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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 Oct 09. 2023

고민하지 말고 살자!

사람들이 고민하는 주요 주제는 인간관계, 금전관계 그리고 건강일 것이다. 세 가지가 다 있는 사람도 아마 있을 것이고, 대부분은 최소한 그중 한 가지라도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 

내가 나이가 들어서 좋다고 생각하는 부분은-물론 내 친구는 아직도 똑같은 패턴을 갖고 고민하긴 하지만- 인간관계에 대해 조금은 면역이 생긴 것 같기도 하고, 다른 말로는 조금 거리를 두고 생각할 여유가 생긴 것 같다 할 수 있다. 처음 병원을 하고 일을 할 때는 손님들과의 갈등이 생기면 많은 시간을 할애해 생각하며 고민했던 것 같은데, 결혼과 육아, 그리고 고부갈등을 겪으며 고민이 분산되는 효과가 생기는 바람에 한 가지에 오래 고민할 여유가 없어졌다. 

그리고 내가 고안한 한 가지 방법은, 고민이 생기면 '잠깐 미뤄두기'의 버튼을 누른다. 일단 그 생각을 잠깐 서랍에 넣어놓고 내일 다시 생각하자고 미뤄두는 것이다. 하루 정도가 지나 다시 생각하면 새로운 관점으로 그 상황을 보게 되거나, 생각보다 크게 심각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기도 한다. 


동물병원은 특히나 미국에서는, 수의사건 직원이건 90프로가 여성 근로자로 구성된다. 그러다 보니, 여러 가지 말이 많고 루머도 생기고, 편이 갈리기도 한다. 나는 수의사라는 이른바 열외영역이기도 하고, 나이도 이십 대 직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다 보니 그 상황에 끼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렇지만 그들의 갈등이 눈에 들어오지 않을 수 없기에 가끔 답답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내가 살면서 깨달은 것 중 하나는, 어디서든 즐겁게 사람들을 대할 때 가장 좋은 시너지가 난다는 것이다. 그래서 병원에서도 가능한 가벼운 농담을 하며 직원들과 즐겁게 지내려고 하는 편이다. 물론 분쟁 자체를 싫어하는 것도 나의 성향 중 하나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그래서 심술이 많거나 퉁퉁 대는 불평쟁이들이 같이 일하기 싫어하는 부류이기도 하다. 



한국에서 개원을 했을 때부터 나는 항상 빚을 갚아야겠다는 생각만을 했다. 그래서 여유분의 돈을 최대한 갚으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모든 것을 다 털고 미국에 와서 다시 모기지라는 빚이 생겼다. 물론 빚이 없었을 때도 매달 내야 하는 월세는 모기지와 다들 바가 없다. 그에 대한 나의 태도는 '최대한 빨리 모아서 갚자'라는 생각으로 최대치의 절약을 시작했다. '이십 년의 모기지를 오 년 안에 끝내자'라는 계획을 세우고 일 년간 나름 최선의 절약을 실천했다. 그중 하나 잘했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풀타임으로 일하는 회사의 월급은 일반 통장으로 받아 생활비와 모기지로 쓰고, 다른 저축 통장은 파트타임에서 나오는 월급을 받아 무조건 모으는 것이었다. 

그렇게 일 년을 살다 보니 전에 살던 아파트의 월세보다 30프로 이상 모기지로 더 나가는 상황에서 전보다 더 많을 저축을 할 수 있었다. 쓰고 남은 돈을 모으는 것보다, 처음부터 떼어서 다른 곳에 두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인 저축법이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그리고 인센티브나 추가 목돈이 들어오는 날은 또 저축 통장으로 이체했다. 

그렇게 일 년을 살고 나니, 회사에서 하는 연금, 개인연금, 건강보험에서 하는 연금과 따로 하는 저축을 합하니 내 소득의 50프로에 달하는 금액이 된 걸 알 수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매달 이렇게 무조건 안 쓰고 돈을 모으다 보니 답답하다는 생각도 들고, 삶이 너무 팍팍하다는 피로감이 생기는 것이었다. 

그러다 최근 들은 유튜브에서 '자동 부자 습관'이라는 책의 리뷰를 듣게 되었는데, 그때 '바로 이거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저축, 투자, 심지어 기부까지 은행의 자동납부 시스템을 돌려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알아서 빠져나가는 돈을 제외하고 나머지에 대해 크게 생각지 않고 나름 마음 편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는 것이다. 물론 기본적으로 절약하는 태도가 있어야 하고, 모기지 외에는 절대 빚을 지지 않는다, 그리고 신용카드 빚은 매달 전액 지불한다 등의 룰이 필요하긴 하지만 말이다. 


그 책의 예에서 나오는 한 부부의 이야기는 빚을 갚고 부를 늘리는 데 대한 부분에 대해 나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시해 주었다. 이달부터 모기지의 납입금에 내가 평소 따로 모으는 돈의 일부를 아예 포함시켜 버리기로 했다. 이런 식으로 시간이 흐르면, 이십 년의 모기지 상황일이 5년 이상 앞당겨질 수도 있다. 그럼 매달 얼마를 덜 써서 얼마를 더 모아야지 하는 나의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고, 빚에 대해 깊이 생각할 필요도 없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남는 자금은 나의 여유돈으로 저축하며 투자에 대해 공부할 여유도 생길 수 있기도 하고 말이다. 

물론 매달 나가는 모든 공과금이나 신용카드 비용이나 기부금조차도 자동으로 돌리고 있다. 


이렇게 상황을 정리하고 나니, 마음이 편해졌을 뿐 아니라 삶에 대한 나의 태도도 여유로워진 느낌이 든다. 저축의 일부분은 나와 가족들의 여가 생활을 위해 따로 준비해서 혹시 필요한 여행경비나 뜻하지 않은 상황에 대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많은 책들에서 '월급을 받으며 너에게 먼저 지불하라'는 말이 이제 무슨 뜻인지 알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왠지 내 삶에 대한 통제권을 이제 내가 되찾은 것 같은 생각까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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