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끝이 얼마 남지 않았다. 다음 곡우면 봄의 마지막 절기이고, 흔하게 봄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벚꽃은 아마 길어야 다음 주 수요일 정도까지일 것 같다. 20도 언저리에서 맴돌던 따뜻한 낮의 기온이 월~수 사이에 잠시 떨어진다. 봄바람이, 떨어질 벚꽃 잎과 함께 이 계절의 숨을 거두어 간다.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작별을 고할 이번의 봄은 그다지 만끽하지도 못했는데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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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은 이제까지 4회가 진행됐다. 상담을 받으며 마음이 조금은 누그러진 덕분일까. 지나치게 방어적으로 받아내던 피드백은 조금은 유하게, 공격적인 것처럼 듣게 되던 타인의 말엔 약간의 웃음까지는 지을 수 있게 되었다. 분명 이런 모습을 갖고 있었는데, 나도 모르는 새에 그만 조금은 잃었을지도. 지금은 다시 찾아가는 과정이다. '여유가 없었다.' 정도로 치부할 문제는 아닌 것 같고, 나는 나름 묵혀 온 26년 생애의 고민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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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곧 여름이 다가온다. 날이 부쩍 따뜻해짐을 느끼고, 아직은 코트가 필요할 것 같은 느낌에 옷장 밖으로 꺼내두었지만 코트보다도 가벼운 재킷이 더 어울리는 최근의 날씨였다. 나는 옷을 가볍게 입는 것도 좋아하지만, 그것보단 겨울이 아닌 계절들이 가진 공기의 냄새를 좋아한다. 옷차림이 가벼워진다는 건 그 계절들이 돌아온다는 것이니 요즘은 마음도 들뜨는 것만 같다. 생각해 보면 모순적인 풍경을 좋아했던 것 같다. 이를테면 입추는 이미 지났지만, 여전히 초록과 파랑이 가득한 거리에 불어오는 바람. '어, 좀 시원한 바람이다.' 싶은 듯한 여름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가을도 아닌 그 경계에 있는 상쾌한 바람. 그것이 어우러진 가을을 좋아했다. 지금의 처서보단 6~7년 전의 처서를 좋아했다. 봄도 마찬가지였어. 아직 겨울의 서늘함을 품은 것 같으면서, 따뜻한 냄새가 나는 것이, 단 한 송이의 꽃이라도 옆에 있다면, 오늘의 하늘은 먼지가 가득하다 할지라도 설렘을 불러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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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뤄둔 집안일을 하며, 게을렀던 나를 돌보는 듯한 감각을 받게 된다. 다음 주는 일에서 조금 멀어져, 곧 떠날 봄의 눈보라를 만끽해 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