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동물 키우기
지금의 남편이 남자친구였을 시절에 나는 생일선물로 작은 고슴도치 한 마리를 분양받아서 전달해 주었다.
TV 속에서 아주 귀여웠던 모습에 한눈에 반한 남자친구는 키워보고 싶다는 말을 흘렸고 나는 그걸 듣고 바로 분양을 받았다. 태어난 지 한 달도 안 된 꼬물이 고슴도치는 "덥썩" 분양을 받아왔다 하여 이름이 덥썩이가 되었다.
덥썩이는 기숙사 생활을 하는 남자친구의 방으로 갔고(1인실) 함께 이동장을 이용하여 같이 운동도 다니고 서로 사랑을 키워왔다. 덥썩이는 키운 지 2년 정도 되었을 때 우리는 결혼을 하였고 덥썩이도 나와 함께 살게 되었다. 솔직히 남편이 키웠기에 나는 주말에 한 번씩만 보았고 경계가 심했지만 열심히 먹이도 주고 목욕도 시켜주면서 친해지고 싶어 했다. 그 마음을 알았는지 덥썩이는 나에게 마음을 열었고 핸들링도 가능해서 하루에 한 번씩 안아 주면서 사랑을 주었다.
야행성인 덥썩이는 낮에는 푹 퍼지는 뱃살을 바닥에 깔고 곤히 잠들었는데 숨소리에 맞춰 배가 오르락내리락하는 모습이 힐링 그 자체였다. 살짝 손가락을 건드리면 찹쌀떡처럼 들어가는 것에 나는 항상 몰랑몰랑한 느낌을 받았었다. 그리고 밤에는 아주 신나게 자신의 집을 돌아다니면서 밥도 먹고 몸도 단정하고 응가도 화장실에 잘 싸면서 건강하게 지냈다. 간혹 가다 내가 대화상대가 필요하면 맑은 눈으로 쳐다보며 나의 말을 들어주던 아주 멋있는 친구였다.
마냥 오래도록 함께 해줄 것 같았던 덥썩이는 5년의 생을 끝으로 우리의 곁을 떠났다. 한 겨울 명절을 보내러 다녀온 후 와보니 장판이 꺼져있어서 그만 겨울잠에 들어버렸다. 집에서 키우는 고슴도치가 겨울잠에 들면 다시 깨어날 확률이 없다는 말에 눈물로 몇 날 며칠을 보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방법을 다 동원했지만 끝낸 덥썩이는 무지개 다리를 건너고 말았다. 분명히 장판을 틀어주고 갔는데 왜 꺼져있었는지 지금 생각해도 참 의문투성이였다. 덥썩이는 시댁의 양지바른 곳에 묻어주고 작은 십자가도 만들어 주었다.
10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시댁에 가면 덥썩이를 묻어주었던 자리에 가서 인사를 건네곤 한다. 신혼 초 나의 고민상담 친구였고 부드러운 가시를 온전히 맡겨주었던 작은 반려동물 덥썩이..
지금은 그 작은 반려동물의 친구인 햄스터들이 우리 집에 살고 있다.
2마리의 햄스터는 신비*금비라는 이름을 얻었고 두 아이의 사랑을 먹으면서 돼지햄스터가 되어가고 있다.
신비는 아빠를 닮아서 운동도 잘하고 많이 먹어도 날씬한 햄스터인데 금비는 엄마를 닮아서 운동도 대충 하고 느긋해서 뚱뚱한 햄스터라며 신비는 날씬 소시지, 금비는 뚱뚱 소시지라는 별명도 붙여주었다.
밥과 화장실을 청소해 주면서 신비*금비도 나의 냄새에 익숙해져인지 핸들링은 아니어도 쓰다듬어주면 자신의 등을 내어주는 예쁜 아이들의 되었다.(솔직히 이렇게 될 때까지 여러 번 깨물려서 피 많이 봤어요ㅠㅠ)
오늘도 맛있는 밥을 먹는 귀여운 두 마리의 햄스터를 보면서 작은 행복을 전달받았다.
우리 집 작은 아이들, 이번 겨울도 잘 지내고 내년 겨울까지도 함께 했으면 하는 소망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