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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향 Jan 13. 2024

당당하게, 자신 있게

많이 많이 웃는 하루가 되길

배구클럽에서 내 평소 포지션은 대부분 후위 중위이다. 키가 작아서 공격수를 하기는 좀 무리다. 앞에 서면 블로킹을 해줘야 하는데 그런 면에서 많이 불리하다. 키 큰 상대편 블로킹에 당하기도 쉽다. 하지만 난 공격이 재미있다. 스텝을 밟고 점프를 해서 정점에서 있는 공을 힘껏 때려내는 기분이 정말로 시원하다. 손바닥에 공이 감겨서 빠르게 바닥에 꽂힐 때의 쾌감 때문에 배구가 즐거웠다.  

     

실수를 많이 하는 날이 있다. 내 공이 아닌 것 같아 우물쭈물하거나 나한테 안 주겠지 하며 준비하지 않고 있어서 타이밍을 놓치는 경우다. 나보다 실력 있는 사람이 있는데 부족한 내가 중요한 포지션에 있을 때는 눈치 보느라 발이 더 떨어지지 않는다. 위축되는 것이다.     


가끔씩 잘하는 사람들이 별로 나오지 않아 중위나 레프트 공격 포지션에 설 수밖에 없을 때가 있다. 어차피 내가 해야 하기에 미리 준비해서 타이밍을 맞춰 강하게 때린다. 한번 자신감이 붙으면 더 날카롭게 들어간다. 같은 실력이지만 자신감 여부에 따라 움직임은 확연히 달라진다.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려있다는 걸 몸으로 깨닫는다.     


초등학교 5학년 무렵, 내가 살았던 섬마을에 서울에서 김주연이라는 아이가 전학을 왔다. 아마 가정 사정 때문에 할머니 댁에 잠시 맡겨졌지 않았나 싶다. 그 아이가 오기 전까지 우리 반(고작 10명었다!)에서 나는 가장 잘 나갔다. 그 당시 시골 아이로는 드물게 입학 전에 이미 계몽사 전래동화, 세계명작 전집을 마르고 닳도록 읽어서 맞춤법까지 거의 완벽하게 터득해 1학년에 입학했고, 심지어 일일 학습지까지 해 본 적이 있는 엘리트였다.(하하! 우리 시골에서는 그렇다구요.) 매년 1학기에는 반장, 2학기에는 회장을 반복했다. 요즘 말로 하면 임원선거 때마다 어반향 어회향, 즉 어차피 반장은 향라, 어차피 회장도 향라였다. 단지 부반장, 부회장 선거가 치열했을 뿐. 뭐냐. 이 재수 없음은.     


처음 전학생을 접한 우리에게 새로운 친구는 호기심과 선망의 대상이 되었고, 바로 2학기 반장으로 선출되었다. 서울말을 쓰면서 도도하게 말하는 것이라든가 반장이랍시고 이것저것 시키는 걸 보면 우리의 촌스러운 행색을 보고 무시한 것이 확실했다. 하루는 아이들이 “주연아”하고 부르니 “주연이가 뭐야? 반장이라고 해야지.”라며 흘겨보는 것이었다. 아니, 이렇게 대놓고 잘난 척을 한다고? 남이 눈치채지 않게 속으로만 뽐냈던 나는 그것이 충격이었다. 그런데 거기다 대고 뭐라고 대꾸도 못했다. 생각해 보니 아주 못난이였다.     

 

엄마는 주연이가 온 이후 내가 코가 쑥 빠져 지냈다고 했다. 하루는 공책을 찢어서 변소에 버렸길래 이상해서 캐물었더니 주연이가 글씨를 너무 잘 쓰고 나는 못 써서 버렸다고 했단다. (그 친구 글씨는 아직도 생생하다. 정말 잘 썼다. 그러나 나도 잘 썼다.) 알고 보니 그 친구는 생각만큼 뛰어나지 않았다. 월말평가에서 나보다 한참 아래 점수를 받은 것이다. 뭔가 허무하고 나 자신이 바보 같아서 부끄러웠다. 스스로 비하하며 위축됐던 최초의 사건이었다.     


엄마는 중학교 진학을 위해 나를 목포로 유학(섬에서 도시로. 유학 맞다.) 보낼  때에도 그때 일을 상기시켰다. ‘지레 겁먹지 말아라. 네가 작은 섬에서 자라서 도시의 아이들이 커 보이겠지만 실은 별거 아니다. 네가 훨씬 잘할 수 있다.’ 이런 얘기들. 내가 부족해서 못 할 것처럼 보일 때마다 스러져가는 불씨에 입바람을 불어넣듯 마음에 힘을 불어넣으면 마법처럼 일이 풀리곤 했다. 뜀틀에서 백텀블링을 한 것도 제일 먼저였다. 그러다 손목이 삐어 시험을 못 보기는 했지만. 홀로 부모를 떠나 외갓집에 얹혀 지내면서도 도시 아이들 사이에서 주눅 들지 않고 나만의 색깔을 만들며 잘 살아냈다. 


부딪쳐 보고 성공의 경험이 늘어날수록 자신감이 다져진다. 실패의 경험은 또 다른 자신감이 된다. 다음번 성공의 확률을 높여주는 자신감.   

   

밝고 명랑함. 트레이드 마크가 없어졌다. 요사이 기분이 축축 처진다. 살이 찌고 젊음이 사라지고 있어 서글픈 데다가 건강에 이상이 생겨 1년 가까이 운동을 못 한 것도 영향이 있는 것 같다. 어제 교직원 배구클럽에서 함께 하자고 연락이 왔다. 목디스크도 어느 정도 나았으니 이제 운동을 다시 시작해야겠다. 사람들이 사랑해 주었던 웃음을 다시 찾아야겠다.     


씩씩하게 헤쳐나갔던 그동안처럼 다시 한번 마음에 힘을 불어넣어야 한다. 잘 못하더라도, 맘에 안 들더라도 기죽지 말아야지. 자신 있게 살지 못할 이유는 없다. 미소를 잃지 않으며 당당하게 있는 그대로 사랑하며 살자. 나답게. 밝게.

  

자신감이 필요하면 다음 시를 읽으라. 용기가 차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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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에서 발끝까지

당신을 빛나 보이게 하는 것은

바로 자신감이다.    

 

당당하게 미소 짓고

초조함으로 말을 많이 하지 않고

걸을 때도 어깨를 펴고

활기차게 걷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주위 환경에 기죽지 않으며

아니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당당함이 필요하다     


당신을 놓치는 사람은

평생 후회하게 될 것이라는

자신감을 가져라     


당신은 앞으로 무한히 발전할 것이고

당신의 노력은 세상 속에서

당신을 빛나게 할 것이다.   

  

-앤드류 카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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