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지는 것을 바라보다.

by 휘진

해마다, 또 궂은 날씨를 거듭하며 피어나는 꽃을 좋아한다. 역경 없이 자란 삶이 없어 모든 꽃에 그저 온정을 품는다. 그것들이 하나 둘 지는 순간이 참 씁쓸하게 느껴질 만큼.


꽃을 볼 때는 꼭 용산에 간다. 백빈건널목을 지나 큰길로 나가 용산역으로 크게 한 바퀴 돌아가는 길 밑에 있는 오래된 아파트 단지 골목에 있는 벚꽃을 보는 건 내 연례행사다. 개화시기보다 한 달을 항상 먼저 피워낸다. 사랑을 참 많이 받았나? 그 좋지 않은 환경을 양분 삼았나? 별 생각을 해도 답은 나오지 않는다. 그저 올해도 예정보다 한참을 빨리 피어나줘서 감사하게 셔터를 누른다. 그러던 와중에 가지가 꺾인 것을 보았다. 아니, 정확히는 베어졌다. 칼로 잘라낸 듯한 깔끔한 단면은 꽃을 보기 위해 이곳까지 달려온 내 발목을 베어낸 듯한 적적함을 주었다. 참 풍성하던 것이, 유독 그 부분만 우뚝 솟았던 것이 당차 보였던 벚꽃이었는데 말이다. 바닥에는 벚꽃 잎이 우수수 떨어져 있었고, 또 떨어지고 있었다.


22년에는 군복무라 가지 못하였다. 23년에는 다시 찾을 예정이다. 또 다른 가지가 베였을까? 나무가 사라졌을까? 그리 생각하면 가슴 아프다. 베였고, 떨어졌고, 떨어지고 있었던 21년의 아파트 속 벚꽃은 울고 있었을까. 아직 대한도 오지 않았는데 봄을 생각하자니 두근거리면서도 그 기억에 약간의 두려움이 생긴다.


고통 없이 자란 삶 없다 말하였다. 그 베여나간 고통도 이겨내고 아직 남아있기를.


아무리 두려워도 마주하러 가야 될 것 같다.

모든 과정의 끝에 사랑이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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