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는 칠레의 수도이다. 안데스에서 파타고니아로 가는 길목이다.
다음에 방문하는 도시가 산티아고라고 했더니 고국에 있는 가족과 친지들 반응이 심각하다.
남미 여행을 중단하고 스페인으로 순례를 떠나느냐는 것이다.
산티아고는 유럽에만 있지 않다. 남미에도 있다. 칠레의 수도이다.
남미여행의 계륵 산티아고.
주관적이다. 내가 본 남미여행은 3개의 묶음이 있다.
하나는 안데스이다. 마추픽추와 쿠스코가 있고 우유니 사막이 있다.
다른 하나는 남부 파타고니아이다. 남극과 펭귄. 불타는 고구마. 땅끝마을이 대 평원과 함께 펼쳐진다.
그리고 동부의 탱고의 도시 부에노스아이레스. 이과수 폭포. 리오 데 자니이루의 예수상 등이다.
칠레를 가야 하는가. 굳이 거기를 가야 하는가.
산티아고는 안데스에서 파타고니아로 가는 징검다리이다.
건너뛰자니 아쉽고, 가자니 힘들다.
한 달간의 남미 일정가운데 나를 가장 번민에 빠지게 한 것이 이 칠레 산티아고이다.
산티아고 가는 길
우유니가 안데스 일정의 끝이다.
우유니에서 산티아고 가는 방법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버스로 가는 방법이다. 우유니에서 버스를 타고 칠레 국경을 넘어서 칠레의 도시 깔리마에서 비행기를 타고 산티아고에 가는 방법이다. 경제적이다. 그런데 버스를 최소 7시간. 대체적으로 11시간 이상 타야 한다.
다른 하나는 비행기를 타고 가는 방법이다.
페루와 칠레는 국경을 나누는 인접국이다. 그런데 직항이 없다.
페루에서 칠레로 비행기를 타고 가려면 몇 번을 갈아타야 한다.
나는
우유니- 라파즈- 리마- 산티아고의 바보 같은 여정을 선택했다.
비행기를 3번 갈아타고 산티아고에 도착했다. 멀고도 험한 길이었다.
산티아고는 남미가 아니다.
산티아고는 남미가 아니다. 스페인이다.
안데스와는 분위기가 전혀 다르다.
시내에 원주민이 없다. 스페인계 또는 혼혈이다. 심지어 시내 노숙자들까지도 그렇다. 원주민 인디오는 없다.
모든 건축물은 스페인이다.
그 건축물들 사이로 지나치는 모든 사람들이 스페인이다.
그 사람들이 하는 말도 스페인 말이다. 가판대의 신문이나 잡지도 모두 스페인어이다.
마시는 커피도 에스프레소 진한 커피이다.
여기는 그냥 스페인이다.
산티아고의 첫인상이 그렇다.
나는 스페인과 포르투갈을 한 달간 여행한 적이 있다.
이미 이베리아 반도엔 익숙하다. 그런데 또 여기 남미의 또 다른 스페인에서 나는 무엇을 할 것이다.
고생고생 하면서 괜히 온 것은 아닌가.
과일과 소고기의 나라
나에게 칠레라고 하면 우루과이라운드와 FTA자유무역협정이 떠 오른다.
연어와 와인. 소고기. 아보카도와 각종 과일들. 한국에서도 이미 익숙한 칠레의 맛들이다.
우선 호텔에 체크인하고 인근의 마트를 둘러보았다.
물가가 만만하지 않다.
남미의 소득 수준을 감안하면 결코 산티아고 서민들의 생활이 녹녹하지 않을 것 같다
조용하고 깊은 산티아고
호텔은 대통령궁이 가까운 시내 중심가이다
호텔을 나서면 고색창연한 건축물들이 거리를 이룬다.
길을 걸으면 골목에 숨어있던 역사와 문화들이 불쑥 튀어나와 인사를 청한다.
그냥 일상의 잡화를 파는 상점들이 있는 건물이 300년은 되어 보이는 돌로 지은 건물이다. 건물 안에 들어가 보면 허물어진 담장의 붉은 벽돌사이로 작은 풀들이 살아 있다.
유럽을 그냥 통째로 옮겨 놓은 듯한 거리에, 파리의 고풍스러운 분위기의 백화점도 있다.
산티아고는 나에게 바다이다.
인어가 사는 마을이다. 엄마가 불러주시던 섬마을 아이의 사연이 보인다. 온갖 상념의 물고기가 뛰어논다.
난 여기에 왔다. 높은 산 안데스에서 내려와 바다를 찾아 여기에 왔다.
나그네에겐 모든 곳이 바다이다. 조용하고 깊은 바다이다.
머무는 곳이 그 어디이든 발길을 멈추면 거기가 바다이다. 찾으면 바다이고 못 찾으면 사막이다.
난 산티아고 바닷속으로 풍덩 뛰어든다.
18 May 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