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빌리밀리 Mar 05. 2022

노래가사도 문학이 될 수 있을까?

2016년 전세계에 수많은 논쟁거리를 낳은 사건이 있었다. 바로 미국의 팝 가수 밥 딜런은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것이다. 밥 딜런은 '바람에 흩날리는'(Blowin' in the Wind), '시대가 변하고 있으니'(Times They're A-Changin') 등의 명곡으로 미국의 반전 운동에 영향을 줬고,  ‘칼보다 펜은 강하다.’를 증명하는 산 증인으로 남았다. 그야말로 60년대 ‘저항의 상징’으로 역사에 남은 것이다. 이런 그의 행보는 지구 반대편에 있는 한국에 학생 운동에까지 파급을 끼쳤다고 평가받고 있다. 그런 그에게 노벨 위원회에서는 문학상을 수여했다.


밥 딜런의 수상으로 인해 노래 가사를 문학으로 인정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는 아직까지도 일고 있지만 이미 밥 딜런에게 ‘자유의 메달’을 수여한 바 있는 오바마 대통령은 그에 대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인 중 한 명”이라며 가사를 ‘시’로 일축해버리고 “밥딜런은 노벨상 받을 만 했다.”며 축하의 메시지를 전했다. 밥딜런을 시인으로 분류하는 사람은 오바마 뿐만이 아니다. 스티브 잡스는 밥딜런을 두고 우리 시대에 가장 존경받는 시인이자 뮤지션이라고 하는 것을 넘어 자신의 영웅이라고까지 표현한 스티브 잡스는 애플 초창기에 딜런의 음악을 수집하는데 공을 쏟고 그의 공동창업자인 스티브 워즈니악과 함께 딜런의 가사를 해석하느라 밤이 새는 줄도 몰랐다고 한다. 미국의 많은 대학에서 밥 딜런이 쓴 가사를 감상하고 분석하는 강좌가 개설이 되고 밥 딜런학이라는 연구가 진행되는 것을 보면 밥딜런의 가사에 담긴 의미 해석에 사람들이 얼마나 열광을 하고 있는지를 보며준다. 심지어 음악 잡지 롤링스톤의 평론가는 이를 두고 대중음악의 가사를 하루살이에서 성경으로 수준을 끌어 올렸다고 평가를 하고 있다.  


밥딜런에 대한 찬사는 지면에 옮겨 적기가 힘들 정도로 많다. 미국의 지미 카터 대통령은 “평화와 인권에 관한 그의 말은 미국의 어떤 대통령보다도 훨씬 통찰력 있고 훨씬 더 영구적이다.”며 그의 영향력을 역설했고 빌클린턴 역시 “그는 다른 어떤 창조적인 아티스트보다 내 세대의 사람들에게 엄청난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그의 목소리와 가사가 항상 귀에 쉬운 것은 아니었지만 그의 경력 동안 밥 딜런은 결코 만족하지 않았다. 그는 평화를 어지럽힌 권력자들을 불편하게 했다.”고 했다. 이와 같은 맥락으로 2016년 뉴욕타임즈는 “작가 밥딜런 진정한 미국의 목소리”라며 그의 수상에지지 입장을 표했다. 그가 문학과 음악의 경계를 허문 역사상 가장 위대한 아티스트가 될 수 있었던 결코 우연만은 아닐 것이다. 밥딜런 자체도 어려서부터 그가 시인을 좋아했고 실제로 지금의 밥 딜런이라는 이름도 영국 시인 딜런 토머스의 이름을 따온 것을 보면 말이다. 그래서 딜런은 노랫말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고 이렇게 경의로운 언어에 철학적 메시지를 담아 놓았다. 성경은 물론이거니와 단테, 도스토예프스키, 찰스디킨스, 마키아벨리, 루소, 프로이트와 같은 사상적인 내용들까지도 담아 놓고 있다. 그 때문에 그의 가사가 난해하다고들 하는 것일지 모른다. 결론적으로 밥 딜런은 가사에 문학성, 음악성 거기에 영향력까지 모든 걸 갖추고 있는 아티스트인 것이다. 


물론 여기에 반기를 드는 사람도 적지는 않다. 아무리 딜런이 좋다고 하더라도 그의 가사를 문학작품으로 보기에는 수준이 떨어지며 그에게 노벨문학상을 준 것은 다른 시인들을 모독하는 행위라는 것이다. 문학은 엄연히 언어로 구축이 되어야 하는 건데 시인이 아닌 작사가가 노래를 부르기 위해 만든 가사에다 그것도 노벨문학상이 필요 없는 사람한테 주는 건 아니라는 이유다. 


그런데 사실 한국에서는 이러한 논의가 무색할 정도로 이미 가사를 국어 교과서에 많은 작품을 다루고 있다. 실제로 국어 교과서를 통해 배우고 있는 고전시가들은 당대에 노래로 불렸던 것들이 대부분이고 심지어 현대 가요의 가사를 문학작품으로 교과서에 실은 지도 꽤 오래 되었다. 가사는 노랫말에 멜로디를 덧붙여 음악적 예술로 나오는 것이라 장르의 특성상 운문의 성격을 잘 갖출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 멜로디를 떼어 가사를 지면에 따로 옮겨두면 이것이 시인지 가사인지 명확하게 구별해내기도 힘들다. 다시 말해 가사는 시와 크게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오늘날 가사가 주는 문학적 영향력은 이미 시를 넘어서있다. 대중성에 있어서는 특히 더 그렇다. 그런데 이런 시점에 밥 딜런이 논쟁이 된 것이다. 노래 가사가 문학의 범주인가 아닌가라는 논의가 한 개인의 문제로 좁혀져서 말이다.


통념화된 문학의 범주를 유지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지 문학의 영역을 시대에 맞게 넓혀가는 것이 맞는 것일지는 정해진 바가 없기 때문에 앞으로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우리는 불변하는 진실인 것만 같았던 세상의 가치들이 전복되고 파기되는 것들을 많이 목격해왔다. 그래서 밥 딜런의 노래가 문학인가에 대한 논의는 우리가 사는 시대는 한 개인이 나서서 맞고 틀리고의 답을 내놓는 것을 요구하는 단편적인 시대가 아니라는 것 또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우리가 세상이 던지는 수많은 질문과 논쟁 속에서 자신의 의견과 소신을 논리적으로 펼쳐나가는 것은 중요한 일임은 상기시켜주기도 한다. 논술이라는 것은 이런 것이다. 출제자가 바라는 답을 맞히는 것이 아니라 논제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정하고 이를 논리적으로 내놓는 것 그리고 상대방이 이 의견이 합리적이고 일리가 있다는 인정을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 바로 그것이다. 


*생각해볼 문제   

밥딜런이 노벨상을 수상하게 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밥딜런의 가사는 문학인가? 아닌가?


작가의 이전글 한국 최고의 페미니즘 소설은?! 단연 박씨전이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