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M씽크 4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주영 Jul 01. 2021

집, ㄴiㄱr ㄷH체 뭔데…?☆

<구해줘! 홈즈>로 생각해보는 집의 의미

출처: MBC 홈페이지


  <구해줘! 홈즈>는 MBC를 대표하는 효자 프로그램들 중 하나다. 이유를 알 것 같은 것이, 다양한 주거 형태를 구경하는 것도 흥미롭고, 여러 지역의 대략적인 시세나 인테리어 팁과 같은 실용적인 정보도 얻을 수도 있으며, 팀 배틀 형식이 주는 재미도 쏠쏠하다. 하지만 <구해줘! 홈즈>가 재미있는 이유의 근본적인 바탕은, 무엇보다 그것이 대한민국 최대 관심사인 ‘집’을 다룬다는 사실에 있다고 생각한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우리는 집에서 잠만 잘 뿐만 아니라 학교 수업도 듣고, 공부도 하고, 하루 세 끼를 다 챙겨먹게 되었다. 하지만 집은 ‘잠도 자고, 학교 수업도 듣고, 공부도 하고, 밥을 먹는 곳’이라고 정의되긴 부족하다. 집이 우리에게 가지는 의미는 특별하다. 졸업학년인 필자의 친구들은 진로 고민을 할 때 ‘이 일을 하면 몇 년 만에 집을 살 수 있을지’를 고려한다. 국회에서 집의 의미를 축소하는 망언이 나오면 사람들이 크게 분노하기도 한다. 도대체 집이 우리에게 뭐기에 우리는 집 하나에 울고 웃으며, 집을 구하는 예능에 빨려 들어가게 되는 걸까? <구해줘! 홈즈>를 보며 우리에게 집이 가지는 의미를 생각해보자.  

   


1) 성실한 삶의 결실이자 역대급 고민의 결과물


  개인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평범한 사람이라면 대개 돈을 꾸준히 모아 집을 사는 것을 인생의 중요한 과제로 여긴다. 오롯이 내 소유의 공간이 있다는 것은 차원이 다른 안정감을 주기 때문이다. 또 자신 명의의 집을 산다는 건 누군가에게는 정직하고 착실한 삶으로 얻은 뿌듯한 결과물일 수 있고, 혼란스러운 세상에 나름 제대로 뿌리를 박았다는 증표일 수도 있다. <구해줘! 홈즈>에도 10년 동안 전‧월세로 살다가 처음으로 매매를 알아보는 간호사 세 자매, 계속 전세살이를 하다가 이제는 ‘내 집’을 마련하고 싶어 하는 6년차 부부 등의 의뢰인이 나온다.     

        

<구해줘! 홈즈> 105회(왼), 94회(오) 캡처


  이런 의미가 있다 보니 집을 살 때 보통 고민이 뒤따르는 게 아니다. 집을 구하는 사람들은 그동안 땀 흘린 값을 소중히 쥐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며 최대한 제대로 된 매물을 사고자 한다. 구해줘 홈즈에서는 패널들이 같이 각 매물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그 부분을 은유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팀에서 빼꼼 나오는 오션뷰를 자랑할 때 다른 팀에서는 “바다가 보이나요…?” “저게 무슨 오션뷰예요?”라고 반박하기도 하고, 거실에 있는 우드 셔터를 자랑하면 반대쪽에서는 “우드셔터는 사생활 보호를 위해서 있는 것인데, 그렇다면 사생활 침해가 있다는 거죠.”라고 말하면서 반박을 한다. 이렇게 티격태격하며 상대팀 매물의 문제점을 짚는 형식은 배틀의 재미를 주기 위해서도 있지만 하나의 매물을 객관적으로, 최대한 다양한 측면에서 뜯어보기 위한 것처럼 보인다.

  첫 ‘나의 공간’은 엄청난 의미가 있을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의 노력을 보상해줄 삶의 터전을 가지게 되는 만큼 모든 방면에서 고민하고, 뜯어보고 사게 된다. 그리고 그럴수록 애정이 커지는 건 당연하다. 우리가 더 많이, 오래 고민하고 산 가방, 옷, 신발을 더 아끼는 것처럼 말이다. 이렇게 집에 대한 유별난 고민들과 각별한 애정이 의뢰인들의 사연과 고민, 그리고 패널들의 노력에서 엿보인다.



2) 로망 실현의 공간


  집을 구한다는 건 더없이 현실적인 일이기도 하다. 예산에 따라 거주할 수 있는 지역, 거주 형태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구해줘! 홈즈>에서도 항상 보증금과 월세를 꼼꼼히 체크한다. 하지만 그게 다는 아니다. 의뢰인에 따라 정말 다양한 조건이 추가적으로 붙는다. 바이크 주차 공간, 줌바댄스 공간, 자연이 주는 힐링을 느낄 수 있는 곳, 다락방이 있는 곳…원하는 집의 조건을 보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일지 대략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집은 나의 예산 안에 있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의 로망을 실현할 수도 있는 곳이다. 그래서 집은 내가 조금 더 ‘나’일 수 있게끔 하는 곳, 나에 맞춰 꾸미고 나의 삶을 완성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83회에는 ‘신난당 재미난당’ 하우스가 나온다. 이 이름은 집의 설계자이자 주인인 분이 부부와 아이들, 반려견들이 24시간 내내 신나고 재밌게 살자는 의미로 지은 것이다. 집 안에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해먹, 사다리 그네, 계단 밑 비밀 기지, 보물창고, 작은 무대, 미끄럼틀 등이 있고, 곳곳에는 아이들을 향한 애정이 담뿍 묻어난다. 가족들과 함께 일상적인 행복을 만끽하고 서로를 소중히 여기며, 따뜻하고 즐겁게 살고자 하는 집주인의 마음이 드러난다. 99회에서는 아예 파티용으로 만든 지하 공간이 있는 주택이 등장했다. 손님들을 대접할 거대한 주방에 음악을 크게 틀 수 있도록 구비한 방음시설, 같이 목욕을 즐길 수 있는 큰 편백 욕조들과 휴식할 수 있는 수면실까지 갖춰져 있다. 고마운 사람들을 정성들여 대접하고, 순간순간을 축복으로 여기며 신나게 살고자 하는 마음가짐이 보이는 것 같다.


<구해줘! 홈즈> 83회(왼), 99회(오) 캡처


  이처럼 집에서는 집주인이 어떤 삶을 꾸리고자 하는지가 드러난다. 사람들은 현실적인 조건뿐만이 아니라 각자의 가치관과 철학을 고려하며 집을 구하거나 개조하거나 지을 수 있다. 이처럼 자아실현의 공간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집은 우리에게 더 빛나는 가치가 있는 게 아닐까 싶다.



3) 새로운 삶의 국면이 시작되는 곳


  집은 새로운 삶의 단계를 시작하고, 그를 위한 마음가짐을 단단하게 다지는 공간이기도 하다. 103회에서는 꿈을 위한 서울 월셋집을 찾는 개그맨 지망생 의뢰인 두 명이 찾아왔다. 공연과 오디션들이 서울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요즘 개그맨 상황이 좋지 않은데 어떻게 지내냐고 묻는 김숙과 양세형의 말에 두 의뢰인은 셀 수 없이 계속 지원하고 계속 떨어진다고 익살스럽게 대답한다. 그리고 집의 조건을 묻자 오디션으로 바로 달려갈 수 있다면 아무 상관없다고 말한다. 어려운 현실, 어려운 조건에도 하나의 기회라도 더 잡기 위해 집을 구하는 것은 흔들리지 않는 꿈을 향해 정면으로 부딪혀보겠다는 도전장이기도 하다. 또 98회에는 3년 동안 아이돌 활동을 하다가 그만둔 전직 아이돌 예비부부가 나온다. 예비 남편 분은 보험설계사 겸 PC방 운영자로 전향해 차근차근 자리를 잡고 있다. 두 분은 아이돌 당시 엄청난 노력을 하고 소속사를 옮겨도 봤지만 상황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던 힘든 생활을 추억하며, 함께 살 집만큼은 A클래스로 가고 싶다고 하셨다. 희미한 아쉬움이 비치기는 했지만, 최선을 다했던 자들만이 가질 수 있는 내려놓음이 보였다. 마음대로만은 되지 않은 과거에 대한 아쉬움은 뒤로 하고 앞으로 펼쳐질 삶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당당하게 꾸려나가고자 하는 다짐이 느껴졌다. 새로운 집에서 펼쳐질 그들의 새로운 삶을 응원하게 되었다.


<구해줘! 홈즈> 103회(왼), 98회(오) 캡처


  이렇게 <구해줘! 홈즈>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집을 구한다는 건 개인이 가진 스토리에 따라 새로운 시작을 기념하는 의미 또한 지닌다. 때로는 그를 통해 새로운 에너지를 채우기도, 아쉬움을 채우기도 할 것이다.           


  지금까지 <구해줘! 홈즈>의 포맷과 그 속에 담긴 다양한 사연들을 가지고 우리에게 집이란 도대체 어떤 의미를 가지기에 사람들의 관심사가 되었는지를 생각해보았다. 이렇게 집의 다층적인 의미에 대해 짚어보면 집을 100% 현실적이기만 한 재산, 그리고 부의 과시 수단 정도로만 생각할 때보다 <구해줘! 홈즈>를 열 배는 더 즐길 수 있게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