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더 솔직해져도 돼.

느끼는 그대로를 표현해.

by 휘진

있는 그대로 충분한 당신 같은 말들을 참 좋아했다. 21년 초까지만 해도 그리 생각하고 있었다. 정말 있는 그대로가 충분한 사람이 있을 수 있겠지만 적어도 난 아니었다. 있는 그대로의 나는 다른 이들에겐 더할 나위 없이 편하고 무언갈 덜어내기 편한 사람 정도의 취급이었다. 내게 내가 충분하지 못하고 충실하지 못하단 것을 알고는 마음을 바꿨다. 매년 조금씩 성장해보자는 목표가 있는데 있는 그대로가 충분하단 것은 내 모순이었단 것을 조금 늦게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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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생활에선 내 감정이 크게 드러나면 안 되고, 지나치게 솔직해서도 안 된다. (융통성 있는 거짓말은 필요하다 생각한다. 하얀 거짓말 같은) 흐름은 변해야 한다. 항상 같은 흐름일 수 없다. 커다란 바위나 흙섬을 휘감아 갈라지는 물줄기처럼 결국은 한 흐름으로 합쳐지더라도 갈라질 때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자기 자신에게 조금은 솔직해지는 삶을 살고 싶다. 그동안도 나름 솔직하게 살아왔다고 생각한다. 나는 감정을 얼굴에 다 드러내는 사람이고, 말투에서도 티가 잘 나는 편이다. 무의식적으로 묻어 나오는 그 감정들을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드러내고 있었단 것에 착잡해하기도 했지만 긍정적이라고도 생각했다. 분명 이것은 내 평가를 깎아먹는 무언가가 될 수도 있겠지만 그 미래보다는 당장의 미래에서 부정적인 것을 쌓아두고 사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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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오늘 깨달은 사실이다. 내 감정적인 면은 잃어버린 것이나 버린 것 같은 게 아니었다. 이제야 넣어놓고 꺼내 쓸 수 있는 내 수단이 되었다. 그동안은 이것이 나를 끌고 갔다면 나는 이제야 그 감정과 감성들을 끌고 갈 수 있게 됐다는 걸 약 2시간가량의 공연을 보면서 생각했다. 창작 배경에 감탄하고, 가사와 멜로디에 미소 짓고, 연주에 경탄했다. 발과 고개와 손은 선율을 참기 힘들었는지 제 알아서 리듬을 맞춘다. 나는 아직도, 그리고 여전히 예술과 문학 같은 아름다운 것에 떨림과 설렘, 두근거림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하니 오늘 키보드를 안 잡을 수가 없었다. 이번 12달이 전부 지나가기 전에 비로소 겨우 나를 알아봤다.


오늘 느낀 이 복잡한 감정은 분명 커다란 사랑일 것이다. 나 자신에 대한 커다란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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