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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 Sep 18. 2023

모든 것을 다 가질 수 있다!!!

"얼마면 돼?"

드라마에서 들을 법한 말을 이번주에 일주일에 하루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병원에서 만난 나의 보스가 연봉을 얼마로 올려주면 풀타임으로 일할 생각이 있냐며 물은 말이다. 

코로나가 터지며 이민자로 많은 곳을 채우던 미국 사회가 구인을 하지 못해 여기저기서 구인을 위한 사인업 보너스를 뿌려대면서, 나도 덩달아 보너스를 많이 주는 곳에 덜컥 이직을 하는 결정을 했다. 연봉도 올랐고 사인업 보너스도 받았는데 막상 일을 해보니 점심도 제때 먹지 못하며 정신없이 일해야 하는 새 직장이 맘에 들지 않아 원래 일하던 곳으로 돌아가게 되었고, 받은 사인업 보너스를 토해내기 아까워 파트타임으로 남는 결정을 내린 지 벌써 이년이 되어간다. 

보너스를 받으면 3년을 일해야 하는 계약이라 최소 일 년은 더 일해야 하는 상황이고, 풀타임으로 일하는 직장도 최근 연봉을 올려 받으며 주 3.5일을 하던 계약을 주 4일로 바꾸게 되어, 주 5일을 꼬박 채우며 일하는 상황이 되었다. 파트타임을 하는 곳의 보스는 내가 풀타임으로 일해 주었으면 하는 의사를 계속 어필하고 있었고, 이번주에 만났을 때 이런 얘기를 던진 것이다. 만약 내가 원하는 만큼 연봉을 올려주면 나는 어떡해야 하는 고민에 며칠 동안 머리가 복잡해졌다. 그렇게 되면 주 4일만 일해도 되지만, 일하는 날은 매일 타이트한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것이다. 



문득 본 유튜브에서 헤르만 헤세의 '수레바퀴 아래서'라는 책 얘기를 듣고-고등학교 때 정말 좋다고 읽었는데 무슨 내용인지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영어책이라도 읽어야지 하는 생각에 아이들과 가는 동네 도서관을 들렸더니, 어이없게 영어본은 없는데, 한국어본이 떡하니 있어서 냉큼 빌려와 읽기 시작했다. 헤르만 헤세의 자전적 소설인 이야기로 신학 고등학교를 진학하기 위해 동네에서 수재로 인정받는 한스라는 아이의 시험에 대한 부담감과 진학 후의 갈등 그리고 자퇴 등의 이야기가 나온다. 제목처럼 주변의 압박감에 시들어가는 십 대의 영혼은 아마도 고등학교 때라면 충분히 공감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지만, 지금의 나에게는 감정적으로는 크게 와닿지 않았다.

어릴 때 느끼던 선과 악이 어른이 되어서는 회색으로 바뀌어갔다. 부모님 말씀을 잘 듣고 공부 열심히 하면 충분히 어른들의 보호 속에서 살 수 있었고, 비행을 하는 주변 친구들은 흥미롭지만 들어가서는 안 되는 악의 세계에 속해 있었다. 

어릴 때 읽던 헤르만 헤세의 소설이나 톨스토이의 글도 대부분의 금욕적인 신앙생활에 기반한 선과 악을 표현하고 있었다. 그래도 헤르만 헤세의 작품들은 좀 더 낭만적으로 표현되어 즐겨 읽었었는데, 톨스토이는 읽으면서 숨이 막히는 갑갑함을 유발했던 기억이 난다. 


세상은 변하고, 사람들의 역할도 변한다. 요즘은 드라마도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남성의 전유물과 같았던 직업적 성공에 대한 집념을 표현하는 경우도 흔히 보인다. 최근 보게 된 '대행사'라는 드라마를 넷플렉스로 보면서, 어떤 분야에 성공하려면 저 정도의 몰입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아직도 남자들은 적당한 역량과 뛰어난 인간관계의 기술로 성공을 향해 수월히 나아가는 모습으로 표현되기는 하지만 말이다. 여주인공은 광고대행사에서 제작 본부장으로 초고속 승진을 하지만, 밥대신 소주와 온갖 신경안정제, 수면제를 복용하는 인물로 나타난다. 뛰어난 역량을 갖고 있지만 어린 시절 폭력가정에서 어머니가 떠나간 이후 스스로를 고립시키며 모든 인간관계를 단절하며 일 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인물이다. 

회사의 부하직원 중 능력 있는 한 여성도, 유치원생인 아들의 회사 다니지 말고 자기 옆에 있어달라는 생떼에 가슴 아파하며 사직서를 가방에 넣고 다니기도 한다. 


'성공하려면 다른 모든 것을 포기해야만 하는가?'라는 의문이 생긴다. 

'인간관계와 일적인 성공은 병행할 수 없는 것일까?'

아직 성공에 이르지 못해서 아직 해답을 찾을 수는 없지만, 무언가를 포기해야 다른 무언가를 얻는 삶을 살아가고 싶지는 않다는 생각이 든다. 

가족과 행복하게 살고 싶어서 일도 열심히 하는 것이고, 그렇게 열심히 하는 동안 가족들과 질적인 시간을 보내는 것이 최종적인 성공을 이루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포기해야 하는 것들이 존재한다. 조금 더 많은 수면시간, 친구들과 보내는 치맥타임, 휴대폰을 쓸데없이 들여다보는 시간은 아마도 최소한으로 해야만 할 것이다. 다행히 미국에 있는 관계로 칼퇴를 할 수 있고, 회식 따위는 없고, 만날 친구도 별로 없다. 

물론 현재 최종 목적지의 성공도 나에겐 없다. 다만 내가 하고 있는 일에서 내가 발휘할 수 있는 최대한의 능력치를 발휘해 최대한의 대가를 받는 것이고, 나의 글이 언젠가 책으로 나올 수 있는 것이고, 내가 읽은 책의 멘토들이 나에게 경제적인 자유로 가는 방향을 일깨워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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