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8월 9일 팬텀 관람기
25년 8월 9일, 토요일 오후 2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 팬텀 관람
1. 청계천 : 평일 아침
2. 경복궁 : 6/20, 6/30
3. 창덕궁 : 6/17, 6/27
4. 비원(창덕궁 후원) : 7/1
5. 창경궁 : 7/8. 7/10
6. 덕수궁 : 6/19, 8/5, 8/7
7. 경희궁 : 7/9
8. 청와대 : 5/29
9. 북촌 한옥마을 맹사성 집터 : 6/13
10. 서촌 한옥마을 : 7/4
11. 정독 도서관 : 5/8
12.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 8/9
13.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 5/21
14. 국립 현대 미술관 : 5/13
15. 서울 시립미술관 : 7/2, 7/3
16. 국립 민속 박물관 : 5/26
17. 대한민국 역사박물관 : 6/24
18. 국립 고궁박물관 : 6/26, 7/17, 8/4, 8/6
19. 서울 역사 박물관 : 7/9
20. 삼청공원 : 5/15, 6/11
21. 인왕산 초소 책방 : 5/23, 6/2, 6/11, 8/1
평일 점심시간 광화문 사무실 주변을 산책하는 일이
바쁜 일과의 스트레스를 날려주는 작은 루틴이다.
평일 점심시간 혼자만의 호사를
주말에 아내와 함깨 나누기 위해 8월 11일로 마감하는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의 뮤지컬 팬텀을 관람하였다.
2015년 12월부터 2022년 2월까지 약 4년 동안
인도의 DAICEC(JIO WORD) 프로젝트의 현장소장으로
근무하면서 이 프로젝트 속에 2천석 대극장이 포함되어 있어서
극장 시설을 둘러볼 겸, 눈높이를 높이려고
개인 돈을 들여 모스크바의 볼쇼이극장,
노르웨이 오슬로 오페라하우스,
브라질 리오데자네이루 시립극장 등을 여행하면서
발레와 뮤지컬 등을 관람하였다.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은 언제 다녀왔는지
전혀 기억에 없을 정도로 오래되었다.
매일 저녁 퇴근 무렵,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뒤편
출연진 출입구에 진을 치고 대기하면서 팬텀 뮤지컬
출연 가수들을 사진 찍으려고 도열해 있는 모습을 보다가
오늘은 마감 이틀 전인 팬텀 공연을 직접 관람하게 되었다.
세종문화회관과 붙어있는 미술관에서
8월 31일까지 전시 예정인 <모네에서 앤디 워홀까지>
(요하네스버그 아트 갤러리 특별전 미술 전시)를
지난 5월 21일 퇴근 후에 관람하였다.
8월 9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막이 오르자 어둠 속에서 빛나는 무대와 웅장한 음악이 객석을 압도했다.
팬텀(에릭)을 맡은 전동석은 내면에 감춰진 깊은 고독과
격정적인 광기를 섬세하면서도 강렬하게 표현하며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장면마다 관객들의 심장을 울렸고,
미세한 표정과 몸짓으로 복잡한 감정의 진폭을 풍부하게 드러내
무대 위에 강렬한 존재감을 남겼다.
크리스틴 다에 역의 장혜린은 청아하고 맑은 음색으로
캐릭터의 순수함과 내면의 갈등을 세밀하게 표현했고,
특히 팬텀과의 감정 교류 장면에서 서로의 에너지가 맞부딪히며
극의 긴장감과 몰입도를 끌어올렸다.
카리에르 백작을 연기한 민영기는 고상하고 진중한 카리스마로
극의 중심을 잡았으며,
크리스틴과의 대화 장면에서 차분하지만 깊은 감정을 담아내
서사를 견고하게 지탱했다.
크리스틴 이전 오페라 극단의 주역 디바인 카를로타 역의 윤사봉은
압도적인 성량과 화려한 연기로 관객을 사로잡았고,
도도한 외양 속에 숨은 질투와 불안을 세밀하게 표현하며
등장할 때마다 무대를 장악했다.
필립 역의 박시원은 젊고 세련된 온화함으로 캐릭터를 완성했고,
크리스틴과의 장면에서 따뜻한 눈빛과 안정된 보컬로
인물의 진심을 전하며 팬텀과의 대비 속에서 극의 입체감을 더했다.
슐레 역의 문성혁은 유쾌한 기질과 정확한 타이밍으로
무거운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환기시켰고,
짧은 대사와 표정에도 생동감이 묻어나 관객들에게 웃음을 안겼다.
벨라도바 역의 황혜민은 우아함과 품격이 묻어나는 연기와 부드러운 움직임,
맑은 음색으로 무대를 채우며 주변 인물들의 감정선을 더욱 빛나게 했다.
그리고 무대 중반, 발레리나(에릭의 어머니) 역을 맡은 무용수는
고전 발레의 절제된 선과 포즈 속에 애틋함을 담아
어린 에릭의 사랑과 그리움을 절묘하게 전했고,
조명 아래 빛나는 움직임은 관객들의 마음에 오래도록 남을 깊은 여운을 남겼다.
여기에 무대 아래 오케스트라 피트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연주하는 오케스트라는, 장면의 감정과 흐름을 음악으로 이끌어가며
배우들의 호흡과 완벽히 맞아떨어지는 연주로 공연의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지휘자는 단순히 박자를 맞추는 역할을 넘어,
무대 위 배우와 피트 속 연주자를 하나의 유기체처럼 연결하며
장면마다 음악의 색채와 긴장감을 조율했고,
그 정교한 호흡이 있었기에 관객은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잊은 채
완벽한 몰입을 경험할 수 있었다.
이번 공연은 각 배우가 자신의 배역을 완벽하게 해석하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음악으로 극을 지탱하는 오케스트라와
지휘자의 헌신이 어우러져 음악, 연기, 무대미술이 하나로 빛나는 수작이었다.
팬텀의 비극과 아름다움이 공존하는 서사는 배우들의 세밀한 연기와 가창,
그리고 무대 아래의 음악적 힘 속에서 더욱 입체적으로 살아났다.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의 음향은
공연의 모든 순간을 섬세하게 감싸 안았다.
저음의 현악기는 팬텀의 고독과 내면의 분노를 깊이 있게 담아냈고,
고음의 금관과 목관 악기는 크리스틴의 순수함과 희망을 섬세하게 비췄다.
1층 중앙 객석에서 바라본 무대는 넓고 깊게 펼쳐져 있었으며,
좌우와 뒤편 공간은 배우들의 동선을 넉넉히 품어
역동적인 장면 전환을 가능하게 했다.
대극장의 높은 천장은 조명 디자인에 충분한 여유를 주어,
대형 샹들리에와 스포트라이트가 극적인 순간마다 공간을 빛내며
공연의 감동을 배가시켰다.
뮤지컬 〈팬텀〉의 줄거리는 파리 오페라 하우스를 배경으로,
얼굴에 흉터를 숨긴 천재 음악가 ‘팬텀’이
아름다운 신인 가수 ‘크리스틴 다에’에게 사랑과 집착을 동시에 느끼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팬텀은 크리스틴의 재능을 키우며 자신의 사랑을 고백하지만,
그녀는 어린 시절 친구였던 백작 ‘카리에르’와의 관계 사이에서 갈등한다.
사랑과 질투, 광기와 순수함이 교차하는 이 극적인 이야기는
관객들을 끝까지 긴장하게 만들며, 음악과 무대 연출이 조화를 이루어
한 편의 예술 작품으로 완성된다.
커튼콜에서는 배우들이 무대 앞으로 나와
관객과 눈을 맞추며 환하게 미소 지었고,
객석에서는 기립박수와 함성이 터져 나왔다.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을 가득 채운 박수 소리와 환호는
공연이 끝난 뒤에도 오랫동안 로비와 계단을 타고 울려 퍼졌다.
이곳은 단순히 공연을 관람하는 공간을 넘어,
배우와 관객이 감정을 나누며 하나 되는 예술의 공간임을
다시금 깨닫게 하는 특별한 장소였다.
러시아 모스크바 볼쇼이 극장
노르웨이 오슬로 오페라 하우스
브라질 리오데자네이로 시립극장
인도 뭄바이 JIO WORLD 대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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