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산티아고의 첫 일정으로 미술관에 갔다. 거기서 놀았다. 신이 났다.
칠레 국립미술관 가는 길
칠레 국립미술관은 아르마스 광장에서
Mojitas 길을 따라 한 10분 걸어가면 된다.
산티아고 중심부는 참 아름답다. 그냥 스페인 어느 도시의 중심부를 그대로 옮겨 놓은 것 같다.
오래된 도시를 가꾸고 관리하는 산티아고 시민들의 노력이 느껴진다.
날더라도 높이 날지 마라.
미술관에 들어서기 전에 관람객을 맞이하는 것은 한 조각상이다.
조각상은 미술관 정문 바로 앞에 있다.
그래서 미술관에 들어가는 사람은 이 조각상을 지나가야 한다.
조각상은 두 남자이다.
두 남자는 아버지와 아들이다.
날개 달린 아버지가 앉아서, 무릎 위의 아들을 슬픈 얼굴로 내려보고 있다.
아버지는 다이달로스이고 아들은 아키로스이다,.
살인을 하고 미궁에 갇혔다. 이제 남은 것은 사형. 죽은 목숨이다.
아버지는 감옥에서 날개를 만들었다. 밀랍과 깃털로 만들었다 그리고 아들의 겨드랑이에 날개를 달았다. 하늘을 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탈옥도 할 수 있다.
아들에게 충고했다. 하늘을 날게 되더라도 높게 날면 안 된다. 태양에 가까워지면 밀랍이 녹아 날개가 망가지게 된다.
날개를 단 아버지와 아들은 탈옥에 성공한다.
죄에서 해방. 죄의 대가인 죽음에서의 탈출이다. 하늘은 난다. 새처럼 자유롭다. 다시는 지상으로 가고 싶지 않다. 거긴 죄와 죽음이 있는 곳이다.
아들은 너무 행복한 나머지 아버지의 충고를 무시한다. 그리고 높이 더 높이, 하늘높이 날아오른다.
그 아버지와 아들을 형상화한 조각상이 칠레 국립박물관 앞에 서 있다.
박물관에 들어가려는 사람은 먼저 이 조각상 ‘다이달로스와 이카로스’를 지나가야 한다.
인간의 욕망. 그 욕망의 허무함.
그리스 신화가 인간에게 주는 강력한 메시지이다.
죽더라도 날자. 한번 한 번만이라도 날아 보자. 지상의 모든 부조리를 탈출해서, 지상에서 영원으로 한 번만 날자. 그 대가가 비록 죽음이라 하더라도 날아보자.
미술관 앞에 이 조각상은 느닷없이 박물관에 예술을 감상하러 온 나그네에게 대화를 청한다.
나그네여, 너는 날줄 아는가? 날 고 싶은가? 날아 본 적이 있는가?
너는 무엇을 찾아 이 미술관에 왔느냐. 그 허망함을 너는 아는가.
천정이 뚫렸다.
대체적으로 미술관은 어둡다. 그리고 전시된 작품에 조명을 한다. 그러면 관객은 전시실에서 작품에 집중하게 된다.
마술관의 첫인상은 눈이 부시다. 천정이 뚫렸다. 유리이다. 거기서 빛이 쏟아져 내려온다. 밝다.
실내가 시원하다.
그 뻥 뚫린 지붕을 떠 받치고 있는 것은 여성들이다. 나약한 여성들이 머리에 지붕을 이고 있다.
이것은 카리아티드 caryatid양식이다. 고대 그리스의 건축양식이다.
펠로폰네소스반도의 고대 도시 카리아이 Karyai의 여성들이 아르테미스 여신을 숭배하며 춤을 추던 모습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시간을 여행하는 건축양식
이 건물은 1910년에 완공되었다.
18세기 후반에서 19세기까지 유럽은 네오클래식 Neoclassicism 양식이 대세였다. 고대 로마의 건축을 재 해석한 시도이다. 파리의 판테온이나 미국 국회의사당이 이에 속한다.
그리고 19세기말부터 20세기 초 까지는 아르누보 Art Nouveau 양식이 유럽 건축을 대표한다. 자연에서 영감을 받은 곡선이나 밝은 실내가 특징이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성가족성당이 대표적이다.
미술관은 절충이다.
네오클래식의 기조를 지키면서도, 천정이 뻥 뚫린 아르누보 양식을 가미하였다.
미술관의 건축양식은 그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chatgpt의 도움을 받았다.
다양한 예술품
미술관은 그리 크지 않다. 전시실도 많지 않다.
그러나 전시품은 다양하다.
조각품은 물론이고, 회화, 사진. 설치예술 품 등이 구분되어 있다.
그러나 조금 눈여겨보면 전시된 작품들이 독립적이지 않다.
회화 그림의 전시 위치. 전시된 그림들 간의 상호 연관.
각 전시실들 배치등 에서 유기적이고 긴밀한 연결들이 확연하다.
작품 하나하나가 퍼즐처럼 자리를 잡고 있다.
작품 하나하나는 미술관 전체의 한개 부속품처럼 거기에 있다.
관객은 그 작품들을 연결하는 보이지 않는 끈을 찾으려 고민하게 된다.
전시품의 배치
조각상이 있다. 조각상이 시선이 한 군데를 향하고 있다. 그 시선을 따라가면 미술관의 공지사항이 보인다.
항해시대의 영광을 그린 그림이 있다. 그리고 그 그림 앞에는 항해시대의 유물인 선박의 방향타가 전시되어 있다.
또는 어두운 전시실에 내동댕이 쳐진 한 조각품은 문 밖을 향하고 있다. 굳이 조각품을 가까이 가서 보지 않더라도 작가의 의도를 알 수 있다.
이런 식이다.
전시관을 돌아다니는 것이 즐겁다.
과거와 현재. 미술관과 박물관. 조소와 회화. 과거와 현대가 한꺼번에 뭉쳐져 있다.
UNIDOS EN LA GROLIA Y EN LA MUERTE!
'영광과 죽음 속에서 함께!'
미술관을 나서다 보면 그 조각상 기단에 쓰여 있는 문구가 보인다.
들어갈 때는 보이지 않는 곳이다.
칠레사람들이 이 미술관을 보고 나가는 사람들에게 주고 싶은 메시지 일지 모른다.
과거와 현재의 조화. 그 몸은 현재에 있어도 마음은 영광스러운 역사에 머물고 싶은...
전체요리에서 주요리 그리고 후식까지 아주 잘 짜인 고급진 서양 요리를 분위기 좋은 식당에서 먹고 나오는 느낌이 든다.
구성이 탄탄한 한편의 드라마를 본 느낌이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뿌듯함이다. 문화적 욕구의 충만이다. 깊이가 느껴진다.
오호. 아름다움이여.
20 Eb 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