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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 Sep 04. 2023

Grow or Die

사람의 기억이란 참으로 묘한 구석이 있다. 굳이 따로 생각하지 않았던 일들이 어떤 계기로 소환되기도 하니 말이다. 몇 주에 걸쳐 읽은 토니 로빈스의 'Unshakable'이라는 책을 보면서, 그 저자를 예전에 본 영화에서 본 기억을 떠올렸다. 토니 로빈스은 어려운 가정환경에서 자수성가한 사업가이나 자선사업가이고, 세계에서 영향력 있는 동기부여 전문가로 활동하는 사람이다. 그의 동영상을 유튜브에서 본 적이 있었는데, 사업가라기보다는 은퇴한 운동선수 같은 느낌을 주는 사람이었다. 그런 그의 목소리가 무척 낯익다 느꼈는데, 영화 '내게 너무 가벼운 그녀'에서 카메오로 출연해 주인공 남자의 여성에 대한 외모 편향적인 선입견을 깨뜨리는 주문을 거는 아주 중요한 역할로 등장한다. 

최근에 자기 계발 동영상을 유튜브에서 자주 보곤 했는데, 그의 영상이 간혹 떠서 이런 사람도 있구나 생각하다 아이들과 간 동네 도서관에서 그의 책을 보고 호기심에 읽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이게 투자서라는 것도 모르고 시작했는데, 최근 본 책 중에 가장 감명 깊은 책이 되고 말았다. 

그의 책에 사람은 성장하거나 죽거나 둘 중 하나라는 얘기가 나온다. 

아무 생각 없이-물론 자신은 생각하며 산다고 느낄지 몰라도- 그냥 사는 것은 쉽다. 매일 일어나서 일을 하러 가고 혹은 학교에 가고, 나에게 주어진 일을 하며 사는 삶 말이다. 그 삶에서 무언가를 얻어가며 발전해 가는 것은 쉽지 않다. 


병원일을 끝내고 집에 오면, 뭔가 머리가 복잡하거나 골치 아픈 일이 있었을 때 나는 생각을 하고 싶지 않아 핸드폰 유튜브 영상을 보곤 했다. 영화이야기나 드라마를 소개하는 프로는 정말 아무 생각을 하지 않아도 되는 좋은 생각의 피난처가 되어주곤 했다. 

그러나 '경제적 자유'라는 새로운 목표가 생기고 다시 삶을 정비하면서, 나에게는 새로운 친구가 필요했다. 비슷한 처지의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아닌, 나와 다른 세상에 사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책밖에 없었다. 그리고 현재 내가 하는 일에서 남들과 비슷한 수준이 아닌 그 이상의 능력을 발휘하려면, 남보다 더 많이 열심히 그리고 나를 발전시켜야 했다. 그 방법으로 택한 것은 하루 한 가지만 새로운 걸 공부하고, 오늘의 오답노트를 작성하는 것이다. 늘 하는 일이지만 내가 모든 질병과 임상증상을 아는 것이 아니므로, 그날 온 케이스 중 내가 잘 모르는 부분을 찾아보거나, 책을 한 권 정해 하루 한 가지 내용을 훑어보고, 내가 그날 한 진료에서 수정해야 할 부분이나 다음에는 어떻게 하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는 매일의 리뷰를 적는 것이다. 


내가 일하는 캘리포니아는 수의사 면허를 이년에 한 번씩 갱신하는데 36시간의 보수교육을 증명해야 한다. 그래서 본의 아니게 공부를 계속해야 한다. 요즘은 온라인 강의가 잘 되어있어 그걸로 대부분 대신하는데, 한 온라인 강의를 들으면, 나의 목표는 그 강의에서 '한 가지만 얻어가자'는 마음으로 듣는다. 

최근에는 사람들도 '삶의 질'에 대한 부분이 많이 논의되는데 그 이유는 사람들의 수명이 점점 늘어나고 있기 때문인데 이는 동물들에게도 적용이 되는 부분이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8살만 되어도 노령견에 정말 오래 살았다고 얘기하곤 했는데, 요즘은 18살 혹은 20살이 훌쩍 넘은 반려동물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그에 따른 부분이 치아건강과 통증관리라 할 수 있다. 특히 스케일링과 발치등의 치아관리는 동물의 삶의 질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치과학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사람과 달리 발치에 대한 미용적 부담이 적은 동물들은 통증을 주는 치아를 제거해서 음식섭취가 좋아지고 전보다 더 활발해지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내가 최근에 들은 가장 기쁜 소식은 나이가 든다고 반드시 뇌가 늙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점점 나이가 들면서 계속 공부를 해야 하고 새로운 의료기술이나  연구를 업데이트해야 하는 일에 종사하는 것은 부담이 됐었기에, 내가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나의 뇌가 계속 발전할 수 있다는 '뇌 가소성'에 대한 얘기는 반가운 소식임에 틀림없었다. 결국 우리는 '성장하거나 죽거나'의 형태로 살아가는 것이다. 


내가 그동안 쓸데없는 동영상을 보면서 써버린 시간들이 아깝기도 하지만, 사람은 다 그때마다 삶의 방향성이 다르니 다 낭비는 아니었을 수도 있다. 그리고 아직도 저녁에 운동을 할 때는 다만 잠시라도 티브이를 틀어놓지 않으면 푸시업이나 스쾃의 강도를 잊고 유지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티브이를 끊을 수는 없다. '한 시간만 넘기지 말자'라는 마음으로 하려고 한다. 체력이 없으면 정신력도 만들 수가 없다. 나는 감기가 걸려 몸이 아픈데 일하는 게 제일 싫어 항상 체력의 여유분을 만들려고 한다. 웃긴 건 푸쉬없이나 스쾃 같은 근력운동을 한다고 하더라도 걷기와 같은 유산소를 하지 않으면 아주 사소한 컨디션 차이로도 감기에 걸린다는 것이다. 그리고, 진료에서 큰 개와 씨름하다 허리가 삐끗해도 근력운동을 평소에 하고 있다면 자고 일어나면 회복이 된다. 

요즘은 날이 더워서 저녁을 먹고 남편과 강아지를 데리고 한 시간 정도 산책을 한다. 뱃살이 점점 더 나오기 시작해서 시작한 일인데, 나름 남편과의 오붓한 시간도 좋고 걷고 나면 기분이 상쾌해진다. 난 무언가 시작하면 예외를 잘 두지 않는데, 가끔 남편의 예민한 장이 방해를 하면 혼자 강아지와 걷기도 한다. 밤에 혼자 걸어도 되는 동네에 사는 걸 감사하는 순간이다. 


내가 최근에 하는 소비는 책을 사는 게 전부다. 병원에는 스크럽을 입고 가기에 출퇴근 복장도 필요가 없고, 한국에서처럼 외출도 하지 않으니 옷을 살 이유도 없다. '돈의 심리학'의 모건 하우절은 '부는 아직 쓰지 않은 소득이다'라고 말한다. 

내가 인생의 멘토들을 책으로 만날 수 있다는 사실에 늘 감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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