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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홍섭 Nov 04. 2023

조지아 와인 이야기

시그나기 와이너리

지난 10월에 10박 11일 일정으로 아제르바이잔, 아르메니아, 조지아 등 코카서스 3국 여행을 다녀왔다. 

아제르바이잔을 불의 나라, 아르메니아를 돌의 나라, 조지아는 물의 나라라고 한다.     


조지아는 태초에 빚었던 크베브리(Qvevri, 황토 항아리) 와인과 보르조미 내추럴 미네랄 워터를 레스토랑 식탁 위에서 자주 만나게 된다.     


조지아 사람들이 자랑하는 것은 와인, 천연광천수, 장수마을 등이다. 오죽하면 구소련 시절 3대 보물로 볼가 자동차, 아에로플로트 항공사, 보르조미 광천수를 꼽았을 정도이다.     


조지아는 물의 나라라고 할 만큼 미네랄 광천수도 유명하지만 와인의 본고장으로도 유명하다. 

지구상에서 최초로 와인을 만들어 먹기 시작한 나라가 조지아로 8천 년에 이르는 와인 생산 역사 기록을 지지고 있다.      


우리가 사용하는 와인이라는 말의 기원도 이곳에서 찾을 수 있다. 조지아어로 와인은 그비노(Ghvino)인데, 이것이 이탈리아로 가서 비노(Vino), 프랑스에서 뱅(Vin), 독일어 바인(Wein), 영어 와인(Wine)으로 변화했다고 한다.     


조지아 사람들은 일상 속에 늘 와인이 함께한다. 오죽하면 물보다 와인에 빠져 죽는 사람이 더 많다고 할 정도이다. 조지아 말로 건배를 뜻하는 ‘가우마르조스’ 한 마디면 금새 친구가 될 수 있다고 한다.


조지아 사람들은 기쁜 날에는 28잔의 와인을 마시고, 슬픈 날에는 18잔의 와인을 마신다고 한다.      

조지아인들은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와인을 마시며, 집에 손님이 찾아오면 와인을 내놓는다. 한마디로 이들에게 와인은 단순한 술이 아니며, 자신들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자긍심이 깊이 각인되어 있다.    

  

어디를 가나 포도나무 문양의 장식품이 넘쳐나고, 국가를 상징하는 십자가 문양도 탐스런 포도나무에 둘러싸여 있다. 그래서 와인을 빼놓고는 조지아를 말할 수가 없다.     


조지아 여행 중에 들렀던 시그나기 마을은 조지아 와이너리로 유명한 곳이다.     

800m 절벽 위 요새로 만들어진 시그나기는 작고 예쁜 마을 풍경이었다. 마을 어귀부터 고풍스러운 거리가 이어지면서 양털로 짠 소품들을 파는 노점, 작은 레스토랑들이 있는 골목은 동화 속 풍경처럼 평온하고 낭만적이었다.     

시청사를 지나면서 광장 앞 주차 공간 한 모퉁이에는 조지아 와인의 상징처럼 와인을 숙성시키는 ’크베브르‘라 불리는 커다란 독이 덩그러니 뉘어져 있었고, 한 관광 그룹의 가이드가 일행을 세워 놓고 ’크베브리‘와 조지아 와인에 대해 설명하고 있었다.     

시그나기에서 텔라비로 이어지는 조지아의 동부 평원을 조지아의 ‘와인 루트’라고 부르는데, 여기에서 질 좋은 와인들이 생산된다.      


비옥한 코카서스 산맥의 토양과 흑해 연안에서 불어오는 온화하고 수분 가득한 바람은, 좋은 품질의 포도를 재배하기에 최적의 조건이라고 한다.     


조지아는 전 세계 포도 품종의 6분의 1에 해당하는 많은 토착 포도 품종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조지아는 살아있는 포도나무 종자은행이라 불릴 정도다. 현재 조지아에서 확인된 포도나무 품종은 총 526종이며, 이 중 40종이 상업적으로 활발하게 재배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사페라비(Saperavi)‘는 조지아 와인의 왕이라 불리는 대표적인 적포도 품종이다. 사페라비는 색이 진한 두꺼운 껍질에 과육도 붉은색을 지닌다. 따라서, 사페라비 와인은 조금만 잔에 따라도 바닥이 비치지 않을 정도로 진한 색을 낸다.      


사페라비라는 이름이 ‘색의 장소(place of color)’를 를 의미한다. 사페라비 와인은 검은 열매, 감초, 구운 고기, 담배, 초콜릿, 각종 스파이스 풍미를 지닌다. 


산미가 매우 명쾌하고 타닌은 잘 익어 부드러운 편이다. 일상의 와인으로 즐기기에 좋은 독특한 와인이다.     

조지아는 예로부터 집집마다 땅에 묻은 토기(크베브리 Qvevri)에 일용할 와인을 만들어 즐겼다. 조지아 곳곳에 세워진 동상, 가문의 문장, 건축물 등을 보면, 포도나무나 와인 잔이 꼭 들어가 있을 정도다.     


‘깐지’라 불리는 술잔이 이들의 와인마시는 습관을 대변한다, 양이나 염소등 동물의 뿔로 만들어서 한번 와인을 받으면 다 마시기 전에는 세워 놓을 수가 없다.   

  


지금도 옛부터 내려온 전통 주조 방식인 ‘크베브리(Kvevri) 방식’을 그대로 이어오고 있는데, ‘크베브리’는 물방울처럼 끝이 뾰족한 점토 항아리를 뜻한다. 잘 여문 포도를 껍질째 혹은 줄기째 으깬 뒤 항아리 안에 넣어, 입구를 진흙으로 단단히 밀봉시킨 후 땅에 묻어 4~6개월 숙성시키면, 그 유명한 조지아 와인이 탄생한다. 


이 방식이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받은 전통 크베브리 양조법(Qvevri)이다. 크베브리에서 만든 와인을 ‘앰버 와인(Amber wine)’이라 부른다.      


이번 여행에서 와인을 무척 즐기시고 와인 전문가이셨던 한 선생님이 추천해주신 ‘무꾸자니’ 와인을 공항 면세점에서 사왔다.     


 이 와인은 조지아 동쪽 ‘무꾸자니’지역에서 ‘사페라비’ 적포도 품종으로 만든 레드 와인으로 타닌이 적게 느껴져서 우리같은 와인 초보자들에게도 잘 맞을거라고 하셨는데 귀국해서 먹어보니 부드럽고 좋았다. 와인 전문가들도 이 와인을 적극 추천하는데 국제적인 상을 휩쓸었을 정도로 유명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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