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니는 왜 기차를 그리워하는가.

기억은 상징이다. 우유니가 그리워하는 건 기차가 아니다.

by B 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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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파편들.

Avenida Ferroviaria거리는 우유니의 강남대로이다.

우유니의 주력산업인 관광업이 이 거리를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고, 우유니 사막으로 여행자들을 실어 나르는 차량들이 여기에서 출발한다.


우유니는 고원지대이다. 바람이 세차다.

작은 마을이기 때문에 거리에 사람은 별로 없다.


분위기는 영화 세트장 같다. 개척시대 미국 서부 작은 도시 같다.

총잡이들이 문을 열고 걸어 나올 것 같은 분위기의 2층 집들이 도로 양편으로 이어져 있고,

편도 2차선의 도로 가운데는 중앙분리대가 있다.

이 중앙 분리대를 따라서 조형물들이 서 있다.

그런데 그 조형물들이 모두 철도와 관련이 있다.


기차와 전혀 관련이 없을 것 같은 이 도시는 왜 기차를 기억하고 있는가.

기차와 이 도시는 무슨 관련이 있는가. 나는 탐정이 되어서 이 도시를 조사하기 시작한다.





기차가 오지 않는 기차역은 호텔이 되었다.

우유니의 중심은 기차역이다. 기차역은 우유니에 비해서 그 규모가 크다. 넓은 기차역과 플랫폼 그리고 정원은 이 역이 과거에 매우 번성했던 것으로 짐작하는데 충분하다.


플랫폼에서 이곳저곳을 둘러보는데, 기차 역무원인듯한 사람이 다가온다.

나가 달라는 것이다.

기차는 오지 않는다고 한다. 일주일에 두어 번 운행이 된다고 한다.

하기야 여기가 안데스 한가운데이고, 우유니의 인구나 경제 그리고 관광객 규모를 생각하면 매일 기차가 운행될 여지는 없어 보이기도 한다.


기차역은 기차를 타고 내리는 곳이라기보다는 호텔이다.

마당에 있는 열차가 객실이고, 기차역 2층에 안내 데스크가 있어 체크인을 할 수 있다.

기차가 오지 않는 기차역. 그리고 그 기차역 마당에 있는 열차호텔.


이미 기차는 떠났다. 그런데 왜 우유니는 기차를 그리워하는가. 현지인들에게 물었다.

기차도 자주 오지 않는 우유니는 왜 그렇게 철도를 그리워하는지 물었다.





우유니가 진짜 기억하고 싶은 것들.

우유니도 잘 살던 때가 있었다고 한다.

길거리 개들이 오만 원 지폐를 물고 다니던 시절이 있었단다. 매일 철도가 오고, 그 기차를 타고 사람들이 몰려오던 시절이란다.


여긴 지하자원의 보물창고라고 한다.

19세기 중반부터 20세기 초반까지 볼리비아 산악지대에서 채굴된 은 주석 납 등의 지하자원은 기차를 타고 칠레까지 보내졌다고 한다.

그 요충지인 우유니는 기차 운행은 물론이고, 그 정비창까지 있어서 안데스 철도 교통의 중심지였다고 한다.


그러나 20세기 중반에 들어서면서 천연자원의 수요 감소와 경제성의 후퇴로 광산은 문을 닫고 사람들은 떠나고 철도도 쇄락하였다고 한다,

우유니 시내를 장식하고 있는 조형물들은 그때의 그 기차들이다. 지금은 달릴 수 없는 구형의 고물기차들이다.


난 눈치챌 수 있었다.

우유니 사람들이 잊지 않고 기억하고 싶었던 것이 이제는 쓸모없는 그 고물 기차가 아니었음을.

기차의 기적소리보다 그 기차에서 내리던 왁자지껄한 사람들의 소리였음을, 또는 광산의 발파 소리였음을

다시 돌아오지 않을 과거의 영화였음을 알게 되었다.






기억은 상징이다.

우유니가 기억하는 것은 기차가 아니다. 그건 상징이다..

기억하고 싶은 실체는 기차가 달리던 시절. 지하자원이 무진장 나오고, 기차가 그 자원을 실어 나르고, 그 기차를 타고 사람들이 몰려오고, 밤이면 그 사람들로 불야성을 이루던 시절이다.


기억은 상징이다.

돌아가신 우리 어머니가 가끔 기억이 난다. 어머니는 상징이다. 진짜 기억하고 싶은 건 나의 어린 시절 일지도 모른다. 어머니 치마폭에 안기던 기억.

흘러간 노래는 기억이다. 하지만 그것은 상징이다. 구체적인 흘러간 노래의 기억은 그 노래를 함께 듣던 떠나간 사람이다. 이젠 다시 만날 수 없는 사람.

샹젤리제의 추억이다. 개선문을 지나서 콩코르드 광장까지 무작정 걷던 기억이다. 하지만 그것은 상징이다. 실제로 기억하고 싶은 건 파리에 업무상 출장을 다니던 젊은 날의 기억이다. 다시 돌아갈 수 없는...


나는 우유니를 기억할 것이다. 기차가 있던 이 도시를 그리워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상징일 것이다. 나는 지금보다 더 늙고 힘없어진 나는, 조금 덜 늙었던 오늘을, 남미를 혼자 여행했던 그 열혈노인을 그리워할 것이다.


기억은 늘 상징 뒤로 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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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호텔이 된 우유니 기차역.







15 Feb 2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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