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가르치기 위해 만든 책
나는 대치동 학원 강사출신 엄마다. ‘그러니 자기 자식은 어련히 잘 가르치겠어?’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나 또한 그런 생각을 왜 안 했겠는가? 나 스스로도 내가 제일 잘 할 수 있는 일이 아이를 가르치는 일이라 여겨왔었는데... 그런데 사실 자식 가르치는 것만큼 조심스러운 것도 없을 것이다. 엄마가 선생 노릇한다고 섣불리 나서다간 자칫 아이와 상호 신뢰 관계(라포)를 깨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나 역시 애초부터 엄마표 학습을 시도 안 했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과 집에서 아이를 가르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이 다른 것이었다. 엄마가 자식을 붙잡고 가르치기 시작하다보면 거기에 엄마의 욕심이 반영이 되기 때문이다. 엄마와 자식의 관계의 거리는 교사와 학생의 관계의 거리처럼 유지가 될 수가 없다. 오죽하면 프랑스 철학자 라캉이 “인간은 타인의 욕망을 욕망한다.”는 말을 “자식은 엄마의 욕망을 욕망한다.”고까지 구체화시키는 말이 나왔을까? 그런데 문제는 이 세상 모든 아이가 엄마의 욕망대로 자랄 수 없다는 데 있다. 이것이 좌절의 경험으로 반복이 되다보면 엄마와 아이의 관계가 틀어질 수밖에 없다는 건 너무도 자명한 인과인 것이다.
그런데 참 신기하고도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정말 아이들에게 필요한 공부지만 공부라는 생각이 들지 않으면서 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게 할 수 있는 공부가 세상에는 존재한다. 그것이 바로 논술이다. 과학, 역사, 문학, 사회, 철학, 윤리, 정치 등등 모든 분야를 스토리텔링 식으로 접하고 이에 대해 생각을 나누는 인문학 논술은 엄마와 아이의 관계를 헤치는 공부가 아닌 더욱 굳건하게 해주는 매개가 되기도 한다. 실제로 나는 아이와 함께 논술 수업을 하면서 좋은 가치를 나누고 인성을 교육하는 것까지도 겸할 수 있었다. 큰 애가 한국 전쟁까지 막아준다는 중2가 되었지만 그나마 사춘기를 순탄하게 보낼 수 있는 힘 역시 함께 논술을 하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특히나 미국은 ‘경험주의 교과 과정’을 채택하고 있는 곳이 많다보니 영어 수업 또한 따로 정해놓은 교과서 없이 교사 재량으로 정하는 책을 읽고 토론하고 한 가지 주제에 대해 글쓰기를 하는 식의 수업을 하고 있어서인지 아이는 학교에서 배우고 있는 내용들에 대한 ‘엄마’의 생각을 퍽이나 궁금해 한다. 그렇다는 건 논술 수업을 하다보니 어느덧 학교 수업에 대한 것들에 대해서도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관계가 되어 있더라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아이와 논술을 하는 것들은 셀 수 없을 정도로 장점이 많다는 것이다. 물론 해보지 않고서는 이 말이 어떤 말인지 와 닿지 않을 것이다.
학원 강사 시절 당시, 같은 국어과 선생님들끼리 “나중에 자식을 낳으면 국어 학원은 안 보내더라도 논술 학원만큼은 꼭 보내겠다.”는 대화를 종종하곤 했다. 국어야 교과서 내용을 이해하고 그것을 확인하는 문제들을 푸는 것에 그치는 것이지만, 논술 수업은 다양한 내용들을 접하고 그것들로 하여금 자신의 생각을 끄집어내는 과정이 바탕이 되기 때문에 아이가 이로부터 더 풍부한 사고 체계를 확립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나는 미국에서 아이를 키우고 있기 때문에 주변에 보낼 수 있는 논술 학원이 딱히 없었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이렇게 본인 스스로 논술 교재를 직접 집필하며 가르치게 된 것이다. 물론 대상이 다른 아이가 아닌 내 아이다 보니 내가 줄 수 있는 가장 양질의 것들을 줘야겠다는 생각으로 교재를 만들 땐 보다 풍부해진 지식과 지혜들로 삶을 나아가는 데 도움이 되기 바라는 엄마의 마음을 담아 만들었다.
나는 평소에 아이들에게 내가 읽은 책 중 기억에 남는 이야기들을 해주고 이에 대한 생각이 어떤지를 묻는 대화를 많이 나눈다. 또한 아이들에게 귀감이 될 것 같은 영상들을 유튜브에서 찾아 보여주는 일 또한 마찬가지다다. 세상에 관한 일들을 아이들과 이렇게 접하면서 나는 좀 더 체계적으로 아이들과 이런 작업들을 해봐야겠다고 마음을 먹게 된 것이다. 물론 교재를 만드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아이디어를 짜내고 내용을 구성하고 이 역시 창작의 고통이 따라야만했다. 그렇지만 2년 넘게 아이들과 논술 수업을 해오면서 이제는 세상의 모든 것들에 관심을 가지고 귀를 기울이고 이를 수업으로 담아내는 과정은 그야말로 짜릿하다. 삶의 많은 부분의 행복은 교재를 만드는 성취감에서 비롯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무척 기뻤고 이걸 아이들과 나눌 수 있다는 생각에 저술하는 동안 참 즐거웠다.
세계 유수의 학교에서 강조하는 것은 인문학 수업이다. 학교가 인문학에 중점을 두고 학생들에게 인문정신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음을 최선을 다해 설명한다. 학생들에게 인간다운 삶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해주는 인문 교육이야말로 평생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교재에 수록된 내용은 아이들이 인문 정신을 함양해 나갈 수 있는 것들을 담도록 노력했다. 교재의 목적을 지식 습득에만 두지 않았다. 학습할 내용에 대해 한 번 배우고 마는 지식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교재를 통해 얻은 지식을 확장하기 위해 스스로 논제에 대한 또 다른 사례같은 자료를 찾고 이를 자신의 삶에 적용해 생각해보는 내면화 과정을 넣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배우는 모든 것이 자신의 것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특히 ‘나’에 대해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올바른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도록 신경을 썼다.. 이것이 아이들 평생의 자산이 될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자아를 굳건하게 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나’에서 ‘우리’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방향으로 수록해 놓았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을 다 읽어갈 를 배우는 성장해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 책은 엄마와 아이가 혹은, 친구, 교사와 학생이 함꼐 읽으며 서로의 생각을 더 많은 나누고 소통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그렇게 더 많은 의견들을 접하고 이를 공유하는 것들을 통해 좀 더 큰 생각의 프레임을 가지고 성장해 수 있도록 말이다. 나 또한 여러 학생들과 함께 수업을 하면서 각기 다른 서로의 생각들을 접하면서 더 풍부하고 깊이 있는 생각들을 해볼 수 있었다. 유튜브 동영상 자료를 활용할 수 있도록 자료 또한 같이 기록해 두었으니, 그것 또한 잘 활용하기 바란다.
한 번 하고 나면 아무 것도 아닌 일일지라도 모든 처음은 힘들고 어렵기 마련이다. 한 챕터를 끝낼 때마다 생각해볼 문제를 대할 때 좀 더 익숙하고 자연스러운 이야기들을 꺼내놓을 수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 확신한다. 글을 접하는 순간 모든 일상이 선물이 되는 놀라운 변화를 한 권의 책을 함께 하는 동안 더 빛나고 멋진 사람으로 거듭 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