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멈춘듯하다. 쿠바 아바나의 인상이 그렇다.
2017년 즈음이다. 아바나의 여름은 덥다
무더운 아바나 올드타운을 걷다가 골목길에 혼자 서 있는 남자를 보았다.
페인트가 군데군데 벗겨진 낡은 벽돌건물에
창문을 돌출한 에어컨 실외기들. 없거나 있어도 낡았거나 혹은 고장나 못쓰게된 그것들이
아바나의 현실을 말해 준다.
아바나는 덥다. 견디기 힘들다. 실내나 실외나 별 차이가 없다.
그 실외기들 사이로 한 남자가 서있다. 더위를 피해 그늘에 서있다.
조금은 시원한 벽에 등을 기대었다. 한쪽 다리로 땅을 집고, 다른 다리는 벽에 붙였다.
누구를 기다리는 것일까. 아니면 무엇을 기다리고 있는 것 일까.
아바나의 기다림은 결코 지루하지 않다. 쿠바의 치명적인 매력이다.
내가 기다리던 그것이 늦게 오거나 혹은 오지 않아도 별 상관이 없다.
쿠바에서는 그렇다.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다. 시계는 혁명과 함께 멈추었다. 그리고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다.
시간에게서 변화의 기능이 빠지면, 시간의 가치는 급속도로 저하된다.
시간을 존중하지도, 아끼지도, 경영하려 하기도 않게 된다.
모든 것은 정지해 있다. 시간은 이제 별 의미가 없다.
시간을 인내한다고 해서, 기다리는 것이 결코 오지 않는다.
기다림과 그 기다림의 성과사이에 인과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
시간을 뺴면.
기다림은 더이상 미학적이지 않다. 아름답지도 즐겁지도 않다.
그래도 기다린다.
남자는 쿠바 골목에 그늘에 숨어서
한쪽 발을 들고
기다린다.
고도를 기다리듯이.
시선은 15도상방 먼 곳을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