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축제 vs 남미의 Carnival

관광객을 유혹하는 초대가수나 노래자랑 같은 건 없었다. 남미축제엔.

by B CHOI


긴박했던 축제의 시작

아프가니스탄 카블에서의 밤을 잊지 못한다. 밤새 어디선가 들려오는 총소리. 소리는 한 가지 소총소리뿐이었다. 포탄 소리는 없었다. 같은 크기의 소리가 단지 박자를 달리하면서 밤새 계속되었다. 딱 따닥 따다 다닥 딱딱. 총소리는 빵아빵아 하지 않는다. 오히려 딱 소리에 가깝다.

총소리는 밤하늘에 메아리친다. 비겁하게도 힌두쿠시의 하늘엔 별들이 총총했다.


분명 그 소리였다. 카블에서 듣던 소리이다.

AK47 소총소리 비슷하다. 딱 따다 따닥 딱.

잠시 점심을 먹고 쉬러 호텔에 들렀다가 이 난리를 만난 것이다. 놀래서 문을 박차고 계단을 뛰어서 로비로 갔다. 호텔은 평온하다. 놀랄 만큼 평화롭다.


총소리가 아니란다.

축제의 시작을 알리는 축포소리란다.

나그네는 그렇게 마음의 준비도 되기 전에 축제. 그 현장으로 뛰어들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되었다.

호텔 문을 나서자 마녀시장 골목은 이미 거리공연이 시작되었다. 전쟁같은 축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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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레이드

산 프란시스코 성당에서 마요르 광장 쪽으로 가는 길이다. 거기 언덕을 따라 큰길이 있다.

축제는 퍼레이드이다. 그 길을 따라 시가지 행진을 한다.


150개 팀이란다. 끝이 없다. 앞 팀의 음악소리가 잔잔해질 만하면

다음 팀의 노랫소리가 들린다.

저절로 흥이 난다.






춤과 노래 그리고 음악

종합 예술이다.

노래와 악기와 춤이 구분이 없다. 이게 예술의 기원이라던. 발라드 댄스라던, 영국의 문예비평가 몰튼 R. G. Molton의 견해는 맞는 것이었다.

분화되지 않은. 음악과 무용과 문학이 샐러드같이 조화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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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긴다. 축제를 즐긴다.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행사가 아니다. 관광객을 불러 모으기 위한 축제도 아니다.

오히려 나 같은 동양 나그네는 귀찮다는 분위기이다.

관광객 호주머니를 노리는 포장마차는 없다. 사람들을 불러 모으기 위한 초대가수도 노래자랑도 없다.

축제다. 그냥 마을 사람들이 모여 즐기는 난장판이다.


주민들이 주인이다. 퍼레이드에 참가하든 안 하든 그건 별 상관이 없다.

모두 주인공이다. 논다. 함께 즐긴다. 자발적이다.



볼리비아는 다민족 국가이다.

공식 인정된 인종이 36개이고, 공용어기 36개이다.


축제의 날엔 모두 하나가 된다.

민족이 다르고, 언어가 달라도 된다. 종교도 지역도 상관없다.

진보도 보수도 없다.

축제는 그것보다 더 위에 있다. 사랑이나 미움보다 높은 곳이다.


일 년에 한 번은

온 국민이 함께 모여 즐길만하다. 님과녀. 늙음과 젊음. 가짐과 못 가짐. 사장과 사원. 잘생김과 못생김. 진보와 보수를 모두 무시하고

모두가 하나가 되어서 즐겨봄도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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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란 무엇인가

가장 눈길을 끈 것이 장애우들의 퍼레이드였다.

축제엔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다는 볼리비안들의 철학이 엿 보였다.

앞을 못 보는 이웃들이 봉사자들의 손을 잡고 전통악기를 연주하며 퍼레이드를 벌이는 것은

이를 보는 나그네에게 축제란 무엇인가 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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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Feb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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