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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만 산다.

by 온혈동물

" 니들은 내일만 보고 살지? 내일만 보고 사는 놈은 오늘만 사는 놈한테 죽는다. 난 오늘만 산다. "

영화 '아저씨'에 나오는 대사다.

과거 정부요원이었던 주인공은 테러로 인해 아내를 잃고 혼자 작은 전당포를 운영하며 하루하루 의미 없이 살아가다 그에게 다가오는 옆집 소녀가 위험에 처해 그 아이를 구하기 위해 아이들을 이용해 마약을 제조하고 장기매매를 하는 범죄집단에 얽히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주인공인 그가 아이를 구하기 위해 범죄자들과 사투를 벌이면서 아이가 그들에게 희생되었다 생각하며, 그들을 처벌하기 전에 그가 한 말이다.

근데 이 말이 과연 영화에만 해당되는 말일까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오랜 기간 일을 했지만, 사실 조직 생활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동물병원에서 일을 하면서 한두 명의 동료들과 일을 같이 하고, 많은 손님들을 상대했기에 사람들과의 관계가 크게 어렵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미국에 와서 조직에서 일을 하게 되고, 병원에서 여러 명의 동료들과 일을 하며 한국과 다른 인간관계로 나름의 고민이 생겼다.

그때 내가 접한 책이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이다.


데일 카네기는 1912년 미국 YMCA에서 성인대상으로 성인교육의 시조 격이라 할 수 있는 '데일카네기코스'를 널리 보급하였다. '카네기 인간관계론'은 이 교육강좌에서 나온 수많은 사례를 바탕으로 저술된 책이다.

이 강좌는 지금까지도 존재하며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그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에서 오늘을 충실히 살라고 말한다.

지나간 꿈이 과거와 아직 오지 않은 뜬구름 같은 미래를 고민하지 말고 오늘만을 바라보고 살라는 말이다.


최근 한 손님이 아주 나이가 많은 소형 노령견을 데리고 방문했다. 딸과 함께 온 중년의 여자는 자신이 암환자라 항암 치료 중이라며 자신은 마스크를 쓰지 않고, 진료를 하는 나와 스태프에게 마스크를 쓰지 않는 걸

불평했다. 그녀는 눈에 염증이 생긴 개가 심하게 엉킨 털이 눈주위와 온몸에 덮여있는데, 어떠한 검사도 거부하고 일단 항생제 안약만의 처방을 원했다. 일주일 후 다시 내원해 검사를 받겠노라 약속을 하면서 말이다.

며칠 후 그녀의 딸이라며 한 여성이 방문해 안약이 듣지 않으니 경구 항생제를 처방해 달라며 생떼를 부리기 시작했다. 자신들이 사정이 있어 개를 데리고 올 수 없으며, 개가 고통받고 있으니 무조건 약을 달라며 억지를 부렸다.

도저히 대화가 되지 않았고, 그녀는 약을 받기 전에는 병원을 나갈 수 없다며 우기기 시작했다. 눈질환에 처방한 안약이 듣지 않는다면, 검사가 필요하고 경구 항생제는 일반적이 치료가 아니고 상황을 더 나아지게 할 가능성은 적다고 설명했지만 듣지 않았다.

결국은 고성을 지르며 처방을 해주지 않는 나를 환자를 고통받게 하는 무책임한 수의사라며 악담을 하다 사라졌다.


결국 그날 나는 데일 카네기의 책을 다시 들었다.


전에 법륜스님이 사람들과 하는 즉문즉설에서 이런 상황이 있었다.

자주 화가 나는 한 중년의 남성이 자신의 이런 태도를 고치고 싶다고 어떻게 하는 게 좋겠다고 물었다.

그가 든 예에서 그는 운전을 하고 가다가 갑자기 다른 차가 끼어들거나 하는 부주의한 운전자를 보면 심하게 화가 치민다고 말했다.

그런 그에게 법륜스님이 그에게 물었다.

"그 상황에서 본인이 화가 나는 것이 다른 운전자가 본인에게 화를 준 겁니까? 아니면 본인이 스스로 그렇게 한 겁니까?"

그러자 그 남성은 "제 생각에는 그 사람이 저에게 화를 준 것이라 생각합니다."


데일 카네기의 책을 보거나 법륜스님의 얘기를 들으면 내가 내 삶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내가 내 삶을 어떻게 바라보는가에 달려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당장 돈이 없어서 힘들다거나 어떤 일로 인해 걱정이 드는 것이 결국은 내가 그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오늘을 과거에 일어난 일을 후회하고 자책하거나 미래에 일어날 일에 대해 걱정하면서 하루하루를 괴롭히고 있다는 것이다.

내가 그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느냐 그리고 오늘을 얼마나 충실하게 살아내느냐에 따라서 나의 삶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또한 내가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면서 내 삶을 온전히 살아내는 것. 그것이 나를 한걸음이라도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데일 카네기는 알려준다.


세계에서 손꼽히는 투자자로 알려진 워런 버핏 또한 데일 카네기의 대중연설 강좌를 들었다고 한다.

원래 내성적이고 남들 앞에서 말하는 걸 힘들어했던 그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대중 연설능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그 강좌를 했다고 한다.


어눌한 영어로 사람들과 어울리고 진료를 해야 하는 나는 있는 그래로의 나를 받아들이고 오늘을 살아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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