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만큼 보이지 않는다. 아는 것만 보게 된다. 나는 무식한 여행자이다
난 예습을 하지 않는다.
난 참 여행을 많이 다녔다. 세계 90여 개 나라를 다녔으니 많이 다녔다.
내 여행 습관이다, 난 여행을 떠나기 전에 예습을 하지 않는다.
인터넷 검색이나 여행안내책자를 읽지 않는다. 여행 유튜브는 정말 보지 않는다.
가끔 누가 나에게 여행의 경험이나 정보를 묻기도 한다. 그럴때면 나는 긴장한다. 매우 신중해진다.
미리 양해를 구한다. 그리고 아주 제한적인 경험만 공유한다
나의 단편적인 경험과 지식이 타인의 여행을 지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습의 범주에는 어느 도시에 가면 어느곳을 꼭 가겠다거나. 그런 곳들을 연결한 계획등이 포함된다.
나는 미리 여행의 동선을 만들지 않는다.
갈 곳의 정보도 미리 파악하지 않는다.
그래서 너 어디에 갔으면 거기도 갔겠다고 누가 물었을때, 내가 거기에 갔는지 안 갔는지 잘 모를 때도 있다. 지나고 나면 거기는 꼭 갔어야 하는데 모르고 그냥 지나친 곳도 있다.
하지만 난 그런 편이다. 여행을 막 계획하고 그러게 하지 않는다.
선입견이 싫어서이다. 남의 시각으로 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모처럼의 여행인데, 타인의 충고에 따라서 그 대로 여행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을 실천하면서 자신과 싸우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졸리면 자고, 배고프면 먹고, 힘들면 쉬고 그리고 발길 닿는 데로, 바람 부는 데로, 가고 싶으면 가고 가기 싫으면 안 가고...그게 난 좋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나는 여행을 하면서 가장 경계하는 말은 ‘아는 만큼 보인다’이다.
‘안다’와 ‘보인다’의 인과관계이다.
아는 게 전제이고, 보인다가 결과이다. 아는 범주 내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모르면 보이지 않는다’이다.
‘안다’나 ‘보인다’는 함축적인 단어이다. 그 함의를 함부로 정의하기 어렵다.
그러나 나는 공부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한다.
공부해야 한다. 그래야 보인다는 거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나는 여행을 떠남에 있어서 미리 알려하지 않는다.
'아는 만큼 보인다'의 그 '아는 것'이 란게 누군가가 나에게 알려준 거다. 그 아는 것이 내 것이 아니다. 제시된 지식이고 제안된 정서이다. 난 여행을 백지상태에서 선입견 없이 나의 시각과 수준에서 보고 즐기고 싶은 것이다.
남들이 이미 경험한 제시된 정보나 즐거움보다는
나는 발견하고 싶다. 느끼고 싶다.
좀 모자라도 좋다. 빼먹어도 그렇다. 나만의 여행이고 싶다.
아는 만큼 보이는 것, 그것보다는
아는 것만 보고 올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여행 정보들.
여행 정보를 제공해 주는 사이트는 많다.
유튜브에는 영상이 넘친다. SNS등에는 정보의 홍수이다.
물론 도움이 된다.
상업적인 것들이 많다. 그리고 자랑하려는 것들도 있다. 그것들을 제외한 나머지가 순수한 정보들인데, 그것 마저도 그 정보가 변경된 것도 있다.
그래서 변수가 다양한 남미여행의 경우 실제 도움이 되는 정보는 얼마 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무료로 인터넷에 제공하는 정보, 인플루언서가 제공하는 정보나, 인기 여행 유튜버가 제공하는 동영상을 포함해서 그것들을 별로 신뢰하지 않는다.
동영상이나 글을 쓰는 사람들의 목적은 조회수이다.
또는 거기에 갔다 왔다는 자랑이다. 대체적으로 그럴 것이다.
동영상을 만들어 편집하고 올리거나, 여행기를 쓰고 사진을 찍고 편집하는 일은 고단한 일이다. 이웃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하여 이 과정을 수행한다면 봉사이고, 이웃사랑이다. 정말 고마운 일이다.
여행에 관련하여서는 좀 더 신중해야 한다.
조회수를 높이기 위하여 제작한 영상이나, 생성된 글들이 남의 여행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눈 덮인 벌판을 지날 때 어지럽게 걷지 마라. 오늘 내 발자국은 뒷사람들의 길이 된다'. 서산대사의 시이다
여행기를 쓰는 유튜버나 작가들이 걷는 길이 나중에 여행 오는 사람들의 이정표가 될 수도 있다.
나는 그래서 무식한 깜깜이 여행자가 되기로 했다.
조금만 논리적으로 접근하면 인터넷에서 제공하는 남미의 근현대사가 얼마나 유럽의 남미 침략을 정당화하기 편하게 정리되었는지 알게 된다.
어디나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이 있다.
조금만 느껴보면 얼마나 남미가 따뜻한 곳인지 알게 된다.
부자라고 행복하지 않다.
남미가 조금 가난하지만 남미 사람들이 얼마나 행복하게 사는지는 인터넷이 가르쳐 주지 않는다.
여행자들은 모른다.
혼란스럽게 보이는 남미 사회가 얼마나 질서 정연하게 돌아가고 있는지.
20 Feb 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