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 맨 뒷 칸에서 멍 때리기.

미얀마에서 기차를 탔다. 멀어져 간다. 자꾸만 멀어져 간다.

by B CHOI
미얀마 철도.jpg


멀어져 간다.

레일은 실타레처럼 끝이 없다. 꼬였다가 풀렸다가. 굽었다가 펴졌다 하면서

멀어져 간다.


비가 오다 말다 하는 아침에

미얀마 양곤의 기차역에 갔다.

열차시간표를 보고는 편도 한 시간 반. 왕복 세시간의 기차표를 샀다.


맨 뒷칸으로 갔다.

내 키 높이의 조그만 창문으로 기차의 뒤가 보인다

기차가 지나간 길이 보인다.

기차의 과거이다. 비에 젖어 왜곡되어있다.



흔들림.

확실히 미얀마의 기차는 더 흔들린다.

양곤을 떠난 기차는 빨리 달리지 않는다.

흔들흔들 천천히 간다.

시간도 그렇게 흐르는 것 같다. 그래서 미얀마는 미래보다 과거가 더 긴 듯 하다.


기차에서 보이는 풍경은 도시나 시골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

양곤이라고, 번화가만 벗어나면 시골과 크게 차이가 없다. 높은 건물이 없다. 나무가 많고 그 사이로 냇물이 흐른다. 그 냇물엔 아낙들이 빨래를 하고 아이들이 뛰논다.

하늘은 맑다.

바람은 신선하다.


은하철도이다.

기차는 어느새 미얀마를 떠나서 지구를 넘어 우주로 달린다.

과거로의 여행이다.

기치가 역에 도착할 때마다. 역 이름을 본다. 나의 어린 시절이다. 엄마 아빠 누나 동생이 역의 이름이다. 어린 친구들 이름도 있다.


이번역은 엄마 엄마역입니다, 내리실 분은 잊으신 물건 없이 안녕히 가십시요. 이번 역에서 내리면 돌아가신 엄마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정신을 차리면 기차는 아직도 레일 위이다.

창문 밖으로 멀어져 간다. 또 멀어져 간다.







23 Dec 2025

월, 수,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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