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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 Sep 26. 2023

97대 3의 법칙

미국에서 일을 시작한 이후로 병원 스텝들과 간혹 술자리를 가진 적은 있지만, 동료 수의사들과 따로 저녁에 만나는 일은 거의 없었다. 

같은 병원에 일하는 필리핀 출신 수의사와 같은 회사에 속한 다른 병원의 중국계 출신 수의사는 종종 단체문자로 얘기를 하고, 아침에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을 하곤 했는데, 처음으로 토요일 저녁에 같이 외출을 감행했다. 필리핀 출신 수의사 에비는 작년에 첫 출산을 한 삼십 대 중반, 중국계 수의사인 페기는 8살, 6살 두 아이를 둔 미군 출신의 하버드 출신의 이제 사십 대에 들어섰다. 

둘 다 미국에 어릴 때 왔거나 태어난 미국인이지만 같은 동양인이라는 공통점 때문인지 처음부터 편하게 대한 사람들이다. 저녁에 뭘 먹을까 고민하다 둘 모두 한국식 바비큐가 좋다 해서 곱창집을 데리고 갔는데, 내가 좋아하는 대창보다 만만한 삼겹살이 그들에겐 더 인기가 있었다. 둘 다 술은 먹지 않아 혼자서 맥주 두병을 비우고 알코올 중독자(?)라는 놀림도 받았다. 

하버드 출신인 페기는 대학 등록금을 면제받기 위해 미군에 들어갔지만 돌고래 치료를 하다 다쳐 의가사 제대를 했고, 매우 활동적이고 사람들 만나기를 좋아한다. 아침마다 조깅을 하고 서핑을 즐긴다. 아이들의 학부모 모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수의사모임에 나가는 것도 좋아한다. 하버드에서 경제학을 전공했기에 처음에는 기업 재무제표나 연금제도에 대해 물어볼 수 있겠다 싶어 좋아했는데, 실상은 부모님이 정해준 학과에 지원한 거라 그쪽에는 전혀 관심이 없어 보였다. 

에비는 25살에 발병한 유방암을 잘 견디고 수의사가 되고 최근에 엄마까지 된 야무진 친구다. 절약정신도 뛰어나서 학교를 다니면서 얻은 2억이 넘는 학자금 대출을 취업 삼 년 만에 70프로 이상을 다 갚았다고 하니 정말 대단한 친구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수의사 친구들과 오래간만에 수다를 떨며 저녁을 먹으니 이곳에서도 한국에서와 같이 무언가 끈이 생긴 것 같아 뿌듯한 감정이 올라왔다. 



이민을 왔던 한국에 살던 삶은 계속되고, 그 삶을 어떻게 살아가냐는 각자의 선택에 달려있다. 그리고 그 선택에 대한 문제를 생각하고 사느냐 그냥 사느냐로 기본 옵션이 정해진다고 생각한다. 최근에 본 '대행사'라는 드라마에서 기업의 오너는 자신의 회사에 다니는 사람들을 가리켜 '머슴'이라고 지칭한다. 거기에서는 그곳의 직원 자신들조차 스스로를 '머슴'이라 얘기하고, 최근에 흔히 듣는 말 중에 '월급 노예'라는 말도 있다. 

그렇다면 나의 기본 옵션은 '월급노예'로 안주해서 살 것인가 아니면 그 안에서 부를 창출해 더 이상 월급이 내 생활을 자지 우지 하지 않은 삶으로 업드레이드할 것인가 일 것이다. 


주말에 본 두 친구들 중 페기는 주 3일만 일하며 인생을 즐기며 살고 있고, 에비는 나름 추가 근무도 하며 추가 소득을 얻으려 노력한다. 둘 다 나름 어느 이상은 소득을 가진 남편이 있기에 나름 백업 시스템이 존재하지만, 나처럼 싱글 인컴을 가진 경우는 나하나로 최대한의 소득을 내어 스스로의 백업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현직 투자가이며 투자 자문회사를 경영하는 저자 김종봉의 책 '돈의 시나리오'에서는 과거 예일대 졸업생의 일화를 얘기한다. 졸업생 중 손으로 쓴 목표가 있냐는 물음에 '그렇다'라고 대답한 비율은 3%로 나타났고, 그 이후 조사에 의하면 그 3%의 학생들이 나머지 97% 위 총소득보다 더 많은 부를 이루었다고 말한다. 결국 시작은 우리가 목표를 갖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목표는 우리를 꿈꾸게 하고, 꿈을 위한 노력을 시작하게 한다. 


저자 김종봉이 처음 월금 200만 원을 받으며 부동산 투자와 주식투자를 시작하며 공부하고 있을 때, 97%에 해당하는 주변 사람들은 '돈이 전부가 아니다, 어린애가 너무 돈에 집착하다' 등의 얘기를 하면서 그를 만류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 97%의 사람들은 아직도 그때와 같은 수준의 부를 지닌 채 살고 있다고도 얘기한다. 




고등학교 3학년이 된 큰 딸아이의 요즘의 큰 목표는 운전면허를 따는 것이다. 개인 운전면허 연습을 두 번 정도 받았지만, 실기 시험을 보기 위해서는 여러 번의 실습이 필요하고 거기에 부모의 역할은 틈틈이 운전교습사가 되어주는 것이다. 어제도 연습을 시켜다라며 재촉하기에 이르렀고- 나는 남편이 그 역할을 잘해줄 것이라 믿고 있었다- 남편은 나에게 '큰 아이를 우리 자동차 보험에 포함시켜야 되는 게 아니냐', '차에 운전연습 중이라는 마크를 붙여야 한다' 등등의 걱정부터 늘어놓았다. 아직 면허도 없는 아이를 보험에 포함시킬 수 없는 건 당연한 일일뿐더러, 아이의 말에 따르면 개인 교습을 해준 사람이 그런 마크를 해놓으면 오히려 다른 운전자들이 난폭하게 추월을 하는 바람에 더 위험한 상황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고 한다. 


사실 이 부분이 나와 남편의 가장 큰 차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번에 한번 남편이 아이를 교습시킨다고 나가서는 집 앞 주장창에서 차를 뒤로 빼고 넣는 연습만 한 시간을 하고 들어왔다. 남편은 굉장히 꼼꼼한 사람이다. 그래서 무언가를 시작할 때 처음부터 끝까지의 과정에 모든 자신이 생겨야 무언가를 시작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그 세부 상황에 심혈을 기울여 최선을 결과를 얻으려 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완벽한 상황을 계산하고 시작해야 하기 때문에 시작 자체를 잘 못한다는 것이다. 세상에 모든 결과를 다 알고 시작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다. 

반면에 나는 대략적인 전략이 있다면 일단 시작하고 보는 편이다. 그리고 하면서 방법을 찾아나간다. 


결국 내가 아이를 데리고 운전연습을 하러 나갔고, 나는 아이가 시동을 걸고 동네를 돌아다니도록 했다. 아무리 완벽한 계획이 있더라도, 무언가가 익숙해지고 능숙해지는 건 지속적인 실천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나는 작년에 목표 노트를 만들었다. 책  '비상식적 성공법칙'에서 간다 마사노리는 '적으면 무조건 이루어진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적으면 반드시 이루어진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나는 최대한 빨리 이루어졌으면 하는 목표를 하루 백번 백일 간 적었다. 미국에서 성공한 사업가 스노 폭스의 김승호 회장도 자신이 원하는 목표는 적어서 여기저기 걸어놓는다고 말한 바 있다. 처음에 이 얘기를 들었을 때는 내심 한심한 짓이라 생각되기도 했다. 그런데 나폴레온 힐의 유명한 저서 '생각하라 그리고 부자가 되어라'에서 조차 자신의 목표를 적고 매일 읽으라고 말한다. 

그리고 내가 백번을 적은 내용은 나름의 성과를 내고 있다. 


내가 97프로에 속할지 3프로 속할지는 일단 나의 선택이다. 그런데 이런 모든 내용을 알고도 3프로로 진입하려 하지 않는다면, 그건 무소유를 실천하는 종교인에게나 해당되는 게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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