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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eo Sep 28. 2022

프렌치 워크 재킷 이야기

담백함의 힘이 느껴지는 빈티지 워크웨어

01 ┃ 워크웨어의 멋과 맛


데님, 피코트, 스웨터, 트렌치코트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우리의 일상복이라는 점도 있겠지만, 오늘은 그들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남성성에 대해 다루고자 합니다. 근, 현대 밀리터리 웨어와 워크웨어는 일상복의 기틀이 되었습니다. 패션에 있어 남녀의 경계가 없어졌다 한들 남성성과 여성성은 패션의 전통적인 주제이며, 특히 밀리터리와 워크웨어는 남성상을 상정하는 데 있어 백과사전과 같다고 감히 말할 수 있어요.


오리지널에 가까운 밀리터리/ 워크 웨어를 관찰하다 보면, 남성적인 카리스마를 느낄 수 있습니다. 전장이나 삶의 현장에서 입어졌기에 디자인보다는 기능에 충실하죠.  디자인적 선택권이 전혀 없는 옷이었습니다. 그래서 '매대 위에서 간택을 기다리는 옷들'과 결이 다른 카리스마가 존재합니다. 어떤 빈티지 딜러는 이렇게 말합니다. “밀리터리와 워크웨어는 매출고를 올리기 위해 우리 구미에 맞게 거세된 부분이 없다.”


02 ┃ 담백한 멋의 프렌치 워크 재킷


- 워크웨어, 그거 어려운 거 아니야?


남성성도 좋고 카리스마도 좋죠, 근데 빈티지는 너무 어려워 보여요. 컨디션도 애매하고, 가격은 비쌀뿐더러 일상에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죠. 배정남과 류승범의 미군 야상은 멋지지만, 그들처럼 수염과 머리를 길러야만 허락되는 옷인 듯싶어 자연히 선을 긋게 됩니다.


그런 이들에게 프렌치 워크 재킷은 훌륭한 선택지입니다. 캐주얼하면서도, 앞서 이야기한 워크웨어 특유의 카리스마를 잃지 않았습니다. 아우터의 선택지가 좁은 남성복 영역에서, 색다른 멋을 추구할 수 있습니다. 도련님 같은 블레이저 재킷과 카디건이 질린다면 프렌치 워크 재킷의 담백한 카리스마를 즐길 시간입니다.



- 프렌치 워크 재킷을 소개합니다.


프렌치 워크 재킷은 1900년대 초 처음 등장합니다. 프렌치 워크 재킷에는 몇 가지 두드러지는 특징이 있습니다. 푸른 몰스킨 코튼 원단, 3개의 오픈 포켓, 다섯 개의 단추.


가장 오래된 생산 브랜드 '르 몽 생 미셸'은 몰스킨 코튼으로 제작한 프렌치 워크 재킷을 선보였으며, 100년이 지난 지금도 같은 소재로 계속 생산하고 있습니다. 내구성은 그것의 존재 목적이었기에 단단하고 거칠며, 방수가 훌륭한 몰스킨 코튼을 이용했습니다. 당시 가장 생산하기 용이했던 푸른색은 프렌치 워크 재킷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03 ┃ 현행이냐, 빈티지냐.


- 현행은 뭐고, 또 빈티지는 뭔데?


한 분야의 정점에 있는 브랜드들은 그 역사가 오래되었기 마련입니다. 그들은 헤리티지가 있고, 노하우가 있죠. 가령 리바이스같은 근본 브랜드를 예로 들 수 있겠네요. 그런데 방금 막 만들어진 리바이스 청바지와, 70년 전 만들어진 리바이스 청바지에는 분명 큰 차이가 있겠지요? 전자를 현행, 후자를 빈티지라고 말합니다. 특히 빈티지는 오래되었을 뿐 아니라 '가치 있는' 옷이여야 합니다. 물론 '가치 있는'이라는 기준은 다소 주관적이겠지만요.


- 빈티지의 멋


빈티지를 구매할 때, 생산 연도와 에이징(시간에 따른 옷의 경년변화)은 중요한 요소입니다. 에이징 정도에 대한 선호는 빈티지를 얼마나 깊게 즐길 것인지와 직결되기도 합니다. 프렌치 워크 재킷의 두껍고 묵직한 원단은 시간이 지날수록 부드럽게 길이 들고, 보랏빛을 띠던 색이 푸르게 변합니다.


1950년대 이전 생산된 재킷은 세월의 거친 멋을 보여주겠지만, 오염/ 파손되어 있을 확률이 높겠죠? 반면 지금 생산된 재킷은 새것의 상태로, 착용자 체형에 맞는 에이징을 경험해나갈  있습니다. 그러나 빈티지 특유의 세월의 멋을 당장 경험하기란 불가능한 바입니다. 에이징은 착용자의 습관, 노화, 경험과 동반된다는 점에서 매력적입니다. 때문에 생산 연도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는 콜렉터가 아니라면 현행 제품을 사도 무방할  같습니다.


04 ┃ 프렌치 워크 재킷을 입는 방법


프렌치 워크 재킷은 기본적으로는 캐주얼하지만, 많은 근대 복식이 그렇듯 현대에서는 포멀 하게 해석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다양한 방식으로 프렌치 워크 재킷을 즐길 수 있습니다.


-  화이트 톤 치노와 매치하기


가장 먼저, 하의로 베이지 치노나 화이트 트라우저와 함께 매치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미니멀한 하의에 무심한 듯 툭 얹어 주면 그만. 정말 쉽죠? 깔끔한 이미지이지만 깍쟁이 같아 보이지 않잖아요. 스트릿 사진가 빌 커닝햄은 그의 워크 재킷과 거의 혼연 일체인데, 그도 베이지 치노와 매치하는 것을 퍽 좋아하는 듯합니다.

프렌치 워크 재킷과 화이트 톤 치노 조합


- 악세사리와 함께 스타일링하기


커닝햄에게서 액세서리 스타일링 또한 배울 수 있습니다. 그야 물론 사진가이기에 사진기를 들고 있는 것이 당연하지만, 소품 하나로 감도 높은 스타일을 완성할 수 있다는 것을 몸소 보여 줍니다. 우리에게 그 소품은 조그만 펜, 행커치프, 작은 노트, 안경이 될 수도 있죠. 좋아하는 소품 하나를 가슴 포켓에 지니면 21세기 낭만가가 될 수 있답니다.



- 클래식 수트와 믹스매치

마지막으로 클래식 수트의 재킷 대신 프렌치 워크 재킷을 입는 것입니다. 앞서 언급한 '남성상'을 떠올려 보면 21세기의 워크 재킷은 아무래도 수트가 아닌가 싶어요. 타이까지 드레스 업 하고, 워크 재킷을 입어 주는 거예요. 칼라가 낮은 프렌치 워크 재킷 특성상, 단추를 모두 채워도 살짝 보이는 셔츠와 타이가 반전 매력을 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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