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는 OECD국가이다. 풍요롭다. 그런데 원주민들이 보이지 않는다.
산티아고는 윤기가 흐른다.
산티아고는 확실히 럭셔리하다. 도시 분위기가 그렇다. 안데스의 나라들, 예를 들자면 에쿠아도르. 페루. 볼리비아의 도시들과는 비교할 수 없다.
여긴 젖과 꿀이 흐른다. 도시 전체에 풍요와 낭만이 소리치며 걸어 다닌다.
스페인 건축양식이면 다 같은 스페인 건축양식이 아니다.
화강암이 다 같은 화강암이 아니다.
여긴 다르다, 확실히 다르다. 건물들이 품위가 있고 귀티가 난다.
여긴 그냥 스페인이다.
마드리드이고 바르세로나이고 세고비아이다.
그 도심의 다운타운들을 한 블록씩 잘라다 붙여 놓은 것 같다.
골목골목이 정감이 넘쳐 난다.
열흘 이상을 안데스 산속에 살다가 문명세계에 내려오니
나그네의 눈길이 머무는 곳마다 신선함이 있다. 좋다.
그런데 원주민이 없다.
볼리비아의 라파즈나, 페루의 리마 같은 대도시에는 원주민들이 많았다.
거리마다 화려한 색깔의 상의에, 폭이 넓은 치마 그리고 길게 딴 머리 위에 모자를 눌러쓴 원주민여성들이 거리에 넘쳐 났다.
도시마다 전통상업지구가 있고, 거기엔 물건을 사거나 파는 사람들이 전통의상을 한 원주민들이었다, 그들이 상권을 형성하였다.
여긴 다르다.
산티아고엔 원주민이 없다.
공항에서부터 없었다. 택시를 타고 호텔로 오는 길에도 없었다. 호텔 주변에도 없다.
유럽에서 노란 머리 여성을 만난다면 그 가운데 절반이상은 염색을 한 거다.
유럽에도 노랑머리는 많지 않다. 다 염색이다
스페인사람들의 머리는 대체적으로 검다.
산티아고는 검은 머리 유럽인들이다. 온통 그렇다.
그 많던 원주민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나무위키를 검색했다. 그게 맞다. 칠레 인구가운데 원주민은 3% 밖에 안 된다.
백인이 25%이고 혼혈이 44%이다.
옆의 나라인 볼리비아는 인종구성이 다르다.
원주민이 55%. 혼혈 30% 백인 15%이다.
페루와 비교해도 차이가 난다.
페루는 원주민 25%. 혼혈 60% 백인 5%이다.
칠레는 다른 남미 서부지역 국가들과 비교하면 원주민 비중이 정말 낮다. 백인 비중은 월등히 높다.
죽었다.
칠레의 남부 마푸체족은 잉카 제국도 정복하지 못했던 강인하고 독립심이 강한 부족이었다. 스페인에게 굴복하지 않았다.
서양의 주장은 남미 원주민들이 스페인 사람들이 가져온 질병 때문에 죽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이는 유럽인의 남미 원주민 학살에 대한 변명의 소지가 많다.
남미인이 유럽의 병원균에 심각하게 죽었다면, 역시 유럽인도 남미의 병원균에 그만큼 죽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남미인은 죽고 스페인인들은 죽지 않았다.
혼혈이 많은 것을 동화라고 설명한다. 원주민들이 백인에게 동화된 결과가 혼혈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혼혈이 많다는 것이다.
결국 죽거나 혼혈이 되거나이다.
그렇게 남미 원주민들은 칠레 인구의 100%에서 3%로 줄었다.
영광의 그늘.
산티아고 중심가 아늑한 길을 걷는다.
도로를 따라 오래된 건물들이 줄지어 서 있다. 돌로 된 건물들이다.
누군가가 이 돌들을 나르고 쌓아서 집을 지었을 것이다.
그들이 흘린 땀과 눈물이 오늘 이 아름다운 도시를 만들었다.
그들이 누구이고, 지금은 어디에 있는지는 모르지만
고맙고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19 Feb 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