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춘분(春分)

by 휘진

추분의 이야기지만, 덥고 추운 것은 추분과 춘분에 끝이 난다고 한다. 예보로 확인한 춘분 이후의 다음 주는 오전 5~7도, 오후 15~18도. 좁혀져 가는 일교차와 사라져 가는 아침의 한기가 설렘을 가속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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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을 받고 나서부턴, "내가 왜 이럴까?", "어떡하면 좋을까?" 같은 고민은 현저히 하게 되지 않았다. 그저 순간을 기억하면 그만이고, 잊게 되었다면 그것으로 충분했다. 짜증이 늘었다는 것을 실감하지만, 아니, 화가 늘었다는 건 실감하고 체감도 하지만, 겉으로 표현하기 시작했으니 그 변화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자 하고 있다. 삭히고 삭히다 가까운 이에게 실수를 저지르는 그런 일은 생기지 않겠지. 하고 싶은 말을 잘 하게 되는 것, 내 감정을 잘 표현하는 것. 그것을 상담의 목표로 정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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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을 많이 떠올리게 되는 것 같다. 잠자리는 편안하지 못해 꿈을 자주 꾸기 시작했고, 그 꿈의 내용이 선명하지도, 인상 깊지도 않다. 교복을 입은 내 모습이 그려지고, 그 시절의 기억과 행동이 아닌 지금의 모습과 행동을 취하고 있었다. 중학교 교복을 입은 모습이 나오기도, 고등학교 교복을 입은 모습이 나오기도 한다. 가끔은 번갈아 가기도. 나는 꿈을 분석하거나 그것을 떠올리는 것을 좋아한다. 나름의 글감이 거기에서부터 시작되는 적도 종종 있어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지만, 이제는 다시 경험할 수 없는 것들, 그리고 앞으로 경험하기 어려울 수 있는, 어쩌면 그것 자체가 비현실적인. 그런 감각들이 꿈속에서 선명하기에 마냥 꿈을 꾸는 잠자리는 싫어하지 않는다. 꽤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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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이 곧이다. 남은 기간이 한 달 안쪽으로 들어왔고, 어느 정도 작년 생일의 기억이 떠오른다. 그때에 꾸었던 꿈이 아직도 내 목소리로 표현하는 데에는 서투르다. 기억과 감각이, 감정까지도 선명해 울음이 차오른다. 어느 도시인지는 모르겠다. 내가 어느 건물에서 나왔는지도 알 수 없다. 무엇 때문에 거리로 나왔는지조차도 알 수 없다. 눈이 부실 정도로 밝고 강한 햇살에 거리는 새하얗게 빛나고 있었다. 펜스도 쳐져 있고, 컨페티도 아스팔트 바닥 위로 흩뿌려져있었다. 풍선을 들고 다니는 어린아이들도 있고, 축제의 장인 것만 같은 거리였다. 차량이 통제되어 모두가 즐기고 있는 그 거리 위로 우리 엄마가 이 모든 게 신기하다는 듯한 어린아이의 설렘 가득한 듯한 눈, 어쩔 줄 몰라 휘둥그레진 눈으로 고개를 한껏 치켜 올린 채,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나는 피식 웃으며, "그래, 엄마랑 이렇게 논 적이 없었지." 이런 비슷한 생각을 하며 가자고, 엄마의 손을 끌어당겨잡아 몸을 돌렸다. 그 순간 꿈은 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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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안 된다. 이럴 수가 없어. 가능하다면, 허락한다면 다시 꾸고 싶은 꿈이다. 현실에서 이뤄내면 된다고 하지만, 그 꿈에서 느껴진 감각은 그런 것이 아니야. 그 풍경이어야만 했다. 우리 엄마가 너무 빛나는 눈으로 주변을 구경한 그 풍경이어야만 했는데, 꿈에서 그것을 이뤄보고 깬 것도 아니다. 야속했다. '넌 이미 늦었어.' 같은 비극적인 느낌으로 와닿아 그날은 울면서 양치를 하고, 출근을 해, 얼빠진 채로 일을 마무리하고, 퇴근하며 내 생일을 축하하는 저녁 식사를 했다. 그러면서 나눈 꿈 얘기는 온 가족을 눈물을 흘리게 만들었지만, 나는 여전히 이 꿈을 말로 옮기기엔 우는 것이 두려워 다신 이 얘기로는 말을 하지 못한다. 글로써는 처음 옮겨 적는 내 가장 아쉽고, 그립고, 다시 찾아오길 바라는 꿈이다. 다행히 키보드 위로 눈물을 떨구지는 않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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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꾸는 꿈을 꾸렴. 부디 그 마음만은 지켜내길 바래. (NELL).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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