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비추는 빛, 사진

by 한여름의 단비


‘나의 일상 다큐멘터리’라는 주제로 사진 수업을 듣고 있다.

선생님은 사진을 이렇게 정의하셨다.

사진이란 내가 바라보는 세상의 순간을, 이성과 감성을 발현하여 카메라로 기록하는 행위라고.

우리가 선택하는 찰나의 순간이며, 사진으로 기록하는 이유는 기억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고개가 끄덕여졌다.


수업을 들은 뒤, 나는 내가 사진을 찍는 이유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나는 왜 사진을 찍기 시작했을까. 언제부터 사진 찍는 일을 좋아하게 되었을까.

질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처음에는 아주 단순했다.

풍경이 아름다워서, 꽃이 예뻐서.

그렇게 사진을 찍기 시작했을 무렵, 나는 단체생활 속에 있었다. 혼자만의 쉼이 절실했던 시기였다.

사진을 찍는 순간만큼은 오롯이 나만의 시간이었고, 숨을 고를 수 있는 휴식이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사진을 찍을 땐 오직 그 풍경이나 사물에 집중한다. 잡생각이 끼어들 틈이 없다. 찍는 순간의 기분과 감정이 사진 속에 담겨있다. 찍은 사진을 시간이 꽤 흐른 후 다시 꺼내 보면 그날의 풍경이 그날의 기분과 마음 상태, 감정을 전달해 준다. 내 프레임 안으로 들어온 풍경이 나의 마음을 위로하고 치유하기도 했다. 한 장의 사진만으로도 그때의 분위기와 행복한 순간을 기억해 내기도 하고, 그날의 감정을 다시 불러일으킨다.


나는 길을 걸으며 그림자 사진 찍기를 좋아한다. 그림자를 찍기 위해선 빛이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다. 빛이 없으면 그림자도 없다. 빛이 밝을수록 그림자가 선명하게 보인다.


사람에겐 누구나 내면의 그림자가 있다. 어둠 속에선 그림자를 마주하기 어렵다. 그림자를 마주 보기 위해서는 빛이 필요하다.

나의 사진은 나를 비추는 빛이다. 그 빛은 나를 환하고 따스한 곳으로 데려다준다. 오늘도 나는 카메라를 들고 빛의 시간으로 길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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