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 듯한 제목을 지어보려 했으나 역시 제목을 짓는 것이 가장 어렵다. 나는 거의 반 년 만에 키보드 앞에 선 것 같다. 흥미를 잃었던 것이 사실이다. 글을 쓰지 않아도 감정의 환기는 충분했고, 나는 건강해지기 위한 노력을 할 필요가 없어진 것만 같았다. 필요가 없다면 좋은 것이겠지만, 그럼에도 다시 키보드를 두드리는 것은 이 여름의 끝이 보인다는 것이, 모든 절기는 보기 좋게 정말 옛말이 되었지만 내가 기다리는 또 다른 절기는 아직 건재하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려는 것만 같아 다시 글을 쓴다.
지금 계절은 가을이다. 입추는 이미 지났지만 날은 여전히 무더우며 추석을 앞둔 오늘과 연휴 기간 동안에도 30도 육박하는 말도 안 되는 더위가 이어진다고 한다. 분명 작년 이맘 때에는 카디건을 꺼내기 시작했던 것 같은데 불과 1년 사이에 날씨는 이렇게 말도 안 되게 변해버렸다. 출근길에 커피를 사들고 가도, 지하철 에어컨 바로 밑에 앉아도, 그 지하철에서 환승하기 위해 걷는 5분 사이에 땀방울이 기립근을 타고 흐르는 것이 느껴질 정도로 2024년의 더위는 솔직히 살인적이었다. 꼭 이것이 이유는 아니지만, 없다곤 할 수 없겠다. 나는 이제 더 이상 여름을 사랑하지 않고, 더 이상 부정할 수도 없게 되었다.
봄과 가을, 그리고 몹시 춥지 않은 겨울을 좋아한다. 이 더위만 아니라면 어떤 계절이든 웃어 보일 수 있다. 그런 이유에서 처서를 기다렸다. 더위도 가시고 바람이 불어온다는 처서는, 사실 언젠가부터 빗나갔던 것 같다. 더위는 10월까지, 정말 말도 안 되면 11월까지도 외투는 가벼운 외투로 견딜 수 있게 됐다. 처서는 이 열을 식힐 힘을 이미 잃었다. 하지만 절기를 기록해왔던 21년부터 추분과 춘분이 아직 남아있다. 쌀쌀함을 끝낸 것은 춘분이다. 덥고 추운 것도 춘분과 추분까지이다. 이제 남은 더위는 추분이 끝내줄 수 있을까?
이번 추분은 9월 22일 일요일이다. 예보도 이를 기대하게 만들어준다. 아침 기온도 20도 아래, 낮 기온도 27~6. 일기를 예보하고자 했던 글은 아니지만 나는 가을을 품고 있는 여름 같은 풍경을 가진 이 시기와 맞이 하게 될 그 풍경, 냄새, 날씨를 좋아한다. 후끈하겠지만 땀이 흘러내릴 정도가 아닌, 가볍게 집 앞 30분 정도 산책할 수 있는 그 날씨 말이다. 내 기대감을 증명하기 위한 것이다. 일기 예보를 하루에도 수십 번을 볼 정도로 나는 특히 이번 추분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지금도 미약하게 느껴진다. 공기와 내리쬐는 햇볕은 여전히 여름이지만 그늘 밑 바람과 출근하기 위해 나서는 7시 50분 집 앞으로 불어오는 바람에서 가을의 향기가 느껴진다. 아직은 가을의 태동이다. 이 더위가 그것을 품고 있는 것이라면 앞으로 일주일은 더 인내해 보일 수 있다.
가을 품은 여름에서, 여름 품은 가을로 바뀌어 주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