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MBTI자체를 신뢰하지 않는다. MBTI를 말하는 사람을 경계한다.
혹시 MBTI가 어떻게 되세요?.
난 사막을 다녀온 뒤에도 우유니에서 두 밤을 더 있었다.
고원에 버려진 황토색 마을이 좋았다. 그 마을에 바람이 분다. 안데스의 바람을 멍 때리는 건 즐거움이다.
그리고 거기서 자유여행 중인 한 한국인 부부를 만났다.
혹시 MBTI가 어떻게 되세요.
처음엔 대단하다였다. 혼자 남미를 여행하는 할아버지가 신기해 보였나 보다.
그리고는 이내 나의 MBTI를 묻는다.
나의 혼자 여행 그 원인을 나의 성격에서 유추해 내려는 심산으로 보인다.
이런 질문은 여러 번 받은 적이 있다.
강연을 마치고 나면 청중들 가운데 몇 분은 꼭 이런 질문을 한다.
나의 대답은 동일하다. '난 MBTI를 신뢰하지 않을 뿐 아니라 그것을 해 본 적도 없다'이다.
인간의 성격은 몇 개의 유형으로 분류될 만큼 단순한 것이 아니고, 또 그렇다 해도 인터넷으로 막 해주는 그런 검사의 결과를 나는 신뢰할 수 없다. 나는 MBTI나 그 결과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다.
혈액형과 MBTI
나는 O형이다. 한때 나는 혈액형을 믿었었다 그래서 내가 성격이 외향적이고 남성스럽다고 믿은 적이 있다.
검증된 결과이다.
혈액형과 성격은 관계가 없다.
이제 혈액형과 관련하여 성격을 규정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나는 확신한다. 혈액형이 사라졌드시 머지않아 우리를 지배하고 있는 이 MBTI도 잊려져 갈 것이다.
MTBI에 대한 반론들.
인간이나, 그 인간의 뇌. 그리고 행동이나 그 행동을 결정하는 성격 같은 것은 자연이다. 자연은 단순하지 않다. 아직도 우린 모른다. 들에 핀 잡초의 생명을 분석해 내지도 못한다.
인터넷 환경에서 클릭 몇 번으로 그 유형을 구분해 낼 만큼 인간은 단순하지 않다.
인간의 성격은 무수한 뇌과학자. 심리학자. 철학자들 그리고 종교가 수천 년을 연구해도 아직 규명해내지 못하고 있다.
각 분야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MBTI의 모순들이다.
심리학적 모순
이분법적 분류의 한계 Dichotomous Typing.
MBTI는 사람의 성격을 양 극단 예를 들자면 외향과 내향 가운데 하나로만 분류하지만, 실제 인간 성격은 대부분 연속적인 스펙트럼continuum 위에 존재한다.
신뢰도 Consistency의 문제.
검사의 결과가 신뢰할 만하지 못하다. 예를 들면 같은 사람이 몇 주 또는 몇 달 간격으로 테스트를 하면 결과가 바뀌는 경우가 많다.
유형화 자체의 문제 Typology vs. Trait.
사람을 16가지의 고정된 유형으로 나누는 것은 모순이다. 현대 심리학은 사람을 여러 성격 '요인 traits'의 조합으로 본다.
MBTI 창시자의 심리학적 한계.
MBTI는 칼 융의 이론을 바탕으로 개발되었지만, 개발자인 마이어스와 브릭스는 심리학 전공자가 아니었고, 과학적 방법론을 엄격히 따르지 않았다. 또한 융 자신도 자신의 이론이 과학적이라고 주장한 적이 없다.
철학적 모순
본질주의 Essentialism의 함정.
MBTI는 각 개인이 정해진 유형의 ‘본질’을 가지고 있다는 전제를 암묵적으로 깔고 있다. 하지만 현대철학, 특히 실존주의는 “존재가 본질에 앞선다”라고 주장하며, 인간은 정해진 본질 없이 자신을 만들어 나가는 존재라고 본다. 인간을 유형으로 고정 짓는 것은 실존의 자유와 변화를 무시하는 행위이다.
정체성의 고정 혹은 유동성.
MBTI는 사람이 일관된 ‘유형’을 가진다고 가정한다. 그러나 포스트구조주의와 후기현대 철학은 정체성은 언어, 사회적 맥락, 권력 담론에 따라 유동적이라고 본다.
자기 충족적 예언의 위험.
철학적 관점에서 MBTI는 자기 서사 narrative identity를 구성하는 방식에 영향을 준다. 즉 '나는 이 유형 이니까 이렇게 행동할 거야'라는 믿음은 실상 스스로 그 틀에 갇히는 자기 충족적 예언 self-fulfilling prophecy일 수 있다.
다원주의와 인식론적 절대성의 충돌.
MBTI는 '당신은 이 유형이다'라고 말함으로써 하나의 절대적 설명틀을 제시한다. 그러나 포스트모던 철학은 진리와 해석은 다양할 수밖에 없으며, 하나의 설명틀이 모든 인간을 담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뇌과학적 모순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의 무시.
뇌는 경험, 학습, 환경에 따라 구조와 기능이 바뀌는 신경가소성을 가진다. MBTI는 사람이 고정된 성격 유형을 갖고 있다고 전제하지만, 뇌과학은 인간의 성격과 행동이 유동적이라고 본다. 즉, 뇌과학은 '성격은 바뀌기 어렵다'는 MBTI의 암묵적 전제와 충돌한다.
객관적 신경 기반이 없음.
MBTI는 신경과학적으로 검증된 뇌 영역 혹은 회로와의 직접적 관련성이 입증되지 않았다. 현재까지 MBTI 유형과 뇌 기능을 연결하는 과학적 연구는 거의 없거나 신뢰도 낮은 수준이다.
상태 state와 특성 trait의 혼동.
뇌과학에서는 감정, 집중력, 성향 등은 '상태'와 '특성'으로 구분되며, 순간적 상태와 장기적 경향은 다르게작동한다. MBTI는 일시적 상태나 상황적 행동을 고정된 유형 trait으로 해석할 위험이 있다.
자기 보고식 검사와 뇌과학의 신뢰도 차이.
MBTI는 주관적인 자기 보고self-report에 전적으로 의존한다. 하지만 뇌과학은 행동, 반응속도, 신경영상 등 객관적 생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다. 따라서 MBTI는 측정 방식부터 신경과학적 방법론과는 괴리가 있다.
그래서 MBTI의 성격검사는 가볍게 재미로 취급해야 하며, 그 결과를 인용하거나 적용하여서는 안된다. 특히사람을 평가하는데 활용하여서는 절대 안 된다고 전문가들은 충고한다.
나는 심리나 철학 뇌과학분야 전문가가 아니며, 신뢰성을 높이기 위하여 이 MBTI에 대한 반론들은 AI의 답변들을 부분적으로 인용하였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다. 다른 나는 없다.
나와 비슷한 사람도 없다. 난 아무도 닮지 않았다. 난 누구도 따라 하지 않을 거다.나는 나이다.
만일 세상사람이 MBTI의 16개 유형이어서, 나와 유사한 유형의 사람들이 이 지구상에 1/16을 구성하고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가는 곳마다 나 같은 사람을 만나서 행복할 수 있을 것이다.
왜 사람들은 기준을 만들기 좋아할까. 그리고 그 기준에 따라 사람을 나누기를 좋아할까. 혹시 불안한가. 외로운가. 미워하고 싶은 사람을 미워할 이유를 찾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좋아하는 사람을 좋아할 이유가 필요한가.
남미에 와서 한 열흘을 지내면서 느낀 것이다. 인생 별거 아니다. 사람도 별거 아니다.
어떤 사람은 이 안데스 산속에서 태어나서 여기서 죽는다. 행복이나 불행이 뭔지도 모른다. 그냥 태어나서 그렇게 살다가 죽는다. 성격이고 행동이고 그런 거 모른다.
산이고 나무이고 별이고 바람이고 그리고 사람이고 다 그렇다. 자연이다.
나는 드디어 사람이 된다. 남미에서. 다 벗어버리면 자유로워 진다.
16 Feb 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