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는 정말 위험한가. 여행하기에 너무 워험한 곳인가.
남미 입국심사장에서 생긴 일
나라 이름을 밝히지 않겠다. 공항에 도착했다. 늦은 시간이다. 공항 밖은 칠흑 같은 어둠이다.
긴 비행시간에 지친 나그네는 목적지에 도착했다는 안도보다는 밤과 그 밤을 뚫고 숙소까지 가야 한다는 남은 여정이 마음을 더 어둡게 한다.
입국 심사장 대기는 길다.
도착여행자는 많고, 출입국 공무원은 몇 명 안 된다. 시계는 자정을 가리킨다.
드디어 내 차례이다.
입국심사를 하는 공무원은 친절하다. 나의 여행 목적과 일정 그리고 계획을 꼼꼼히 묻는다.
혼자 여행하느냐고 묻는다. 그렇다고 했다. 늦은 시간 고생한다고 말했다.
오른손을 내민다. 엄지 손가락을 검지 손가락 위에 놓고 비빈다.
이건 만국 공통어이다. 돈을 달라는 표현이다.
혼자서 밤늦게 여행하는 늙은이가 편해 보였나 보다. 돈을 쓰러 온 관광객이니 좀 달라고 해도 괜찮겠다고 생각 했나 보다.
아프리카의 경우
아프리카 어느 나라에서였다. 도시를 떠나서 외곽으로 차를 대절해서 타고 여행을 떠났다.
가는데 경찰이 세운다. 운전자에게 이거 저거 묻고 서류를 확인하더니 차에서 내리라고 한다. 저만큼 운전자를 데리고 가서는 무엇인가 한참 이야기 한다. 운전가가 돌아온다. 경찰이 돈을 달라고 한단다. 경찰이 여행자인 나에게 달라고 하라고, 안 그러면 차를 보내주지 않겠다고 한단다.
운전자가 나에게 거짓말을 하는지는 모르겠다.
그냥 5달러를 주었다.
운전기사는 금방 돌아왔고 나는 다시 여행을 계속할 수 있었다.
아프리카의 대부분 국가에서 교통경찰의 월급은 초봉 월 100달러 정도이다.
그 돈으로 생계가 안 된다.
국가는 가난하다.
국가는 경찰이 필요하다. 그런데 충분한 월급을 주지 못한다. 경찰은 부수입을 가져가야 겨우 먹고 산다.
부조리라면 이것이 부조리이다. 부패라면 이것이 부패이다.
정부도 경찰이 국민들의 등을 치는 것을 안다. 그러나 정부는 그런 경찰이라도 있어야 한다. 그래야 권력도 유지되고 치안도 유지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우리나라도 그랬다. 지금이야 고상한 나라가 되었지만 난 우리 국민성이 결코 남미나 아프리카에 비해 세련되었다고 믿지 않는다.
불과 20-30년 전 우리가 국민소득 1000-2000달러일때, 소득이 지금의 남미 여러나라 정도일때는 우리도 그랬다.
고속도로에 교통경찰이 지나가는 자가용차 세우고 과속이라고 현금 5000원씩 뜯어 갔다.
시내버스나 지하철에는 소매치기가 득실거렸다. 속칭 아리랑치기 퍽치기라는 게 있었다. 술 먹고 밤길 가면 짱돌로 뒤통수치고 지갑 훔쳐 갔다. 술 취해서 길을 가면 부축해 주는 척하면서 다 털어 갔다.
성범죄는 정말 일상이었다. 말도 못 했다. 당하고도 어디 가서 호소도 못했다.
우린 뭐든지 극성이다.
뇌물과 범죄에도 그랬다. 지금 남미나 아프리카와는 비교가 안된다. 그땐 그랬다.
우리중 누구도 남미나 아프리카에 돌을 던질 자격이 없다. 우린 더했다.
그러던 우리가 갑자기 고상해진 건 국민성이 높아진 것 때문이 아니다.
공무원 월급이 올랐다. 월급만으로도 충분히 먹고살게 되었다. 공무원 질이 향상되고 공무원들이 뇌물을 받지 않게 되었다.
CCTV가 있다. 이젠 꼼짝 마라이다.
지금도 우리 농촌엔 잡스런 범죄들이 많다.
좀도둑도 있다. 남의 밭에 들어가 막 가져간다. CCTV의 위력을 학습하지 못한 분들 때문이다.
유럽의 경우.
난 유럽과 미국이 여러 도시를 여행했다.
유럽의 대도시는 더 하다. 이태리 프랑스 스페인의 관광도시는 잡범들 천지이다. 마음 놓고 여행을 못한다.
미국과 캐나다는 대도시에 여행자가 가지 못하는 곳이 있다. 노숙자들이 있다.
특정지역은 경찰도 두려워한다. 총도 있다.
거기에 비하면 남미는 양반이다.
결코 유럽이나 미국보다 위협적이지 않다.
나의 경험만을 기준으로 한다면 그렇다
난 남미 여행 내내 희망했다.
난 남미의 마음을 보았다. 속내이다.
남미의 치안은 대도시 문제이다. 조금만 시골로 가면 세상에 낙원이다. 사람들은 무뚝뚝하지만 따뜻하다. 밥 먹고 자고 가라는 분위기이다. 다정하다.
우린 과거의 혼란에서 오늘의 안정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키워드는 공무원 처우개선과 CCTV이다.
남미에 경제적 성장이 있기를. 그래서 공무원들이 생계걱정을 안 하고 열심히 국민을 위하여 일하게 되기를 바란다.
CCTV와 인식기술의 보급으로 잡범들이 사라지기를 또 바란다.
남미의 치안에 대하여 화가 나거나 걱정하는 마음보다는
왠지 짠하고 안쓰러운 마음이었다. 여행 내내. 나는.
17 Jul 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