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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 Apr 15. 2024

배려가 전부인 것 같아!



"정직은 아주 비싼 재능이다. 싸구려 인간들에게 기대하지 말라- 워런 버핏"


내가 다니는 병원에 새로 매니저가 온 지 거의 일 년이 되어가는 것 같다. 헬스장에서나 볼 것 같은 근육이 아주 우람한 동양계 혼혈인인데, 처음에 인상도 좋고 좋은 사람같이 보였다. 그런데, 그와 일 년 가까이 보내면서 나는 그가 얼마나 싸구려 인간인지 깨달아갔다. 아주 사소한 거짓말을 밥먹듯이 하면서, 자신의 이미지를 보존하기 위해 겉으로는 누구에게도 싫은 말은 하지 않았다. 그 결과는, 병원의 스태프들과 수의사들의 갈등과 분열. 

그리고 몇 달 전 새로 들어온 감정기복이 아주 심한 조울증 환자 같은 한 직원에 의해 그의 무능력은 극렬하게 표현되었다. 문제가 생겼을 때 문제와 맞닥뜨려 해결하기보다는 회피하고 직원들에게 전가했다. 


모든 사람들이 항상 정직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아니 본인은 정직하다고 생각해도 자신도 모르는 거짓말을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그것이 본인뿐만이 아니라 주변에 영향을 주기 시작하면 그것은 자신에게서 끝나는 일이 아니다. 


매니저들을 관리하는 직속 관리자에게 연락해 문제의 해결책을 요구했지만, 대화로 잘 해결해 보자는 신통치 않은 답변만을 들을 뿐이었다. 그 직속관리자를 알고 있는 한 수의사에게 들은 얘기로는, 그 사람은 가능한 문제를 덮어두려는 성향의 사람이라 아마도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 했다. 


나는 이제 다른 지역으로 트랜스퍼해 달라는 요청을 했고, 이직도 고려하고 있다.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이라는 드라마를 보기 시작했다. 

예전부터 보고 싶었던 작품인데 내가 편하게 티브이로 볼 수 있는 넷플렉스나 아마존 프라임에는 들어있지 않아 보지 못하다 결국 핸드폰으로 보기 시작했다. 

나는 사람들의 심리를 다룬 소설이나 영화를 좋아한다. 미드로는 '크리미널 마인드'나 '라이투미' 혹은 '한니발'을 좋아한다. 사람들의 행동을 보면서 '왜 저 사람은 저런 말을 할까? 혹은 저 사람이 저런 행동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등의 생각을 하곤 한다.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은 미드의 '마인드 헌터'와 비슷한 범죄 프로파일링에 대해 다루고 있다. 범죄자들의 심리를 파악하여 그들의 범죄 패턴이나 범인을 찾는 내용이다. 그걸 보면서 누군가 어떤 일을 잘할 수 있는 이유는 그 일에 대해 얼마나 소중하게 생각하는 가에 달려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프로 파일링을 하는 수사관들이 그 범죄자를 이해하고 사건을 해결하는 것은 결국 특출한 능력이라기보다는 피해자들에 대한 연민과 배려라는 생각 말이다. 


나는 수의사 일을 하면서 아이러니하게 하게도 내가 주사를 맞거나 치료를 받는 걸 매우 무서워하고 내 몸에 들어가는 주삿바늘도 보지 못한다. 사람들은 너는 매일 주사를 찔러대면서 왜 그건 무섭냐고 말하곤 한다. 

나는 아픈 것도 잘 참지 못하고, 주사도 무서워하기 때문에, 내가 주사를 놓아야 할 때 가능한 아프지 않게 놓는 방법이 무얼까 생각한다. 수술을 할 때도 가능한 적은 절게 부위를 만들려고 노력한다.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다 회복하지만, 2센티를 절개해 수술을 하는 것과 5센티를 절개해 수술하는 것은 수술 후 통증의 정도와 회복의 시간이 다름을 명확하게 느낄 수 있다. 

그래서 가끔 같이 일하는 테크니션들이 나에게 'soft hand'라고 말하거나 자기가 본 수술 중 가장 작은 절 게를 하는 수의사라고 하는 말을 듣는다. 그건 내가 다른 수의사들에 비해 더 수술을 잘하거나 능력이 뛰어나서가 아니다. 다만 내 환자들에게 더 적은 고통을 주고자 노력할 뿐인 것이다.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에서 범죄 파일링을 하는 주인공은 다른 사람들보다 사건에 대해 더 감이 좋고 범인에 대한 분석력도 훌륭하다. 그 이유는 그가 사람들에 대한 강한 연민을 갖고 더 고민하며 노력하기 때문이지 다른 수사관들에 비해 머리가 좋거나 능력이 뛰어나서가 아니다. 

결국 자신이 하는 일을 잘한다는 것은 남들보다 자신의 일에 대한 고민을 더 많이 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미드의 '마인드 헌터'와 한국 드라마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에서 나타나는 프로파일러의 공통점이 있다. 범죄심리를 분석하면서 자신들의 정신이 황폐해지는 상황을 겪으며 자아의 붕괴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무언가에 지나치게 몰두하면 생길 수 있는 일이라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극강의 몰입의 근처도 가보지 못한다. 

대부분의 근로자들은 근무시간을 빨리 지나가기를 고대하면 하루를 보낸다. 

그런 사람들을 보면서 저렇게 사는 삶은 얼마나 불행할까 생각한다.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직장에 최근 들어온 한 나이 많은(?) 테크니션은 주변사람들이 자신보다 스무 살은 어린데 자신을 존중하지 않는다고 한탄하며 가능한 적은 일을 하려 애를 쓴다. 그로 인해 주변의 어린 테크니션들은 그 뒤치다꺼리를 하면 지속적인 불평을 토로한다. 그 나이 많은 테크니션은 나보다 세 살이 어린데, 앉았다 일어나는 것도 힘들어 보이는 몸을 갖고 있다. 


최근 병원 식구들과 마찰을 겪으면서 느낀 건, '내가 내일을 정말 좋아하는구나'였다. 아무리 주변상황이 힘들어도 진료를 하면 마음이 편해지고 행복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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