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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홍섭 Nov 04. 2023

하드햇과 함께한 세계 여행

인도 마살라 짜이

 

인도에서 6년 동안 2개 현장에서 근무하면서 수만 명의 인도 근로자들과 함께 생활하였다.  

    

이들에게는 아침에 8시에 출근해서 점심시간 외에도 오전 참 시간과 오후 참 시간이 있다. 

점심시간 1시간과 참 시간 30분씩 오전과 오후 합치면 2시간인데 실제로 참 시간이 30분에 끝나지 않고 오며가며 보내는 시간까지 합하면 실제로 작업시간이 그리 많지 않은 편이라서 일일 생산성은 매우 낮은 편이다.     

우리나라에서 농부들이 점심시간과 저녁 시간 전에 새참 시간이 있는 것과 비슷하다.      


인도 사람들이 먹는 점심은 밥 위에 얹혀온 양념한 치킨이나 튀긴 생선, 그리고, 란 조각과 양념 커리 등으로 매우 단촐하다. 




보통 스테인레스 도시락 통에 밥과 반찬을 싸서 각자 가져오기도 하고, 작업자들의 회사에서 커다란 통에 밥과 커리, 반찬들을 가져와서 플라스틱 또는 스테인레스 식판에 배식을 하기도 한다.     


그리고 참 시간에는 주로 마쌀라 짜이를 마신다. 이때 마쌀라 짜이와 곁들여 비스켙 몇조각을 함께 먹기도 한다.      


UAE 두바이 현장에서 튀르키예 업체인 ‘BAYTUR’ 사와 4년 동안 함께 일하면서 튀르키예 사람들의 손에 늘 들려져 있었던 ‘튀르키예 차이’ 와 비슷한 느낌이다. 

그때는 나라 이름이 터키라서 ‘터키쉬 차이’라고 불렀는데 지금은 ‘튀르키예’로 나라이름이 바뀌었으니 아마도 ‘튀르키예 차이’라고 부르면 될 듯 싶은데 튀르키예 사람들의 ‘튀르키예 차이’ 사랑도 인도사람들의 ‘마살라 짜이’ 사랑 못지않았던 기억이 난다.      


튀르키예 사람들이 ‘튀르키예 차이’로 하루를 시작해서 ‘튀르키예 차이’로 하루를 마감하듯이 인도 사람들도 ‘짜이“는 일상에서 떼어 놓을 수 없는 음료임에 틀림없다.     


인도에서의 현장 근로자들이 오전과 오후 한 번씩 참시간이 돌아오면 ‘짜이’를 파는 장사꾼이 나타난다. 

스테인레스로 된 둥근  통에 ‘짜이’를 한통 가져와서 한국의 소주잔보다 조금 더 큰 플라스틱 잔에 한잔씩 판다. 

아니 오히려 근로자들이 짜이 장사가 오기를 기다리기라도 했던 것처럼 보여 진다.      

비스켓 몇 조각과 플라스틱 컵에 따라주는 ‘짜이’ 한 잔에 그들의 피로는 금새 날아가는 듯 보인다. 


짜이 한잔에 1루피 쯤 받는 것 같은데 장사 수입도 꽤나 괜찮아 보였지만 짧은 휴식시간에 많은 근로자들이 줄을 서다 보니 이들의 휴식시간이 줄어들까봐 업체 사장에게 부탁해서 여러 통으로 아예 회사가 짜이를 공급하도록 조취를 취했다. 


물론 ‘짜이’ 장사꾼한테는 미안하지만 여러 근로자들의 ‘짜이 사랑’에 보답하려면 짧은 시간에 대량 공급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인도 사람들은 둘 이상 모이면 으레 ‘짜이’를 마신다. 짜이는 홍차 또는 흑차에 우유와 향신료가 될 만한 계피 등을 혼합한 뒤 설탕을 가미해서 달달한 맛을 내게 만든다. 나 역시도 계피 향과 달달한 맛 때문에 현장에서 자주 마셨다.    


‘짜이’는 인도나 방글라데시 등 남아시아에서 주로 마시는 향신료가 가미된 밀크티인데 부르는 이름은 인도에서는 ‘마살라 짜이’, 방글라데시에서는 ‘둣짜’로 불리지만 ‘짜이’를 조하하는 건 똑같다.      


인도인들은 보통 아침 식사 시간이나 오후 간식으로 짜이를 즐기며, 가족들이나 친구들과 모여 시간을 보내면서 이 음료를 함께 마시는 것이 일상적인 모습이다. 인도의 거리에서도 사람들이 모인 장소를 보면 으레 ‘짜이’를 즐기고 있다.      


인도에서 차를 널리 마시기 시작한 영국 식민지 시대 이후로 알려져 있다. 영국의 지배를 받게 되면서 차 마시는 습관이 소개되었고 1830년대 이후 영국 동인도 회사가 중국산 차를 대신할 인도 아삼 지방의 야생 차나무를 발견하고 이를 경작하기 시작하면서부터 활성화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인도의 북부지역인 아삼, 다즐링, 실론 지역에 차 농장들이 많이 있는데 찻잎의 늘어난 재고로 인해 홍차 잎 가격이 폭락하게 되자 영국의 인도 차 협회는 대대적인 캠페인을 벌여 인도인들에게 차를 마시게 했다고 한다. 이전까지 인도 내에 사는 영국인과 영국화 된 인도 귀족들만이 마셨던 차를 공장 노동자들이 쉬는 시간에 마실 수 있도록 장려하는가 하면, 당시 발전하고 있던 철도역을 중심으로 홍차를 판매하는 카페와 '짜이왈라' 라고 불리는 홍차 노점상이 등장하게 되었다.      


식민지 시대에는 영국식으로 우유와 설탕이 첨가된 밀크티가 주종을 이루었지만 인도 내에서 판매되던 찻잎의 가격은 상당히 비쌌기 때문에 ‘짜이왈라’들은 차에 우유와 설탕 비율을 늘리는 동시에 인도에서 저렴하게 공급할 수 있는 다양한 향신료들을 첨가하면서 오늘날과 같은 ‘마살라 짜이’가 등장할 수 있게 되었다. ‘마살라 짜이’가 향신료를 미치도록 사랑하는 인도 사람들의 입맛에 맞으면서 ‘마살라 짜이’는 인도 차의 상징이 되었고 그들의 일상의 문화가 되었다.     


‘마살라 짜이’는 인도의 다양한 지역에서 계층을 불문하고, 거리 상점부터 고급 호텔까지 다양한 장소에서 즐기는 음료일 분만 아니라 가정에서 직접 만들어서 가족과 함께 즐기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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