 없었지만, 도무지 통계는 개념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때 나의 남자친구는 그의 말에 따르면 아이큐가 140에 가까웠고, 뭐든 빨리 이해하는 타입이었다. 그는 통계를 너무 쉽다 말하며, 나에게 나름 열심히 설명을 해 주었지만, 그럴수록 나는 짜증만 늘어갈 뿐이었다. 똑같이 수업을 들어도 그가 이해하는 속도를 나는 도무지 따라잡을 수가 없었다. 나는 내가 머리가 나빠서 그렇다고 생각했었다. 



                                                                          

미국 수의사 시험준비 마지막 단계인 임상시험을 준비할 때, 마사회 실습을 같이하던 최근에 졸업한 학생들과 같이 스터디를 몇 번 한 적이 있다. 다들 이십 대 후반의 친구들이었는데, 그중에 한 친구가 유난히 기억난다. 그 친구는 2000년 중반에 한양대 공대를 들어갔다 그만두고, 수의학과에 편입하여 학교를 차석으로 마친 학생이므로, 당연히 무척이나 머리가 좋을 것으로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는 정말 오로지 노력으로만 결과를 내는 사람이었다. 미국 수의사시험을 시작할 때, 비영어권 국가의 졸업생들은 영어시험 성적을 받아야 하는데, 그 친구는 다른 영역에서는 다 점수를 받았지만, 스피킹이 안돼서 일 년 내서 매일 몇 시간씩 스피킹만 연습해서 결국 점수를 받았다고 할 만큼 노력파였다. 

같이 스터디를 할 때, 서로 질병에 대한 파트를 나눠 각자 준비해 와서 서로 돌아가면 그에 대한 자료를 공유하고 자기가 공부한 것에 대해 설명을 하는 식으로 진행되었다. 그런데, 그 노력파인 친구는 수학적인 이해가 필요한 과목이 아닌데도 바로바로 잘 이해를 하지 못했다. 그중 나이가 제일 많았던 나도 금방 캐치가 되는 부분도 그는 여러 번의 설명이 필요했다. 물론 그 친구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엄청 꼼꼼해서 모든 자료를 최대한 모아 전부 숙지한다는 것이었다. 남들보다 시간이 더 걸리기는 하지만, 엄청난 양의 노력으로 결과를 이루어내는 것이다. 

사실 그 친구를 보면서 그동안 내가 머리가 나쁘다 자책하며 노력을 등한시한 것이 스스로 부끄럽게 생각되기도 했다. 또한 내가 전과 다르게 점점 더 이해력이 빨라진다는 것도 느끼게 되었다. 


최근에 여러 매체에 자주 등장하는 '신경 가소성'이라는 말이 있다. 처음에는 생소했던 이 단어가 무슨 의미인지 이제야 조금씩 이해가 되는 것 같다. 사람이 노화가 시작되면 뇌세포도 같이 늙는다 죽어간다던 과거의 학설에서 개개인의 노력 혹은 학습 유무에 따라 신경세포가 점점 더 분화하고 발전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같은 수의사인 한 친구는 본인이 수의사로 일을 하는 것만으로도 공부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건 일상적이고 반복적인 일이라 사실의 뇌에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 할 수 있다. 

뇌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평소에 안 하던 일을 해서 뇌에 자극을 주어야 한다. 그러면서 뇌를 개발하는 것이다. 

매일 의료생활을 하는 사람이 문학책을 읽거나 철학을 공부하는 것으로도 오히려 매일 하던 일에 더 두각을 나타나게 될 수도 있다 생각한다. 우리는 평소에 우리가 쓰지 않는 잠자는 뇌를 깨워야 어쩌면 우리가 하는 일에서도 더 큰 능력을 발휘하거나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되어 새로운 해결점을 찾게 될 수도 있다. 


모든 것에 대한 이해가 느리던 그 친구도 아마 그런 식으로 계속 공부하고 살아간다면 십 년 후에는 다른 대부분의 사람들보다 아이큐가 좋아질 수도 있을 것이다.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아이큐는 고정적이라고 개념이 있지만, 사실 아이큐는 학습능력이라고 말하며,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발전하는 경향을 갖고 있다. 물론 계속 학습을 계속했을 때 얘기겠지만 말이다. 

내가 아는 한 친구는- 그 친구도 수의학과에 편입을 해서 졸업을 했다- 편입을 위해 피나게 영어공부를 해서 어렵게 수의학과에 들어가고, 나름 열심히 학과 수업을 하고 장학금을 받아 졸업했다. 그래서, 그때 너무 열심히 공부를 해서 이제 별로 공부를 하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책 '세이노의 가르침'에서 세이노님은 대부분의 전문직 직종의 종사자들이 면허증을 딴 이후에는 대부분 공부자체를 하지 않는다 말한다. 물론 어쩔 수 없는 직업적인 부분에 대한 업그레이드는 나름 하겠지만, 자신의 분야 외에는 문외한이 된다는 말이다. 나도 전에는 정치나 경제 혹은 인문학 분야에 대한 공부를 해야겠다 생각해 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단순히 수의사가 된 것 만으로 모든 게 해결될 것이라는 터무니없는 자신감을 갖고 있었던 것 같다. 세이노님은 전문직 직종인 들은 경제에 대해 공부해야 된다 말한다. 

아마도 고른 두뇌계발을 위해서라도 죽기 전까지 새로운 분야에 도전해야 되지 않나 생각한다. 멈추면 죽는 것은 공포영화에서만 나타나는 일은 아닌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부모는 자식의 안전만을 생각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