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뜨는 브런치북 vs 산티아고의 저산병.

by B 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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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다.

떴다. 뜨면 나보다 주변이 먼저 안다.

‘할아버지의 나 홀로 남미 여행 4’가 요즘 뜨는 브런치북 17위에 올랐다. 2025년 5월 13일의 일이다.

어떻게 알고 축하를 한다. 역시 가족들이 가장 좋아한다.


여긴 분명 높은 곳이다. 아무나 올 수 있는 곳이 아니다.

뜨는 기분이 어떤지는 떠 본 사람만 안다. 좋다. 아주 좋다.


나는 브런치 새내기다. 아직 브런치의 메커니즘도 잘 모른다. 용어도 생소하다. 그리고

나는 늙었다. 지금까지만으로도 과분한 인생이라고 생각했다. 더 갖고 싶은 것도, 더 하고 싶은 것도 없을 것 같았다.

아니다. 좋다. 뜨니까 좋다.







가라앉다.

가라앉았다. 그럴 줄 알았다. 거긴 좋았는데, 하루 만에 내려왔다.

이제 ‘요즘 뜨는 브런치북’에 나의 연재는 없다. 눈을 씻고 다시 봐도 없다.

아마 내 인생에 거긴 다시 못 올라갈 것이다. 나에겐 그것이 그냥 행운이었다.


사실 그때, 내가 떠 있었을 때. 나는 그런 생각을 했었다. 여긴 내가 오래 머물 자리가 아니다.

다른 브런치북들. 사랑하고 미워하며, 치열한 삶을 현장에서 목숨 걸고 살고 있는 사람들. 용기와 위로가 필요한 분들에게 이 자리를 내어 주어야 한다.

그것이 브런치라는 문화적 공간의 효용성을 높이는 길이다. 그런 마음이 있었다.


하지만

떴다가 가라앉은 사람의 마음은 떴다가 가라앉아 보지 않으면 모르다.

나도 내가 이런 수준의 속물인 줄을 몰랐다.







오르다.

죽기 전에 가 보아야 한다길래 그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아서 올랐다.

해발 4000미터에 육박하는, 백두산은 비교가 안 되는 높은 곳으로 갔다.

안데스 높은 곳에 올랐다.


힘들었다. 고산병은 난치병이다. 약을 먹거나, 물을 마시거나, 코카잎을 입에 넣고 질근질근 씹어도 효과가 없다.

숨이 차고, 힘이 없고, 머리가 멍 하다.

자다가 가슴이 답답해서 일어나 침대끝에 걸터앉아 있으면, 한 많은 내 인생이 결국 이렇게 여기서 끝나는구나 하는 생각이 팍 든다.


그러나

때로는 네발로 기어서, 때로는 5보 전진에 3분 휴식을 하면서, 그렇게 잉카제국의 수도 쿠스코는 물론이고 잊혀진 공중도시 마추픽추. 자유로운 영혼들의 영원한 버켓리스트인 우유니사막 그리고 성스런 계곡과 라파즈까지 그렇게 난 모든 계획된 여정을 마무리했다.


살아야 한다. 그리고 이 높은 곳을 즐겨야 한다.

내려가면 거긴 안데스가 아니다. 난 지금 안데스에 있다. 스스로 다짐을 했다. 높은 곳에 있는 사람의 특권이려니. 스스로 누려야 할 고통이려니. 이를 악물고 참았다.







내려오다.

산티아고는 안데스가 아니다. 여긴 산소가 많다.

산티아고 공항에 내리자마자 느낌이 온다. 여긴 고산이 아니다. 이제 고생은 끝났다.

그런데 아니다.

난 낮은 곳에서, 저산병에 걸렸다. 그리고 그 저산병은 고산병보다 더 난치였다.


나는 안다. 나는 안데스를 다시 가지 못한다. 내 인생의 마지막 안데스를 나는 이제 끝냈다.

안데스의 허무함. 그 유한함. 그 일회성.

나그네는 가슴이 저며온다. 산소의 결핍으로 인한 호흡곤란은 견딜 만하다. 풍부한 산소에도 불구하고 불규칙한 호흡의 떨림은 영혼마저 불안하게 만든다.


돌아가고 싶다. 다시 비행기를 타고.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안데스로 가고 싶다.

잉카 마야 아즈텍이 있는 곳, 화장 안 한 사람들이 사는 곳. 하늘이 가깝고 바람에 세게 부는 곳. 별이 많은 곳, 고산병이 있는 곳 거기로 다시 가고 싶다.







저산병에는 약이 없다.

산티아고에서 약국에 갔다, 증상을 말했다. 저산 병이라고, 산소가 너무 많아서 생긴 병이라고 설명했다. 약사는 그런 병은 없다고 한다. 물론 약도 없다고,


나그네는 산티아고 콘셉시온 거리를 걷는다.

작은 언덕을 걸어 올라간다.


뜨는 것도 가라앉는 것도, 올라가는 것도 내려가는 것도, 고산병도 저산병도...

그것이 인생이 아닌가. 살아가는 과정이고.

정함이 없는 그 길은 여행길 같아서, 나그네가 머물고 싶다고 머물러지는 것도, 쉬고 싶다고 쉬어지는 것도 아니어서, 그렇게 오르락내리락 또는 뜨거나 가라앉거나 그렇게 냇물처럼 여울져 가는 거 아닌가.


뜨는 것이 내 능력이나 노력이 아니듯이 가라앉음도 나의 실수나 잘 못 때문이 아니고, 그것도 단지 여행의 일정 같아서 내가 피할 수 없이 가야 할 길이란 생각을 한다. 나그네는. 산티아고에서.









18 Feb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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