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의 어느 날, 미용실에서

by 네네

1년의 첫 번째 고비, 6월이 찾아왔다.

1년의 반이나 지났는데 그동안 뭘 한 걸까.

그러면서도 1년의 반이나 더 남아서 지치는 6월.

날씨도 덥고 습해 더 지치고... 기분전환이 필요하다.

파격적인 헤어 스타일 사진 몇 장을 단톡방에 올렸다가 큰일 난다는 언니들의 만류에 결국 가볍게 다듬는 것으로 타협점을 찾고 미용실로 향했다.

머리를 다듬고 샴푸실에서 기분 좋은 샴푸향에 취해 있을 찰나, 저쪽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 저기요!"

"네, 손님. 예약하셨을까요?"

"아니요. 아니 그게 아니고... 지금 옆 미용실에서 머리 자르다가 중간에 나왔어요. 예약해야 되나요?

이것 좀 어떻게 안 되나요? 샴푸는 안 해도 돼요."

"잠시만요. 실장님! 이 손님 수습 좀..."

아니, 이게 다 무슨 얘기인지... 처음 듣는 상황에 귀가 쫑긋해졌다.

무엇보다, 새로 온 손님의 머리를 보고 싶어 못 참을 지경이었다.

그러는 사이 샴푸가 끝나고 문제의 그 손님 옆에 나란히 앉게 되었다.

곁눈질로 슬쩍 보니, 아.. 40대 남자 손님의 머리는 스타일을 목적으로 한 상태는 아님이 분명했다.

"오늘 저녁에 중요한 약속이 있어요."

아니, 그렇게 중요한 약속 직전에 처음 가보는 미용실에서 머리를 자르는 선택을 했단 말인가?

그것도 그렇지만, 머리를 자르다 말고 가운을 벗어던지고 중간에 옆 미용실로 와버리다니.. 여러모로 무모한 용기가 있는 손님이었다.

과연 그의 머리가 복구에 성공할 것인가.

내 머리 스타일 따위는 이미 관심 밖이었다.

곁눈질로 슬쩍슬쩍 그 손님 앞의 거울을 보기 바빴다.


"가볍게 잘 됐죠?"

아쉽게도 내 차례는 다 끝나 있었다. 한층 가벼워진 내 머리에 만족해하는 것도 잠시, 옆 자리 손님의 머리가 어떻게 되어가는지 자연스럽게 볼 수 있는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다.

나는 천천히 일어나 몸을 돌려 거울로 뒷모습을 보는 척하며 그의 복구가 어떻게 되어 가는지 보고야 말았다.

아! 실장님은 역시 신이다!

이렇게 달라질 수 있다고?

짧기만 하던 머리가 제법 스타일 있게 변해 있었다. 앞모습까지는 보지 못했지만, 한결 편안해진 표정이었으리라.

덕분에 그 손님은 오늘 저녁, 자신 있게 중요한 자리에 나설 수 있게 되었다.

무모했던 용기 때문에 그날 저녁을 망쳐버릴 수도 있었지만, 또 그 무모했던 용기 덕분에 그날 저녁을 멋지게 보낼 기회가 생겼다.


우스꽝스러운 에피소드로 끝날 줄만 알았던 그 10분의 시간이 꽤 긴 여운을 남겼다.


모든 일엔 좋은 면만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나쁜 면만 있는 것도 아닌가 보다.

머리를 또 망쳤으면 어떠랴.

망친 머리 덕분에 멋진 에피소드가 어디서 생겨날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모든 일이 그러하리라 생각하니 무겁게만 느껴졌던 6월도 어느새 가벼워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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