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넷, 잘 부탁드립니다.

적당히 바람이 시원해.

by 휘진

면접에서 떨어졌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이것이 아쉽다, 저것이 아쉽다 같은 말들은 이제 무의미하다. 어떻게 할 수 있는 것들은 아무것도 없고 나는 겨우 인생 첫 번째 탈락을 경험한 것이다. 이렇게 긍정적인 문장이라도 써 나가야 내가 무너지지 않을 것 같다.


정말 오랜만에 울었다. 울 일도 아니었다. 감정적으로 무너질 일도 아니었고, 면접 본 날 그냥 바로 술을 마시면서 부정적인 생각과 면접 후에 생겨버린 찝찝한 기분을 털어버렸다고도 생각했다. 하지만 이 욕심 많은 성격과 뜬구름 잡는 소리와 다를 바 없는 내 목표들은 날 울려버렸다. 좋다고 생각한다. 울고 나서도 기분이 그렇게 즐겁지는 않고 침체되었지만 괜찮다. 사실 이제 겨우 두 달이다. 사회로 돌아온 지 두 달. 백일 정도는 놀 수 있는 것이고 그렇게 따지면 한 달 정도는 더 남았다. 스물 넷이라는 사실이 왜 그렇게 내 목을 조여오는지는 알 수 없지만, 내 욕심이라는 그럴듯한 포장으로 감싸두려고 한다.


약 한 달 정도의 취업 준비였고 나름 상향 지원이라고 생각된 곳에 가서 단번에 면접까지 올라간 것이다. 고무적인 부분이다. 다음엔 아마 덜 긴장할 수 있을 것이고, 이렇게 울었으니까 다음엔 울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이게 끝이 아니니까. 내 커리어는 아직 무엇 하나 시작한 것이 없으니까, 괜찮다. 그리고 늦지 않았으니까. 그러니까 이번엔 한 달 동안 소진해 버린 에너지를 채우러 다시 여행을 간다. 이번엔 꽤 멋있는 형이랑 가는 여행이다. 부산? 제주? 경주? 어디든 좋다. 2월 말의 남쪽은 지난해의 파주의 봄보다 따뜻할 것이고 지금 느끼는 서울의 봄보다 따뜻할 테니까.


'끝내줬어요. 긴장한 탓에 엉뚱한 얘기만 늘어놓았죠. 바보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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