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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빌레라 - 꿈을 향한 도약

by 이제야

가인의 '카니발'이란 노래가 있다. 나는 아이들과 함께할 수업을 준비할 때 내가 아이들과 나누고 싶은 내용들을 위주로 내용을 구성하기도 하지만 아이들이 관심있는 것, 배우고 싶은 것, 그리고 추천하는 것들로부터 수업의 소재를 얻기도 한다. 이 노래는 한 학생이 내용에 대해 함께 다루고 싶다고 추천을 해서 들어본 곡인데 묘하게 서정적이고 묘하게 철학적인 구석이 있어서 수업 내용으로 채택을 했었다. 죽음으로 들어가는 그 끝이 아닌 시작이 축제와 같을 거란 새로운 인식, 즉 발상의 전환을 신나게 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죽음은 꼭 슬픈것이기만 한 걸까?"하는 질문에서 시작해 인생을 잘 살고 마무리하는 사람들에게는 아름다울 수도 있다는 것 그렇게 우리도 인생의 끝을 맞이할 수 있도록 삶을 잘 살아내야겠다는 생각으로 확장시켜봤다. 그리고 시기 적절하게도 이 당시 '나빌레라'라는 드라마가 나왔다. 처음에는 꿈에 관한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이건 그와 더불어 우리 사회에 필요한 어른, 그런 멋진 어른이 주는 지혜와 힐링의 이야기..... 그리고 본보기였다.


‘천하의 일이란 매양 강물 하나를 사이에 두고 단지 건너가느냐 못 건너가느냐 하는 투쟁일 뿐이다.’ 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 곡정필담에 나오는 글이다. 인간의 삶도 마찬가지다. 그것을 하느냐, 못하느냐 선택과 행동의 투쟁이다. 이건 세상의 결정이 아닌 오로지 나 스스로의 결정이다. 다시 말해 내 인생의 사연은 내가 만드는 것이지 남이 만들어 나가는 것이 아니란 말이다. 그러니 내 인생이 남들에게 어떤 의미일지 의식하느라 정작 나 하고 싶은 것을 못하는 불상사가 없도록 하는 것은 내 인생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나는 다른 사람의 의견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기에.


그런데 실은 하고 싶은 일을, 가고 싶은 길을 내가 마음먹은 대로 한다는 것은 쉽지가 않다. 때로는 주변여건이라는 장애물이 나를 가로막고, 사람들의 시선이라는 손아귀가 발목을 잡기 때문이다. 드라마 ‘나빌레라’에서 발레리노를 꿈꾸는 70대 할아버지 심덕출은 ‘어어..’하다가 하고 싶은 것 해보지도 못하고 일흔이 되었다는 말의 산증인이다. 마음속에 ‘발레’에 대한 동경을 품고만 있다가 처자식 건사하느라 자신이 해보고 싶은 것을 해보지도 못한 채 노년을 맞이하게 된 인물이기 때문이다. 발레와는 거리가 먼 몸 컨디션, 나무토막이 가지고 있을 법한 유연성, 그리고 너무 늦어버린 나이. 이런 현실을 직시해서였는지 그는 그간 모아두었던 발레에 관한 기사들을 쓰레기통에 버려버린다. 그런 그가 “발레를 하고 싶어요.”라며 발레 연습소로 걸어 들어간 건 친구 교석의 삶 때문이었다. 자신만을 위한 배를 만들어 바다로 나가는 게 꿈이라는 그의 친구는 끝내 그 꿈을 이루지 못한 채 떠난다. 이 간접 경험은 심덕출의 가슴 속에 불을 지폈다. 그에게 있어 발레는 건너냐 마느냐하는 ‘강물’과도 같은 것이다. 그는 마지막 순간만큼은 행복해지고 싶었다는 친구의 유언처럼 자신이 단 한 번만이라도 날아오르고 싶다는 꿈의 길에 70년이란 시간동안 묶여 있던 발을 내딛는다.


꿈이 있는 인생 속에는 희망이 있다. 꿈은 그런 것이다. 어두운 길을 일어서 걷게 해주는 북두칠성과 같은 이정표가 되어주는 그렇게 꿈은 그곳을 향해 인생을 능동적으로 이끄는 삶의 동력이 되어준다. 그것이 없다면 인생은 짧은 순간 속을 허무함으로 살아내야 할 수밖에 없다.


‘어떻게 살아야할 것인가?’ 그리고 ‘어떻게 죽음을 맞이할 것인가?’는 서로 다른 논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담고 있는 것은 같다. 실존주의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가 인생은 “B(Birth)와 D(Death)사이의 C(Choice)이다.”라 하지 않았던가? 인생을 채워나가는 건 다름 아닌 ‘탄생’과 ‘죽음’ 사이의 ‘선택’들이다. ‘어떤 선택을 해나갈 것인가?’ 그리고 ‘어떤 선택이 나를 날아오르게 할 것인가?’ 이에 대해 답을 위한 행동을 하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이다.


*생각해볼 문제

1. 인생에 있어서 하지 않으면 나중에 후회할 것 같다고 느껴지는 일들이 있는가?

2. 남들의 시선 때문에 원하는 걸 하지 못한다면 삶의 끝에서 어떤 기분이 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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