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드레 지드의 좁은 문은 광장으로 통하지 않는다.
좁은 문 앞에 섰다.
이 문을 나서면 거긴 거대하고 장엄한 공간이다.
러시아의 중심이며, 권력과 신앙, 피와 예술이 수 세기 동안 포개진 공간이다.
아침이 되면 태양은 모스크바 강을 넘어서 광장 끝 바실리카 성당 뒷쪽으로 떠 오른다.
그리고 그 태양은
광장을 따라서 크램린 궁전과 거기 꺼지지 않고 타오르는 불꽃, 렌닌의 묘지와 박물관을 차례로 깨운다.
광장 그 넓은 곳을 밝힌 햇빛은
이 좁은문으로 쏟아져 나 온다.
빛이 이 문을 지나면
비로소 모스크바에 아침이 온다.
돌들이 빛난다.
혁명과 지성과 예술과 야욕과 무지가 통과했던 이 좁은 문으로 가는 길에,
역사의 발자국에 닳고 닳은 돌들이 땅바닥에서 보석처럼 빛난다.
그 돌을 반짝이게 하는 것은
바실리카 성당의 첨탑을 그림자로 남기고
좁은 문을 나서는
아침 햇살이다.
좁은 문을 들어서는 사람들의 그림자가
그 돌들위에서 또 빛난다.
나그네는 12월 모스크바 그 혹한의 붉은 광장 앞에서
문득 앙드레 지드를 떠 올린다.
'내가 너에게 줄 수 있는 사랑은 단 하나, 그 문을 지나는 사랑뿐이다.'
앙드레 지드는 『좁은 문』에서 말한다.
사랑이어야 한다고.
좁은 문이란
고통을 동반한 순결, 내면의 소명,
또는 세속의 유혹을 뒤로한 채 나아가는 거룩한 고독의 통로이며,
그리고 그것은 그 동기와 결과가 너를 위한 사랑이어야 한다고.
그에 따르면
좁은 문으로 들어가는 이유는 단 하나.
광장으로 가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의 내면으로 들어가기 위한 것이어야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